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10-15   765

[동서남북]청년들이 경제민주화운동에 나서게 된 이유?

청년들이 경제민주화운동에 나서게 된 이유?

 

조성주ㅣ경제민주화2030연대 공동대표

 

그러니까 언제부터였을까? 우리 사회가 청년들, 대학생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 88만원세대라는 유래없는 사회과학 베스트셀러가 나왔을 때부터 였을까? 아니면 청년들이 대학생들이 더 이상 이 세상,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힘들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 일들이 다반사가 되었을 때 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 사회는 10대, 20대, 30대 사망원인 1위가 모두 ‘자살’인 사회에 살고 있다. 실질청년실업자는 120만명, 대학등록금은 연간 천 만원에 달하고 있고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벌기위해 아르바이트로 단기 파견 비정규직으로 자퇴로 대응하고 있다.

 

지금의 2030세대는 대부분 1997년 한 겨울 날씨보다 더 차가웠던 우리 사회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라고 불렸던 그 사건은 당시 초등학생 또는 중고등학생이었던 지금의 2030세대들은 번듯한 직장인에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고 다시 노숙인으로 밀려나던 사람들의 당황하고 무력한 모습을 기억하고. 누군가의 부모가 사업이 망해 전학을 가야한다는 말을 들으며 우리 집은 아니길 바라며 두려움에 숨죽이던 초등학교 교실의 적막을 기억한다. 수학여행비를 내지 못해 교실에 홀로 남겨진 한 중학생의 조용한 흐느낌과 ‘정리해고’라는 단어 앞에 우리 차례는 언제냐며 파랗게 질려 벌벌 떨던 부모님의 얼굴도 지금까지 잊지 못하고 있다.

 

채 5년도 지나지 않아 위기가 끝났다고 누군가는 말했지만 2030세대의 위기는 사실 그때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위기 속에서 살아남은 자는 ‘대마불사’의 존재가 되어 글로벌대기업으로 성장해 권력과 부를 대대손손 세습하는 재벌대기업이었고 새로운 ‘피’를 수혈해 지리멸렬하게 생존하는 정치권력이었으며 그나마도 이제는 위태로운 ‘정규직’의 명찰을 지킨 일부였다.

 

그들은 분명 상처받은 세대였다. 그리고 그 이후 ‘약육강식’, ‘무한경쟁’이라는 무시무시한 논리로 무장한 우리 사회는 이들 세대들을 끊임없이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우리 사회가 ‘부자되세요’ 열풍으로 ‘부동산투기’ ‘펀드열풍’ ‘스펙경쟁’ 으로 얼굴을 바꿔가며 다음세대를 절망으로 몰아넣는 동안 2030세대의 위기는 커져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청년들이, 대학생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학등록금이 너무 비싸서 문제라고 대학생들이 거리를 촛불로 물들이기 시작했고 청년들에게 노동의 권리를 허하라며 노동조합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집이 없이 떠돌아다니는 스스로를 ‘민달팽이’라 지칭하고 주거권을 되찾자는 흐름도 나타났다. 냉소와 패배주의에 빠져있었다고 이야기되던 한국의 2030세대가 스스로가 처한 상황을 폭로하고 개선해야 한다며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사자운동’이라고 이름 붙여졌던 2030세대의 그러나 2030세대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는 새로운 목소리를 내자 우려의 목소리도 뒤따라 나왔다. 이 사회에서 힘든 사람이 2030세대들만이 아닌데 혹여 ‘이기적’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였다. 만약 2030세대의 당사자운동이 이 사회구조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다른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지 않거나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사회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우려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일 수 있었다. 그런데 당사자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출현한 2030세대의 목소리가 이제 다른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고 이 사회구조에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던지는 새로운 사회개혁운동으로 발전해나갔다. 많은 2030세대 당사자운동을 하는 단체들이 모여서 우리의 요구를 모아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 여타의 사회경제적 약자들과 연대하자는 목표로 ‘경제민주화2030연대’를 구성하기에 이른 것이다.

 

경제민주화2030연대는 약 20여개의 청년단체가 모여서 만든 연대단체이다. 이름에 명료하게 드러나있듯이 이 단체는 ‘경제민주화’를 2030세대가 살아갈 새로운 사회의 핵심 화두로 설정했다. 그것은 현재 2030세대가 겪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가 경제민주화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30세대가 새로운 사회경제적 약자집단으로 등극하게 된 핵심적인 이유는 그들이 한국사회의 경제구조의 가장 밑바닥을 형성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30세대가 스펙을 쌓고 원래 아픈게 청춘이라고 스스로를 위무해도 이 구조에서 탈출할 수 없음은 사실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사회적 부와 권력을 다른 세대와 나누지 않았다. 다른 사회적 약자와 나누지 않았다. 누군가가 부를 독점하고 누군가가 타인의 것을 빼앗으면서 만들어진 지금의 대한민국을 2030세대는 거부하고자 한다. 그래서 경제민주화를 실현해야만 우리 세대가 다른 세대와 공존하고 또 다음세대가 살아갈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2030연대는 2030세대를 위한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스스로의 권리를 인식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것은 2030세대 권리선언으로 집약하고 헌법에 근거한 권리를 회복하고 다음세대를 위한 우리 스스로의 약속을 하는 선언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 선언과 약속은 다음과 같다.

