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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2
  • 2012.08.15
  • 953

자활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 

 

박용수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사무총장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과 함께 시작된 자활사업은 민간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정부 예산 사업이며,  세부적인 운영지침은 매년 초 복지부에서 발행하는 ‘자활사업안내’에 따른다. 그런데 올해는 연초에 발행되는 2012년 지침보다 6월에 일부 변경되는 하반기 지침개정 논란이 더욱 뜨겁다. 왜 그럴까? 일반적으로 하반기 일부 개정은 오류 수정 또는 진행 계획 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데, 올 하반기 개정에는 자활사업 정책 목표를 달리 하도록 이끄는 내용과 연간 운영에 혼선을 주는 내용, 예산절감에 초점이 맞춰진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자활사업을 운영하는 지역자활센터로서는 이를 평범하게 넘길 수 없었다.

 

변경 시행 절차 문제점부터 살펴보자. 복지부는 6월말, 주말을 포함하여 1주일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의견수렴을 하는가 하면, 자활협회와 복지부의 운영협의회 자리에서 지침개정 내용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반영하지 않은 채 개정안을 공표하였다. 취약계층에 대한 무료간병서비스 실비적용 유료화, 장애통합교육보조원 사업 실비적용, 인큐베이팅 사업단 교육장 임대료 지급 금지 등 타부처 및 대상자에게 사전 협의와 변경 안내를 해야 하는 사안에도 시행 준비기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1. 복지부는 취약계층에게 근로능력 향상과 근로기회를 보장해야

자활사업은 총 4종류로 분류되는데, 근로유지형․인턴형․사회서비스일자리형․시장진입형이다. 근로유지형은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며, 나머지 유형은 지역자활센터가 우선 위탁 운영하고 있다. 지침에는 자활근로사업 중 사회서비스일자리형을 “사업의 수익성은 떨어지나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자리 제공으로 참여자의 자활능력 개발과 의지를 고취하여 향후 시장진입을 준비하는 사업으로 사업단형과 도우미형이 있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지침 개정안에는 ”사업단형의 경우 매출액이 사업비의 50% 이상 발생하여야 함”으로 사업 존속을 위해 매출기준을 제시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제 20조 (자활근로) ‘보장기관은 법 제15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자활에 필요한 근로능력의 향상 및 기능습득의 지원과 법 15조 제1항제4호에 따른 근로기회의 제공을 위하여 수급자에게 공익성이 높은 사업이나 지역주민의 복지향상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 등에서 유급으로 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동법 시행규칙 제25조(자활근로 대상사업) ‘집수리 도우미사업/환경정비사업/재활용품 선별 등 환경 관련 사업/ 시설물 정비사업/ 노인․장애인․아동의 간병․보육․보호 등 사회복지사업/ 숲가꾸기 등 산림사업/ 그 밖에 장관․지자체장이 정하는 사업(이 경우 수급자의 기능습득 지원과 근로기회의 제공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렇듯 법에 근거하여 공익적이면서 자활참여자의 근로능력에 맞춰 일자리사업을 진행해온 지역자활센터는 앞으로 변경된 지침에 따라 매출을 발생시켜야 하는 일자리사업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2. 복지를 희미하게 하는 자활지침 개정안

더욱 심각한 것은 매출 발생을 위해 서비스 대상자에게 돈을 받아야 하는데 자활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업 대상자는 모두 취약계층이다. 행려병동 공동간병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노인장기요양서비스 대상자가 병원에 입원 시 병원간병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또한, 교육청과 협의하에 장애아동통합교육보조원으로 일하기도 하면서 취업의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자활근로사업은 수급자의 자활을 위해 기술을 익히고 숙련시키는 과정인데, 자활근로사업단 존치여부가 매출액을 통해 결정된다면 근로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해당 기술이 없는 수급자는 자활사업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복지간병 등 공익형 자활사업의 개념과 이용자의 실비 부담의 문제는 기존의 자활사업이 가지는 사회적 기여와 효과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특히 저소득 취약계층 중 무의탁 노인이나, 1인세대의 경우 병원에 입원할 경우 간병사를 유료로 채용할 수 없는 상황이며, 보호자없는 병실 등의 사업이 예산의 문제로 실시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에 대한 무료간병을 중지한다면, 대대적인 사회적 반발이 야기될 것이며, 이들은 사각지대로 방치될 것이다. 

