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08-15   1646

[동향2] 사회복지적 관점의 성년후견제 도입 의미와 과제

사회복지적 관점의 성년후견제 도입 의미와 과제 

 

최윤영 |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I. 들어가며 

우리나라 민법에서는 성년자가 정신적 장애로 인하여 독립적인 법률 행위를 할 만한 판단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를 위해 금치산과 한정치산 제도를 두고 있다. 그러나 현행 금치산과 한정치산제도는 판단능력이 부족한 성년자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재산관리에만 치우쳐 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기능을 못하고 있다. 특히 우리사회는 핵가족화, 여성취업의 증가, 인구의 노령화 등에 따라 전통적인 후견적 가족관계의 해체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가족을 대신할 정신요양원 또는 노인요양병원 등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설 역시 피수용자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침해하여 인권 침해적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 개정 전 우리 민법의 행위무능력자 제도는 자기결정권의 존중, 인간 존엄성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낙후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무능력제도는 우리 헌법 제 37조에 명시된 개인의 자율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는 목적과도 일치되지 않으며, 정신장애인의 인권보호 정신과 자기결정권의 존중, 잔존능력의 활용 측면에서도 위배되었다. 이에 사회 복지적 관점에서 기존 금치산ㆍ한정치산 제도를, 현재 정신적 제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물론 미래에 정신적 능력이 약해질 상황에 대비하여 후견제도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재산 행위뿐만 아니라 치료, 요양 등 복리에 관한 폭넓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성년후견제로 확대ㆍ개편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 법률이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을 앞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성년후견제도 도입과 관련해서는 2004년 성년후견추진연대가 출범되면서 사회에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과거 17대 국회에서 성년후견제에 관한 법안 발의가 시도되었으나 국회에서 공론화되지 못하였다. 이후 18대 국회에서 2009년 법무부산하에 민법개정위원회가 발족되면서 민간단체의 성년후견추진연대와 여러 차례 공개 세미나와 협의 후 2009년 12월 29일 정부안이 발의되었다. 그 후 국회에서 본격적인 성년후견제 도입과 관련하여 민법개정논의가 이루어져 2011년 2월 국회본회의를 통과하여 2013년 7월 1일부터 새로 도입될 성년후견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II. 사회복지적 관점의 성년후견제 도입 의미와 과제  

성년후견제도란 “판단능력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계약체결 등의 법률행위에 있어서 의사결정이 곤란한 자에 대하여 그 불충분한 판단능력을 보충하고 불측의 손해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창설한 본인의 권리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성년후견제도는 정신적인 장애 등으로 인하여 판단능력이 불충분한 사람의 재산관리와 신상보호에 관한 제도라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시민사회 관계를 규율하는 민법상의 제도이면서 더 나아가 사회복지제도 라는 측면이 있다. 

 

성년후견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하여(개정민법 제9조), 한정후견은 같은 사유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대하여(개정민법 제12조), 특정후견은 같은 사유로 일시적 후원 또는 특정한 사무에 관한 후원이 필요한 사람에 대하여(개정민법 제14조의2) 일정한 사람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개시된다. 임의후견은 장차 후견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하여 자신의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에게 위탁하고 이를 위한 대리권수여를 내용으로 하는 공정증서에 의해 체결되는 계약에 의한 후견이다.(개정민법 제959조의 14).  

· 성년후견제도와 사회복지의 관계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 탈가족화, 노령화 현상을 경험한 우리사회에서 노인과 정신적 장애인의 인구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부양과 보호라는 과제는 당사자 가족의 정서적 유대감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복지적 연대성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취약성인계층의 권리보호와 자기결정권의 존중을 기초로 이들의 재산관리와 신상보호를 규율하는 성년후견제도는 시민사회 관계를 규율하는 민법상의 제도이면서 더 나아가 사회복지제도로서 복지 서비스 전달체계 및 복지서비스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 성년후견제도와 공적지원제도의 연계

장애인 복지패러다임은 신체적 결함과 재활을 강조하던 전통적인 의료적 관점에서 장애인의욕구와 의지에 부흥하는 장애인 사회참여와 자립생활의 관점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도입되는 성년후견제도는 정신적 장애인이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며, 비용은 서비스 이용자인 피후견인 자신의 재산으로 지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인권과 복지증진이라는 사회보장적 관점에서 공적지원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공적지원서비스의 구체적 문제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적지원서비스 이용대상자의 선별문제이다. 둘째, 재원 마련의 방식에 관련된 문제이다. 셋째, 공적지원서비스에 대한 운영과 관리문제이다. 성년후견제도는 본래 사적인 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민법상의 제도로 출발하였지만 복지의 관점에서 공적 개입과 원조가 요구된다. 소득과 무관하게 본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동시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개별적 상황에 적합한 유연하고 탄력적인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회 복지적 개입이 필요할 것이다. 

