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03-10   1511

[동향3] 인간적 삶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

효 정
장애와 인권 발바닥행동


  보건복지부는 2002년 6월부터 2005년 7월까지 3년의 유예기간 동안 법적기준을 충족해서 신고시설로 전환할 것을 약속한 조건부신고시설에 대해 2007년까지 유예기간을 연장해주었고, 2004년부터 2006년 사이 조건부신고시설에 1천억 원이 넘는 복권기금을 투여하였다. 이를 통해 이 기간 동안 조건부신고시설은 개인운영신고시설로 대거 전환되었으며, 또한 사회복지시설의 설치․운영 요건마저 완화함으로써 더욱 열악한 조건의 시설이 대거 난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 이후에도 2010년 5월까지 22개의 미신고장애인시설이 보건복지부에 보고되었고, 이에 사회복지시설생활인인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이하 ‘시설인권연대’)․탈시설정책위원회․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의 민간단체, 이정선의원실, 보건복지부의 공동 주관 하에 이러한 미신고장애인시설에 대한 인권실태조사를 2010년 5월부터 11월까지 진행했다.


  미신고시설, 사람들은 어디에 있나?


  이번 조사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신고 시설 내 거주인의 수와 신원에 대한 정확한 확인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경남 L시설의 경우 복지부로부터 받은 현원은 51명이었으나, 지자체로부터 받은 명단은 해당 지자체로 전입신고가 된 원장을 포함한 41명이었다. 그러나 조사 당일 시설에 머무르고 있던 거주인은 12명이었으며, 46명의 거주인이 인근 5개의 요양병원, 정신병원에 입원되어 있었고, 병원입원 거주인 중 병원입원이 정확히 확인 된 거주인은 33명에 불과했다. 조사 당일 오전 예배 직 후 시설측은 인근 마을의 교인이라며 봉고차로 많은 사람들을 귀가 시켰으나, 이튿날 재조사를 통한 확인 결과 인근의 마을에서 하루를 보내고 시설로 복귀한 거주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이 시설 측의 명부에 112명의 개인정보가 기록되어 있었지만 45명의 거주인만이 확인 된 것이다. 이튿날 조사에서 원장은 행적을 감췄고, 67명의 사람들은 신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시설의 규모가 큰 전북의 J시설과 S시설 화성의 C시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문제 요인은 병원과 시설간의 의료수가에 대한 커넥션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경남 L시설의 경우 46명이 인근의 정신, 요양병원에 입원되어 있었으나 이중 미신고조사를 앞둔 보름 전후로 하여 19명이 정신, 요양병원에 집단 입원되었다. 전북 S시설의 경우 조사 전 자진폐쇄 해 시설 내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다는 지자체의 연락을 받았으나, 시설방문 결과 거주인 54명이 인근 병원 3곳에 흩어져 입원되어 있었고, 시설측은 거주인의 통장과 신분증을 일괄 관리하며 병원에 1인당 월 10만원씩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던 중 병원 측은 입원을 부인하거나, 실 입원자 수를 번복하며 신원노출을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전북 J시설의 경우 198명의 거주인 중 58명이 정신병원과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되어 있었고, 또한 인근병원에서의 방문 진료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로서 처방전이나 진료를 통해 이윤을 남기는 시설과 병원간의 소위 ‘윈-윈 관계’가 맺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남는다. 특히 고양시 H시설의 경우 정신병원 입원자 10명중 9명이 의료보호 대상자였기 때문에 병원은 의료수급권자의 의료수가를, 시설측은 병원입원사실을 숨기고 기초수급비를 이중으로 받는 등의 행위도 조사됐다.


  고양 H시설은 거주인 24명 중 10명이 인근 정신병원에 3년 이상 장기 입원되어 있었는데, 이는 병원과 시설의 의료수가에 대한 커넥션 뿐 아니라 거주인에 대한 통제와 체벌의 한 형태이기도 하였다. 이 시설 거주인의 진술에 따르면 “시설에서 나와 도망쳤다가 원장부부에게 두 번 잡혔는데, 두 번째에는 컨테이너 박스에 가둬 놓고 밖에서 용접을 했다. 나흘 뒤 나왔는데, 세 번째 도망을 쳤을 때는 잡힌 뒤 바로 이 병원에 입원되었다.”고 말했다. 평택 S시설의 경우 정신장애인은 3명이었지만, 정신과 약물을 전원이 약물의 내용도 모른 채 복용하고 있었으며, 이 약을 통해 일상생활이 통제되고 있었다. 안성의 P시설 측은 “폭력이나 성폭력이 없었는가?”의 질문에 “집을 나가거나 싸우는 등의 말썽을 부려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고 말했고, 평택 S시설측은 “남성이 여성을 성폭력 해서 여성은 미혼모시설에 들어가 아이를 낳았고, 남성은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고 말했다. 또 이 시설의 거주인의 진술에 따르면 “원장님 말을 듣지 않으면, 저기 너머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정신과 약물-병원입원으로 인한 통제와 감금의 형태는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742명 중 최소 167명의 거주인이 정신병원과 요양병원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시설이나 병원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166명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것이라 추측해보면 인원수는 현재 입원자의 두 배수다.


