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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2
  • 2012.09.15
  • 430

빚으로 시작해서, 빚지며 살다가, 빚 남기고 끝나는 삶

 

이진석ㅣ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대다수 국민의 삶이 불안하고 고달프다. 소득은 제 자리 걸음인데, 지출은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만 간다. 

 

한 취업포털 업체가 신입 구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자리를 구하는 젊은이의 절반 이상이 평균 1,4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이들이 빚진 이유는 대학등록금과 생활비 때문이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시점부터 빚은 이들의 삶을 그림자처럼 따르게 된다. 

 

결혼을 하면서부터 빚진 삶은 본격화된다. 서울에서 변변한 전셋집이라도 마련하려면, 최소 1억원 이상은 있어야 한다. 이것도 빚이다. 대부분 주택자금을 마련하느라 빚지게 된 가계부채 규모가 2012년 2분기 기준으로 총 922조원이다. 가구당 평균 5천3백만원 꼴로 연간 이자부담만 250만원이 넘는다. 

 

아이를 낳게 되면, 상황은 더욱 곤란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령대별 자녀 양육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0-2세 자녀는 월 평균 69만원, 3-5세 자녀는 월 평균 82만원, 초등학생 자녀는 월 평균 88만원, 중학생 자녀는 월 평균 98만원, 고등학생 자녀는 월 평균 115만원, 대학생 자녀는 월 평균 142만원의 양육비가 지출된다. 이런 정도의 양육비를 감당할 수 있어야, 아이를 평균적으로 키울 수 있다니, 입이 딱 벌어질 뿐이다.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게 되면, 가족의 삶이 일시에 맨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다. 경제활동인구 2천5백만 명 중에서 고용보험 적용을 받는 사람은 1천만 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고용보험에 가입되어서, 실업급여를 받아도 소득대체율은 30% 수준 밖에 안 된다. 4인 가구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 노인의 삶은 더욱 곤궁하다. 국가복지의 부재로 인해 이들은 아이 양육, 주택 마련, 부모 부양의 부담을 온전히 짊어진 채 살아왔다. 자신의 노후를 준비할 여력을 갖지 못했다. 그 결과가 노인 빈곤율 OECD 1위라는 불명예이다. 노인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110만원, 특히 여성 노인 1인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6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몸이 불편해서 요양시설을 이용하거나, 질병 때문에 병원을 이용하면 바로 빚이 된다. 자식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에는 자식의 빚이 된다. 빚이 대물림되는 셈이다. 

 

복지에 대한 국가 책임의 방기로 인해 대다수 국민의 삶이 빚으로 시작해서, 빚지며 살다가, 빚 남기고 끝나는 처지가 되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그 동안 방기한 국가 책임을 확립하고,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만드는, 복지국가 대한민국의 시작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번 복지동향 심층분석 주제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이 명실상부한 노후 소득보장제도로 발전하기 위한 과제, 그리고 보편적 복지 확충과 선순환을 형성하기 위한 연기금 투자방안을 다루고 있다. 노후가 빚진 삶이 아니라 빛나는 삶이 될 수 있도록, 심층분석 주제에 대한 관심과 토론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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