· 성년후견제도와 지역사회복지와의 관계

새로운 성년후견제도의 시행에 앞서 특히 지역사회복지 측면에서는 후견인 양성과 공급을 포함한 서비스 전달체계의 확립 및 저소득층의 후견인제도 이용비용의 조달문제 등이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외형규모와 경제력 면에서 대도시에 뒤지는 중소 도시나 농어촌 지역에서의 제도시행을 위해서는 실제적으로 지역사회복지를 책임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성년후견제도의 서비스 전달체계에서 어떠한 위치를 자치하고 있으며 그 역할이 무엇인지를 세밀히 분석하는 작업 또한 필요할 것이다. 

 

지역사회복지 내의 서비스 전달체계 및 지방정부의 역할에 관한 주요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성년후견제도 도입 목적과 관련하여 공익적인 입장을 견지한다면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역할을 명화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성년후견인 양성과 서비스 전달 방식에 있어 지방정부 주도형, 가정법원 주도형, 민간기관 주도형, 전문법인 주도형 그리고 혼합 형태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최선의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후견인 양성을 위한 비용과 인력공급이 정부의 지원을 통해 해결될 수는 없는 상황이므로 지역복지차원에서 적절한 대처가 요구된다. 지역사회 내에서 후견제 서비스 제공은 피후견인의 지역사회와 시설에서의 일상생활과 계약관계, 수급비 등 신상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사회복지 사업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등 후견제도 시행과 후견인 양성에 관한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즉, 후견인 양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법원, 지역사회복지 단체 등 전문가들의 참여를 통하여 지역의 인적 자원을 유기적으로 조직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 제정과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요구 된다.  

 

맺음말 

현행 개정민법은 성년후견제도의 기본적인 내용만을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지원방안에 대한 언급이 제외되어 있어서 성년후견제도의 원활한 시행을 위한 적절한 후속조치인 즉, 가칭 ‘성년후견제 운영에 관한 지원 법률 및 관련 지원법의 제정’이 요구된다. 이러한 지원 법률에는 성년후견인제도에서 본질적으로 관심이 되는 피성년후견인의 인권과 관리, 성년후견인의 자격 및 양성교육, 제도운영과 전달의 주무부서의 역할과 책임, 법원의 역할과 의무, 후견법인과 후견감독기관 등 개정 민법상의 보완이 요구되는 내용들이 담겨져야 할 것이다.  

 

성년후견제도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경제 선진국들의 사례를 볼 때 적어도 인구의 1 % 이상이 이용하는 제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성년후견제와 타 법률과의 적합성 조율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행정부처간의 적극적인 협력을 유도하는 법률의 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성년후견제도의 입법 시에 관계 부처 간의 의견조율이 많지 않았으며, 특히 보건복지부와의 협조가 부족하여 제도의 시행 시에 혼선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주무부처인 법무부와 법원 그리고 보건복지부의 긴밀한 협조를 도모할 수 있는 법률 내지는 적어도 관계 부처 간의 이견을 조율할 수 있는 전담기구의 상설화가 요구된다. 또한 성년후견제도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지역별로 분화되어 시행이 예상되므로 정부와 지방자단체간의 다양한 방면에서 상호 협력과 재정적 지원 협력을 유도하는 법률의 제정이 시급하다.     

 

새로운 성년후견제도는 의사결정능력에 장애가 있는 성인이 인권을 존중받으면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의 실현을 위한 제도 정비의 첫 단추를 끼운 것이다. 고령자· 정신장애인들이 처한 사회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이분들의 의사가 존중되는 정상화와 사회통합 이념이 실현될 수 있는 성년후견제도가 되길 희망한다. 

 

* 이 글은 <성년후견제 정착을 위한 연속 세미나>에 발표한 글을 요약· 재구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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