  미신고시설의 운영 구조


  일정 조건을 갖춰 미신고시설에서 개인운영신고시설(이하 신고시설)로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국가보조금이 전무한 것은 2002년 미신고시설양성화정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계속 문제 제기되어왔다. 미신고시설의 입장에서는 지자체로부터 예산지원이 전무하기 때문에 신고시설로 전환하여 지자체로부터 지원 없는 관리감독을 받는 것 보다는 미신고시설형태로 남아있는 것을 선택했다. 이번 조사에서 보건복지부와 이정선의원실, 지자체가 조사에 함께 참여했지만, 전북J시설, 하남 Y시설, 평택 S시설, 화성 S시설 등에서는 회계장부조차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반발이 거셌다.


  거주인의 수급비만을 의존하고 있는 시설운영의 수입 구조
  2005년 조건부미신고시설 조사 시 “수급비를 받는 장애인 30명이면 신고시설운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외치던 충북의 B시설장의 노골적 외침처럼, 미신고시설의 대다수(종교시설의 여부와 상관없이)는 시설장애인의 수급비로 운영비를 확보하고 있었다. 2010년 기준 1인 가구 기초생활수급비는 422,180원, 여기에 장애수당까지 합하면 최대 55~60만 원 가량의 수급비가 개인통장으로 지급된다. 개인과 부양의무자의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예를 들어 한 시설에 기초생활수급권자인 장애인 20명이 생활한다고 가정하면, 시설 측은 적어도 매달 1천만 원 정도의 운영비가 확보되는 셈이다. 조사 시 시설마다 구비되어 있었던 것은 “지정동의서”였는데, 시설은 이 지정동의서로 수급비에 대한 대리권을 행사함으로서 수급거주인들의 경제권을 일괄 통제 운용하고 있었다. 지정동의서 작성은 장애인 당사자에게 내용을 설명해 주지 않거나 동의과정 없이 서명이나 도장을 날인하여 작성되었으며, 이는 장애의 유무, 유형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작성되어 있었다. 742명 중 수급권자인 거주인 수 377명, 비수급권자가 93명으로, 시설운영비를 전적으로 수급비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운영자는 거주인의 통장을 일괄관리하고 있었다.


  거주인에게 무임금의 노동 강요, 인건비를 지출하지 않는 시설운영
  고양 H시설의 경우 거주인 19명에 원장과 그 처인 부원장외에는 직원이 한명도 없었으나, 재활용사업장을 운영하는 이 시설의 경우 차량 16대가 자원봉사자에 의해 매일 운영되고 있었다. 인근의 41개 학교와 네트워크를 맺었고, 사법연수원에서 월 400~6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방문, 재활용사업을 돕는다고 말했다. 평택 S시설의 경우 40만원을 받고 일을 하는 유급직원이 1명 있었으나, 거주인을 돌보는 대부분의 노동(식사, 돌봄, 청소, 약지급)은 경증의 지적장애여성 K씨의 몫이었다. 전북 J시설의 거주인은 “누워있는 사람들 기저귀 교체, 심부름, 청소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야하는데, 몸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고양 N시설의 거주인은 학교를 졸업한 후 2년동안 밖에 한 번도 나가보지 못했다. 여기서 학교에 다니는 다른 아이들을 돌본다.“고 말했고, H시설에서 생활하는 비장애청소녀의 경우 ”내가 다른  시설로 가면 다른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말하며 타시설로의 전원을 거부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유급의 직원대신 자원봉사자를 이용하거나 거주인이 직접 거주인을 돌보는 형태는 본 조사를 거부한 2곳을 제외하고도 9곳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사실상 시설운영의 최대지출항목인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조사기간 중 신고시설로 전환된 충북의 B시설의 경우, 지자체에 보고된 서류에는 직원이름이 등재되어 있었으나 실질적으로는 모두 자원봉사자에 운영되고 있었다. 지자체에서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허위등재사실에 대해 묵인해 주고 있었다.


