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복지국가 2010-07-07   2740

[복지학교 후기⑤ ] 울면서 공부하는 나라, 웃으면서 공부하는 나라

핀란드는 OECD 국제학업성취도 비교평가인 PISA에서 2003년에 이어 2006년에도 수학과 과학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수학, 과학에 강하다고 생각했던 한국 교육계는 많이 놀랐다는 듯 이 결과를 두고 고민이 커졌다. 핀란드 교육의 비결을 배우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먼 나라를 방문했고 앞 다투어 창의성 교육이라든가 조별 학습, 비경쟁체제가 해결책인 양 들고 돌아왔다. 한때 다큐멘터리나 책으로 소개되면서 핀란드 교육의 ‘바람’이 불기도 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많지 않다. 더 나은 길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뱃머리를 돌릴 수 없을 만큼 우리의 교육이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일까.

이런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설을 ‘희망복지학교’에서, 그것도 경제평론가 선생님께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선생님의 강의는 ‘경제학 개론’에서 출발하는 듯 했지만, 복지의 필연성을 ‘경제적’인 논리로 증명해 보이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전에 생각해본 적 없는 복지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었다. 불완전한 모습의 ‘공정’과 ‘효율’을 내세운 자유 시장경제 체제는 시장실패(독점, 공공재의 발생, 외부경제)를 피할 수 없으며, 이를 보완하는 것이 복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의료민영화가 현실화될 경우, 시장의 원리가 적용되면 소위 ‘돈 되지 않는’ 곳에는 의료 서비스가 제공될 수가 없게 된다. 이 때 복지는 의료 서비스라는 필수재를 분배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같은 논리가 교육에 적용될 때, 한국과 핀란드라는 극단적인(?) 비교 사례가 나타나게 된다. 한국의 학생들은 오전 7시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공교육과 사교육을 오가며 억지 공부를 한다. 그럼에도 뒤처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떨칠 수 없으며, 거액의 돈을 투자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뿐이다. 정태인 선생님은 이런 답답한 한국 교육이 창의성과 상상력을 잃은 ‘바보’를 키우는 교육일 뿐이며 협동과 평등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만든다고 했다. 반면 핀란드 교육은 평등을 최전면에 내세운다. 각자의 배경과 능력이 다른데, 공정한 경쟁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그 대신 모두에게 저마다의 재능이 있다는 믿음으로 스스로 설정한 목표 달성만을 성적표에 매긴다. 협동 또한 핀란드 교육을 세운 중요한 가치다. 일등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잘 못하는 학생과 잘 못하는 학교에 더 많은 지원을 해서 그 차이를 좁히기 위한 ‘차별’을 할 뿐이다. 평등과 협동이 있는 학교와 경쟁만이 있는 학교의 차이는 좋은 시민, 행복한 인간을 만드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경쟁 논리가 본래 추구하던 효율성은 제대로 달성하고 있는가? 북유럽 복지국가와 한국의 생산성은 4배나 벌어져 있다고 한다. 그마저도 교육이나 일에 투자하는 시간이 우리보다 현저히 적으니 그 차이는 더욱 크다고 봐야겠다. 일 년여 전 설립된 국제중은 사교육이 필요 없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하면서 연간 900만원에 달하는 터무니없이 높은 교육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학교에 다니는 한 중학생은 여섯시까지 보충수업을 듣고 집에 간 후에도 같은 학교의 친구들을 모아 특별 과외를 받는다고 한다. 숙제할 시간도 모자라지만 단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아까운 시기에 여러모로 심각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교육도 의료 서비스나 언론의 비판적 기능처럼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다. 그러나 시장경제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다 보면 이 같은 필수재는 그 의미는 사라지고 모습 좋은 껍데기만 남을 뿐이다. 더 나은 복지 사회 시스템의 설계로 진정한 의미의 효율을 이룩해야 한다. 또한 지금처럼 경쟁에 짓눌려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는 교육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평등을 제일 가치로 삼은 핀란드의 교육에서 배울 것이 많다.

PISA에서 핀란드가 1위, 한국이 2위로 발표되자 한국 교육 관계가자 웃으며 핀란드 관계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허허, 근소한 차이로 저희가 졌습니다.” 그러나 그가 들은 대답은 결코 웃어넘길 수 없는 것이었다.

“저희가 큰 차이로 앞섰습니다. 핀란드 학생들은 웃으면서 공부하지만, 그 쪽 학생들은 울면서 공부하지 않습니까?”

글 / 정예송, 참여연대 제3기 희망복지학교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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