월간복지동향 2008 2008-11-02   1120

[심층분석 6] 문제인식이 결여된 2009년도 장애인정책예산안

문제인식이 결여된 2009년도 장애인정책예산안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1. 시작하는 말


   정부는 지난 9월 2009년도 예산 및 기금안 주요 내용을 발표하였다. 국회에서 논의될 이번의 예산 및 기금안은 올해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의 정책기조를 재정편성을 통해 드러내는 첫 계기이다. 아직 국회의 심의과정이 남았으므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는 지금까지 발표된 정부안을 중심으로 이번 정부안의 장애인분야 예산 및 기금 운용계획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장애인정책은 대단히 복잡하며 따라서 그 예산 역시 대단히 복잡하고 여러 부처에 산재해 있다. 이는 우리가 장애인을 장애인이라는 별도의 용어로 부르고 있어서 그렇지 장애인정책은 인간에 관련된 정책이므로 사실상 모든 부처에 그 예산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주요 부처만 열거해도 보건복지가족부, 노동부,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부 등 7개 부처이며 장애인정책 예산안을 모두 보기 위해서는 이들 각 부처의 예산안을 모두 살펴보아야 한다. 하지만, 이 작업은 대단히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 중에서도 보건복지가족부와 노동부의 예산안만 살펴보기로 한다. 2006년도 예산을 기준으로 할 때, 국민연금기금의 장애연금과 산재보험의 장해급여를 제외한 장애인정책지출 1조 915억원 중 보건복지부의 지출은 63.7%, 노동부의 지출은 19.3%를 차지하여 이 두 부처의 지출이 83.0%를 차지하였다(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2006b). 게다가 올해부터는 가족업무가 여성부에서 보건복지가족부로 이관됨에 따라 과거 여성가족부에서 수행하던 대부분의 장애인관련업무가 보건복지부가족부로 넘어갔다. 따라서 복지부와 노동부의 두 부처 예산을 보는 것으로도 장애인정책지출의 기조를 상당 정도로 예측할 수 있다.


2. 지난 10년 간 장애인정책 환경의 변화와 그 대응


   최근 우리나라의 장애인정책 환경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장애인실태조사 결과 추정된 장애인구는 1990년부터 1995년까지는 93만 7천명에서 105만 3천명으로 연평균 2.36%씩 증가하였지만, 2000년에는 144만 9천명, 2005년에는 214만 9천명으로 증가하여 연평균 증가율이 1995년부터 2000년까지는 6.59%, 2000년부터 2005년까지는 8.20%로 증가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추정장애인의 증가속도와 함께 등록장애인의 증가속도도 대단히 빨라서 장애범주가 확대된 2001년 이후에는 매월 거의 1%씩 등록장애인의 수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빠른 장애인구 증가는 아마도 장애인들의 권리의식 향상에서 비롯된 바가 가장 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각종 감면‧할인 혜택의 증가에 따라 등록장애인이 증가하면서 장애인구 추정치가 증가한 면도 없지 않지만, 시행되고 있는 정책의 바람직함 여부를 떠나 그 혜택을 적극적으로 누리려는 태도 또한 권리의식의 한 측면이라 할 수 있다(장애인 본인들이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권리의식 증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빠르게 늘어나는 장애인 중에서도 장애여성의 증가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이다. 또한 이동권 확보 투쟁이나 접근권, 교육권 확보를 위한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권리의식 향상의 한 증거이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것들이 있지만 위의 두 가지만으로도 장애인정책 환경의 변화는 기존의 장애인정책과는 상당히 다른 대응을 요하는 것들이다. 지난 10년간 그 성공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정부는 이러한 정책환경 변화에 나름대로 대응해 왔다.


   2007년도 우리나라 장애인정책 지출은 GDP 대비 0.28%로 OECD 국가 평균 2.73%의 1/10 가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장애인정책 지출이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국민연금의 장애연금급여와 산재보험의 장해급여를 제외할 경우 장애인정책 지출의 평균증가율은 국민의 정부가 24.99%, 참여정부가 20.03%로 대개 8% 가량인 총예산 증가속도를 2배 내지 3배 가까이 앞서 왔다. 물론 예산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예산은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기도 하다. 최근 발표된 이명박 정부의 2009년도 예산안은 장애인정책 환경의 급변에 관련된 문제의식이 결여되어 있고 따라서 대응필요성에 대한 인식조차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3. 이명박 정부의 2009년도 장애인예산안