  주부식비 절감을 위한 푸드뱅크 활용 및 거주인의 무임금 노동을 통한 자급자족
 
시설운영의 주부식비를 절감하기 위한 수단으로 푸드뱅크가 활용되고 있었다. 평택 S시설의 경우 근처 K공장으로부터 하루 2식에 대한 음식물을 수거해 거주인에게 3식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남은 음식쓰레기는 동물이 사료로 쓰거나 인근에 매립해 부패하는 냄새가 심했다. 안동 W시설, 전북 J시설, 평택 C시설, 평택 Y시설, 충북 B시설, 고양 S시설 등 푸드뱅크로 받아온 음식재료 및 조미료 등이 적게는 1-2개월 많게는 3-4년 유통기한이 지나 있었지만, 음식물을 조리하는 데 사용되고 있었다. 푸드뱅크를 통한 주부식의 조달방식은 거주당사자에게는 질 낮은 음식 제공, 유통과정의 비위생성, 음식 선택의 자유제한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렇게 푸드뱅크를 이용하는 시설은 7곳이었다.
  또한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고 있는 시설들도 있었는데, 시설의 인근에 논과 밭이 시설의 소유로 되어 있어 수천 평씩 농사를 짓는 곳도 있었다. 전북의 J시설, 안동의 W시설, 하남 N시설, 전북의 S시설 등은 농사를 짓는데 특히 정신적장애인이 동원되었고, 재배면적만 2천 평~9천 평에 이르렀으며 이렇게 생산된 농산물은 자급자족의 수단 뿐 아니라 판매되어 운영비를 보충하고 있었다. 하남 N시설 운영자측은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아야 한다.” 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는 시설운영자가 이용료(주부식비) 명목으로 거주인의 기초수급비를 전액 가져가면서, 또 한편으로 ‘자기가 먹을 것은 자신이 일해서 먹으라’는 식의 이중적 착복 형태를 보여주는 예이다.


  장기입원 역시 거주인에 대한 원활 한 통제 뿐 아니라 수급비를 운용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고양 H시설의 경우 거주인 10명을 병원에 입원, 이들에 대한 수비는 원장이 착복함으로서 병원은 의료수가를 시설은 생계비를 확보했다. 더욱이 전북의 J시설과 경남의 E시설 측은 거주인 사망 후 병원 등에 시신을 기증하도록 서약서를 작성하게 했다고 진술했는데, 이는 사망 전 의료비용을 지원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급비는 한사람이 한 달을 살아가는 돈으로서 생계, 주거, 의료 등에 지출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미신고장애인시설은 장애인을 집단적 수용함으로서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생계, 주거, 의료비등의 목적과 맞지 않는 지출인 직원채용, 시설물 신축 및 관리, 교회 운영 및 선교 등 다양한 항목에 지출되고 있었다. 그러나 미신고장애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은 장애수당조차 받지 못한 채 노동에 동원되고 있었고, 결국 이 모든 재산은 시설과 시설거주인의 공동 재산이 아닌 시설장의 사유재산으로 귀속됐다.

   [표 3-1] 평택S시설의 운영비 내역


  종교의 이름으로 복지의 최소기준도 지키지 않는 시설


  미신고시설 22곳 중 19곳이 종교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보건복지부, 이정선의원실, 지자체가 민간과 함께 조사에 참여했지만, 화성의 S시설과 C시설, 전북의 J시설, S시설, 경남 E시설, 평택의 S시설의 경우 조사를 거부하거나, 국회 압력, 연합회를 구성하여 사전정보소통, 집단적 물리력을 행사하며 조사를 방해하기도 하였다. 같은 종교의 연합회 소속인 경남 E시설 원장은 해당 시설의 조사 2일 전 전북에서 진행하고 있었던 J시설 조사 시 방문하여 술이 취한 채 조사원들에게 항의를 하기도 하였고, J시설 원장은 E시설 조사가 진행되던 날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하는 여성장애인의 앞을 막으며 방해하기도 하였다.
  이 미신고시설들은 복지시설임을 거부하고 종교시설이라고 주장했지만 시설이 운영 형태는 다른 미신고시설들과 다를 바 없었다. 안동 W시설은 종교공동체이라며 신고전환을 강력하게 거부했는데, 이 시설은 종교 활동으로 아침, 점심, 저녁 각각 2시간씩 총 6시간의 예배시간이 있었다. 인터뷰 도중 거주인들은 이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인터뷰를 중단했는데, 예배시간과 점심시간 총 3시간이 지난 후 거주인의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한 거주인은 “예배에 참석하지 않으면, 다음 식사를 할 수 없다.”고 진술 했고, 매 주 일요일은 금식을 해야 하므로 식사가 지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남 E시설의 경우 아침 예배에 참석하지 않으면 1끼 혹은 3일을 금식해야 하는데, 거주인이 이에 대해 항의(욕)하자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고 말했다. 경남 E시설장은 이곳에 사는 모두가 종교공동체로 가족과 같이 살고 있다고 말했지만, 거주인 개개인을 병원에 장기 입원 시켜 놓고서도 어디가 아파서 입원했는가에 대해 “모른다.”고 대답했다. 또한 충북 B시설의 원장은 “얘네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이불에 똥이나 싸고, 개, 돼지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종교생활에 참석하기라고 말한 시설이 6개 시설이었으나, 하루 일과 중 종교생활이 포함 된 시설은 16곳이었다. 프로그램의 경우 22곳 중 학령기 장애아동 시설 2곳을 제외한 17곳이 전무했으며,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더라도 종교관련 서적읽기, 종교방송 보기 등이 대부분이었다.