 

3. 개정안 발표 전에 변경을 적용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이 우선되어야

자활참여자가 자활사업에 최초 참여하면 상담과 교육과정인 인큐베이팅을 거치게 된다. 올해로 인큐베이팅은 시범사업 기간을 포함하여 4년차인데, 복지부 담당자가 바뀔때마다 사업 내용이 변경되고 있다. 이로 인해 예산도 변경되는 데 이번 개정안에는 사업비 비율 축소, 시범사업 중단, 참여자 교육비 자부담, 교육 공간 임대료 사용 금지 등이 포함되었다.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해석이 다름으로 인해 생긴 문제라고 하지만 복지부가 자활현장을 너무 모르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참여자 교육을 위해 내일배움카드(재직자훈련교육 프로그램 포함)를 활용하라고 하는 데 2011년 고용보험법 개정으로 인해 자활참여자는 모두 고용보험을 가입하도록 특례조항이 만들어져 실업교육(직업능력개발법 12조 1항 2)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재직훈련과정은 수요자를 위해 주로 저녁시간에 배치되어 있다. 이마저도 농촌지역은 프로그램 자체가 개설되지 않거나 접근성이 떨어져 일괄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 복지부가 추진하려는 방향으로 개정하기 위해선 우선 현장이 활용하기 수월하도록 여건 조성을 선행해야 할 것이다.

 

4. 근로능력 평가 심사를 통해 수급권을 제한하고 자기 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빈곤에 대한 국가 책임을 외면하는 행위

경제 상황은 날로 악화되어가고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는 찾기 힘들다. 그런데 복지부는 올 10월 근로능력 평가 심사를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위탁하려 한다. 이미 이 사업에 70억 가까이 예산 배정이 되었다. 근로능력 평가 심사를 통해 근로능력 유무를 판단하여 근로능력 수급자에게 자기 책임을 부여하고 수급을 제한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는 빈곤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행위이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핵심적 정신인 빈곤에 대한 국가적 책임의 회피이자 방기이다. 

 

또한 6월 1일 기획재정부 보도자료의  [기초생활보장지원사업군] 심층평가 결과 및 지출성과 제고방안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 보도자료 일부 발췌 ---

ㅇ 근로능력자 대상 자립․탈수급 관리 및 자기책임 강화

  - 원칙적으로 근로능력 있는 모든 수급자에 대하여 자립계획 수립 등 맞춤형 조건 부과 및 이행점검

  - 자립계획 이행 강화, 추정소득제도 강화*, 수급기간 제한** 및 단계적 혜택축소, 재수급 요건 강화*** 등 자기책임 강화 추진

    * 현행 단일 추정소득 수준을 근로능력 및 자립경로에 따라 단계적 차등 설정

   ** 총수급기간을 일정기간으로 제한하여 제한기한 경과후에는 단계적으로 축소․전환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 

  *** (예시) 정부지원(희망키움통장 등)을 받아 탈수급 후 본인 귀책으로 재수급 신청시 일정기간 수급 제한 또는 수급액 축소

 

즉 근로능력자 수급자에게 자기책임을 강화하여 자립계획 이행 여부에 따라 추정소득 부과, 수급기간 제한 등 단계적 해택을 축소한다는 것이다.

 

5. 자활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

우리나라의 빈곤은 빈부양극화와 빈곤의 악순환으로 인해 가난한 사람이 빈곤에서 해어나오지 못하고 사회에서도 점차적으로 배제되어가는 사회적 덫(social trap)이다. 빈곤을 사회적 덫이라 표현한 이유는 빈부의 양극화와 빈곤의 되물림이 일정한 사회적 형태를 보이기 있어서 빈곤은 한 사람의 잘못과 책임이기 보다 사회가 같이 풀어야만 해결될 과제인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의 빈곤정책에 사회적 책임을 보다 강화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의 주요한 빈곤정책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자활사업 개편 방향은 사회적 책임보다는 개인의 책임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자활사업이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자활정책의 유일한 성과목표는 개인의 탈수급과 취창업 성공율의 증가였다.

 

임금소득 불평등은 해마다 악화되고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고용없는 성장이 만연한 사회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탈수급과 취업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여 수급보장마저도 제한하려하고 있고, 그렇게 되면 수급제한으로 인해 최저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는 빈곤층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12년 보건복지부가 종합자활지원계획을 발표하면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자활지원 정책은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으로서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큰 의미를 가진 사업이다. 일하는 복지가 그 어느 때 보다도 강조되고 있는 만큼 자활사업이 변화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복지부의 자활정책은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을 통해 개인의 책임을 규정하는 것으로 한정해 왔다. 복지부는 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어장을 조성해야 하는 당면 과제를 받아 안아야 할 것이다. 이 과제를 더 이상 개인 책임으로 돌릴 것이 아닌, 사회적 과제로 삼아 함께 해결해야 한다.  

 

 지역자활센터는 지난 12년간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지역주민의 복지향상과 복지사각지대를 해소, 사회공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하여 매년 1,000개(자활제도화 10여년간 1,000개 이상의 공동체 창업, 1개 공동체 평균 9.5명 참여) 이상의 지속가능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왔다. 이는 정부재정을 투입된 다른 어떤 일자리 창출사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성과이다.

 

이러한 성과를 다시금 조명할 필요가 있다.

자활사업이 개인의 책임을 규정하고 탈수급을 강화하는 사업이 아닌 자활사업을 통해 지역주민의 복지를 향상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하고 사회공익성 증대하는 정책방향으로 강화되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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