   2007년부터 2009년 예산안까지의 복지부와 노동부 장애인 지출예산은 <표 2>와 같다. 이를 보면, 이명박 정부의 2009년도 예산은 장애인정책의 전체 규모 자체를 거의 증가시키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에 복지부와 노동부의 장애인 예산은 약간 줄었는데, 이는 주로 LPG 세금인상분 지원사업의 신규진입이 금지됨에 따른 예산감소에 기인한다(노동부 예산이 23.23% 감소한 것은 과거 고용장려금 수입액의 1/9을 직업재활사업에 지출토록 한 것이 2008년부터 복지부 일반회계로 전환됨에 따라 약 160억원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예산은 복지부의 사업 중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사업지원이 신설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따라서 복지부 예산의 증액으로 반영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자연감소분에 따른 예산전환 등을 하지 않고 자연감소에 따른 예산감소에 편승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복지부의 장애인예산 중 일반회계를 보면 전체적으로 증가율이 6.28%로 2009년도 정부예산안의 전체증가율 7.2%보다 낮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도 예산안에 대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 재도약의 예산”이라고 강조하였지만(기획재정부, 2008b), 이는 장애인예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009년도 복지부 일반회계 장애인예산에서 재활사업은 2008년에 비해 3.13% 감소되었다. 그 중 장애인직업재활사업은 무려 10.01%나 감소되었다. 이는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지원이 10% 감소하였고 직업재활시설기능보강비가 10%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보건복지가족부, 2008a). 2008년도 신규사업인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도 1.62% 증가에 그쳐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의료재활지원은 동결되었다. 거기다가 장애인일자리지원사업은 전년에 비해 5.41% 증액시키는 계획을 세우고 있을 뿐이다. 일자리를 강조하면서 장애인들의 재활사업 예산을 줄이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모순된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일반회계 장애인예산 중 장애인생활안정지원예산은 3.62% 증액만 계획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활안정예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애수당은 오히려 12.46% 감소하도록 되어 있다. 장애인들의 생활수준이 낮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더구나 지금과 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장애인들의 생활이 비장애인들에 비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나라 장애인들에게 거의 유일하게 주어지는 안전망 예산을 줄이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계획이다.

   게다가 예산을 줄이는 방법도 참으로 교묘하다. 장애수당의 예산을 줄이면서 이명박 정부는 장애수당의 단가는 그대로 두고 수혜자 수를 줄이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즉, 월 12~13만원의 장애수당액은 놔둔 채 장애수당 대상자 수를 2008년 56만명에서 2009년 49만명으로 감소시키도록 계획을 잡은 것이다. 이는 장애인자녀학비지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학비지원 단가는 그대로 둔 채 대상자 수를 1,459명에서 1,314명으로 약 145명 줄이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분할지배전략이다. 경제가 어려운 이 때 장애수당 대상자가 어떻게 7만명씩이나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참으로 의아하지만 이는 수혜자로 남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탈락한 사람들을 운이 없는 소수집단으로 고립시키는 참으로 교묘한 전략이다.

   그러면서 사회활동지원이라 하여 바우처 사업은 엄청난 속도로 증액시키려고 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존의 활동보조사업 확대뿐만 아니라 장애아동 치료바우처의 신규 실시도 포함된다. 현재 정부는 바우처 활용에 도를 넘고 있다. 사회복지서비스를 터부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바우처는 전략적으로 일정한 활용가치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일정한 한계 안에서이다. 현재 정부는 전달체계를 제대로 구축할 노력은 게을리 하면서 모든 것을 돈을 뿌려 해결하려고 한다. 지금 그렇지 않아도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한 언어치료 등의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는데, 바우처로 이를 지원하게 되면 이는 사교육 시장을 정부가 앞장서서 지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장애아동의 사교육은 전달체계 부재에서 비롯된 문제이지 바우처가 없어서 나타난 문제가 아니다. 그런 식으로 돈을 뿌려 문제를 해결할 요량이라면 정부는 무엇 때문에 필요한가? 돈을 꼭 정부가 뿌려야 하는가? 돈은 은행이 더 잘 뿌린다. 그리고 돈의 용처 확인도 은행에 맡기면 된다. 정부는 차라리 과천 청사 잔디밭에 천막 하나 쳐놓고 거기에 전화기와 컴퓨터 단말기 하나 갖다 놓으면 될 일이다. 무엇하러 그 큰 건물 지어놓고 그 많은 사람 고용해서 있는가?


4. 맺는 말


   이명박 정부는 급변하는 장애인정책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지도, 거기에 대응할 의지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기껏 대응한다는 것이 돈을 뿌리는 일이다. 이것은 정책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은 고사하고 정부 스스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다. 돈 뿌리는 일이라면 복지부가 왜 굳이 필요할까? 정책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리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도 않은 바이지만, 실기(失機)해도 좋으니 일을 아주 망치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획재정부. 200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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