  종교인이나 종교기관에서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인 및 노인 등은 국가와 사회의 복지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들에게는 법으로 정한 기준이상의 복지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종교시설임을 주장하는 미신고시설들은 사실상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조차 지키지 않으려는 것은 거주당사자의 인권과 삶의 질 측면에서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표 3-2] 경기도Y시설의 하루일과


  인간적 삶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


  미신고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인 중 지적장애인 284명, 정신장애인이 113명으로 비장애인이나 장애가 확인되지 않은 166명을 제외하면 미신고시설 거주인 중 67%가 정신적 장애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신고시설 조사에 앞서 시설 내 거주인의 많은 수가 정신적 장애인이라고 예상하여 그림설문지를 준비하였으나, 문자와 언어에 치중되어 있는 현 조사방법으로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시설 내 인권침해상황과 탈시설 욕구를 확인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결국 미신고시설 내 정신적 장애인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떤 결정권도 행사하지 못한 채, 최후까지 가족이나 시설운영자의 의지대로 삶을 살아가는 형국이었다.


  미신고시설의 조사 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겠으나, 지난 2009년 서울시 탈시설욕구조사에 따르면 시설거주인 87.9% 시설생활에 매우 불만족하다고 대답했고, 시설거주인 70%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 나와서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반면 가족들은 94.4%가 퇴소를 바라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유는 가족의 부담을 78.9%, 경제적 부담 37%, 치료27.7%, 관계로 인한 사회성 향상 19.7% 순이었다. 위의 결과는 미신고시설에 살고 있는 당사자와 가족들의 입장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설거주인은 지역사회에 나와서 살기를 바라고, 가족들은 장애인가족이 시설에 계속 살아주기를 바라는 아이러니한 현실은 가족만을 탓할 수 없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한 서비스는 턱없이 부족한 반면, 수용위주의 거주서비스가 아직도 주를 이루고 있는데다, 가족들은 이에 대한 정보도 없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장애가족이 시설입소를 통해 치료나 사회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시설안에서의 장애인의 삶은 다채롭지도, 역동적이지도 않다.


  미신고시설은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장애인을 집단적으로 수용하고 있었지만, 시설 내의 생활은 보호와는 거리가 멀었다. 더욱이 거주인은 수급비를 시설장이 일괄 통제-관리함으로서 경제권에서 박탈되고, 지역사회교류와 사회재활-적응 프로그램이 전무함으로서 시설이 아닌 삶은 품어볼 수조차 없는 미래였다. 시설거주인들은 “어차피 갈 데가 없어서 다시 시설로 들어와야 하는 데 나가서 뭘하나?”,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정보가 없어서 나가서 살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0년 미신고시설 조사는 끝났고, 이중 2개 시설이 신고전환, 7개 시설이 폐쇄되었으며 남은 11개 시설은 신고 전환되거나 폐쇄 될 것이다. 그러나 화성의 S시설에 조사에서 확인 했듯이 지역사회 내 미신고시설이나 종교시설로 가장한 미신고시설의 수는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신고시설로 전환 된 2곳의 운영방식으로 확인하건데, 설치면적만을 기준으로 한 지자체의 행정편리주의적인 개인운영신고시설로의 전환은 무분별한 시설양성화일 뿐이다. 그리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그 안에 살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장애인과 복지서비스에 대한 이론과 패러다임은 탈시설을 통한 사회통합과 자립생활, 정상화, 인권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미 나아가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UN장애인권리협약, 장애인복지법 등은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강조하며 시설수용보다는 지역사회 삶의 당위를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의 시설수용에 대한 확장이나 시설양성화는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결과이다. 이러한 근본적 정책 전환이 없이 시설수용화를 오히려 확장시키면서 일부 ‘드러난’ 시설 내 인권문제나 운영상의 문제만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지금처럼 시설운영자와 시설이용자의 권력관계가 불평등한 상태에서는 소위 시설장들이 말하는 ‘가족 공동체’라는 말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특히 정신적 장애인은 시설의 울타리 안을 맴돌거나 정신병원을 전전하며 더 높은 비율로 시설의 한 공간을 메우게 될 것이다. 이제 “예산”을 이유로 한 수용시설중심의 정책이 아닌 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인의 인간적 삶의 실현을 위한 정책적 결단과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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