 

1. 우리는 집을 사지 않을 것이다. 집에 살 것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하라!

2. 우리는 탈세하지 않을 것이다. 납세할 것이다. 취업하여 세금을 낼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하라!

3. 우리는 투기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할 것이다. 노동하면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노동조건을 개선하라!

4. 우리는 경쟁하지 않을 것이다. 협동할 것이다. 경쟁이 아닌 협동의 가치가 꽃피는 사회적경제를 확대하라!

5. 우리는 교육을 사지 않을 것이다. 교육을 누릴 것이다. 돈이 없어도 교육받을 수 있도록 교육권을 보장하라!

6. 우리는 독점하지 않을 것이다. 상생할 것이다. 중소기업, 영세상인도 함께 살 수 있도록 독점을 폐기하라!

7. 우리는 기권하지 않을 것이다. 투표할 것이다. 청년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선거제도를 개혁하라!

8. 우리는 절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희망할 것이다.

 

이 선언은 다음세대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다. 경제민주화 2030연대는 2030세대 스스로가 이 사회의 변화를 위한 스스로의 실천과 함께 사회에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입법과제와 정책과제들도 제시하고 각 청년, 대학생 단체들과 공동요구안을 만들어 제시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경제민주화2030연대가 각 대학생, 청년단체들과 함께 추진하기로 한 입법과제들은 다음과 같다.

 

①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
 : 정부공공기관, 지방공기업에 매년 정원의 5% 청년고용의무 부과(현재는 노력조항)
 : 300인이상 또는 매출 1000억원 이상 민간기업에게도 매년 정원의 5% 청년고용의무 부과

 

② 최저임금법 개정
 : 최저임금 당사자(여성, 청년, 노인)가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으로 참석해야 함.

③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 ‘근로자’ 정의 확대성 확대 및 노동조합 설립신고 제도 개선
 : 노동자간 격차해소를 위한 단체협약 적용률 제고

④ 노동시간단축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특별법 제정
 : 실근로시간에 대한 근로감독의 강화를 통한 근로기준법 준수 강화 및 엄격한 법집행
 : 실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⑤ 근로기준법 개정안
 : 근로기준법 적용사업장을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으로. 감시감독 강화

⑥ 고용보험법 개정안
 : 실업급여 수급조건 완화 및 수급기간 연장 (민주통합당 홍영표 의원 대표발의)
 : 구직촉진수당 도입

⑦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 청년의 경우 피부양자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만40세 이상만 건강검진 가능, 이를 15세 이상 전체로 확대하여 실업상태의 청년들에게도 최소한의 건강검진이 가능하도록

⑧ 반값등록금 관련 법안(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고등교육법 개정)
 : 현행 고등교육 재정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GDP 대비 0.6% 수준인데 이를 1.1%까지 끌어올림
 : 늘어난 고등교육 재정을 대학에 투자하여 정부 개입력을 높이고 교원 충원 및 실질적 반값등록금 실현

⑨ 대학 민주화 실현(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 개정)
 : 경제민주화는 재벌, 대기업의 독점 구조를 개혁하는 것을 뛰어 넘어 노동현장, 교육현장에서 각 주체들이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함.
 :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을 통해 교육재정을 늘리고 이를 대학에 투자하여 정부 개입력을 높여 대학내 ‘대학평의원회’를 실질적 의사결정 구조로 설계.

⑩ 주택법, 임대주택법 개정안
  : 공공임대주택 건설 시 1, 2인가구를 위한 쿼터제 도입
 : 1, 2인가구를 위한 전세자금대출제도 및 각종 주택금융정책 개혁

 

우리 2030세대들은 경비용역회사에 취직하여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탄압해야만 치솟는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는 대학생.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폭염 아래에서 보도블럭을 교체하다가 사망한 28세의 청년. 욕망이 쌓아올린 미분양 아파트를 뒤로하고 창문 없는 고시원에서 숨을 죽이며 살아가는 취업 준비생의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새로운 사회의 밑돌을 우리는 가장 먼저 ‘청년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것으로 놓으려 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갈 사회를 우리 스스로 선택하고 개척하기 위해 나선 운동이 경제민주화운동이다. 지금 청년들은 크게 절망하고 있고 아직은 작게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정당한 분노이다. 오늘날 2030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과 애정, 위로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우리 사회가 함께 살기 위해 수많은 불평등과 맞서 싸워주는 것,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경제민주화2030연대가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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