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12-08-06   1655

[기고] 주체세력 없이 복지국가는 오지 않는다

주체세력 없이 복지국가는 오지 않는다

 

복지국가는 정치 없인 불가하지만 정치로만 해결되는 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복지국가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다수로 존재하는 것

 

주체세력 없이 복지국가는 오지 않는다. 이는 오늘날 선진복지국가라 불리는 나라들에서 발견되는 진리이다.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독일·프랑스·영국…. 이들 나라가 오늘날의 복지국가가 되는 과정에는 노동자집단, 지식인집단, 정치집단 내에 복지국가를 주창한 세력들의 역할이 지대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복지 또는 복지국가에 대한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특히 2010년의 6·2 지방선거에서부터 시작해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1년 반 남짓 대한민국은 가히 복지국가 논쟁에 빠졌다. 그 결과는?

정치권에서 한다 하는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전망에 ‘복지’라는 표현을 집어넣고 있는 점은 그 성과의 하나이다. ‘복지국가’를 이름에 명확히 넣은 단체들도 우후죽순이라 할 만큼 생겨났다. 언론의 기획기사에서 복지국가는 단골메뉴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인가 공허하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언필칭 대선 판이 되고 있는데, 복지국가에 대해 더는 치열한 논쟁이 불붙지도 않는 것 같다. 즉, 복지는 있으되 열기는 없다. 그렇다면 원인은?

그간 복지 논의가 주로 정치권에 의해서 과도하게 정치쟁점화된 것이 원인의 하나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복지국가의 뚜렷한 주체세력 없이 정치논쟁으로만 흐른 것이 원인이다. 즉 뿌리 없이 열매를 기다리는 꼴이었다. 그리하여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간의 논쟁, 무상복지 논쟁, 복지 포퓰리즘 논쟁, 재정파탄 논쟁 등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사실 아닌 사실과 논리의 비약, 억측, 일방주장이 판치면서 논쟁은 결론 없이 대중의 혼란과 혐오를 증폭시키고 말았다.

복지국가는 정치 없이는 불가하지만 정치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5개월도 남지 않은 대선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2013년부터 새로운 체제를 출범시키기 위한 중대한 분수령이다. 그 새로운 체제란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복지국가로 가는 것을 말한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복지국가로 수정되지 않고는 지탱될 수 없다는 것이 20세기 서구가 웅변으로 보여준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복지국가의 단계로 확고히 진입해야 한다. 시장과 경쟁은 선이며, 기업간, 산업간, 노동자간의 격차는 어쩔 수 없는 것이며, 누구나 자신의 노력만으로 살아갈 수 있기에 국가와 사회의 원조는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이 진실 아닌 진실이 수정되어야 한다. 경제도, 사회도, 정부도, 기업도, 학교도 한 사람 한 사람의 권리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에 근본을 세워야 한다.

그런 미래를 만들기 위해 2012년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복지국가에 대한 진검승부가 정치권에서 일어나야 한다. 누가 더 복지국가를 위한 정치적 비전과 신념이 있는 자인지 가려져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복지국가를 희구하고 염원하고 열망하는 국민들이 다수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묶어 사회적 목소리로 내고 정치인들을 압박하며 그들의 집권 이후에도 함께 만들어나가는 동반자 집단도 필요하다. 복지국가 운동은 바로 이런 국민들, 이런 동반자집단, 즉 이른바 복지국가 주체세력을 만들어내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복지국가의 실현을 자임하는 시민사회노동단체들 간에 시민복지동맹이 확고히 만들어져야 한다. 나아가 강력한 복지국가의 구현에 적임자임을 자처하는 정당과의 복지정치동맹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인권과 사회정의, 연대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신자유주의가 뿌려놓은 시장만능, 경쟁만능, 자본만능의 올가미를 벗어던지는 국민들이 많이 만들어지도록 복지국가 운동이 강력히 전개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이제 복지국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이다. 또한 복지국가는 말의 성찬이 아니라 현실에서 당당히 구현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에서 이 땅에 대담한 복지국가의 전망을 내놓고 이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들이 대동단결해야 하며, 그 범주를 더 확장해 나가야 한다. 이를 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2012년 대선은 복지국가 운동에 있어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아니면 무덤이 될 수도 있다.

 

이태수 | 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 본 기고문은 2012. 07. 31일자 한겨레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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