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9 2019-11-04   998

[편집인의글] 복지동향 제253호

편집인의 글

 

김형용 월간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복지동향은 매년 11월에 차년도 보건복지 예산안을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예산분석 결과는 그 세부 내용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관되었다. 큰 폭으로 증가하는 보건복지 예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편성된 예산은 현 위기를 극복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인구변화와 경제상황의 변화라는 구조 때문에 보건복지 예산은 자연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보편적 복지국가라는 근본적인 전환은 시도되지 않는다는 평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조금만 분석 기간을 늘려보면 이전 정부와는 전혀 다른 근본적 전환점들에 의해 반론된다. 예를 들어, 예산안을 보면 2020년 노인복지 예산에서 기초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79%이며, 아동·청소년복지 예산에서 아동수당이 차지하는 비율은 87%이다. 더 나아가 영유아보육료지원금이 절대부분을 차지하는 보육예산은 따로 분석되는데 그 규모가 아동·청소년복지 예산의 220%에 달한다. 각 정부의 국정운영기조의 변화에 따라 새로 도입되는 보편적 복지가 전체적인 예산 구조를 변화시킨 것이다. 따라서 예산 분석은 각 정부의 국정운영기조의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정책들의 예산에 주목해야 한다.

 

본 호에서 윤홍식 교수 또한 올해 국정운영기조의 변화에 주목하였다. 그런데 중요한 부분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사람중심의 지속성장 경제라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이 이제는 경제성장을 통한 분배라는 개발국가 기조로 선회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2020년 보건복지 예산의 높은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복지지출의 확대를 위한 증세는 수반되지 않았고, 증가율을 보인 예산 상위항목도 대부분 복지 관련이기는 하지만 일자리 및 경제로 편성될 수 있는 항목이며, 복지 예산보다는 중소기업·에너지 부문 예산, R&D 예산, SOC 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에서 이제 보편적 복지가 국가운영기조에서 후퇴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홍정훈, 김경희, 이경민 간사 그리고 김진석, 김보영 교수가 분석한 보건복지 부문별 예산 분석 결과도 이와 같다. 보편적 복지는 현 정부의 국가운영기조에서 빠진 듯, 2020년 예산에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기준 전면 폐지라는 변화가 없음으로 인하여, 수급자는 증가하지 않고 생계급여 인상률도 미미한 인상에 그쳤다. 중증장애인 등 일부 취약가구에만 부양의무자기준을 완화한 것은 기초연금 인상으로 인하여 수급자 수가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한 ‘현상 유지’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보육 예산에는 공립어린이집 확충사업의 실행률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노력이 보이지 않고, 아동·청소년복지 예산에서는 아동수당을 제외하고 초등돌봄이나 돌봄종사자 처우 개선 등 핵심 과제는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였다. 노인복지 예산은 ‘노인맞춤돌봄서비스’의 통합운영 예산 편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여전히 공공인프라 확대나 장기요양보험법에 명시된 법정국고지원도 이루어지지 않아 국가책임이 무색하고, 보건산업분야 예산은 보건산업 관련 R&D 신규사업이 대폭 증가한 반면 공공의료의 세부사업들은 삭감되거나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보였다.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예산은 커뮤니티케어와 사회서비스원 등 전달체계 개편의 어느 하나도 기존 체제를 바꾸기에 부족한 미미한 예산으로 편성되어 또 다른 서비스나 기관을 설립하는데 그치는 수준이다.

 

결론적으로 2020 예산안은 국가운영기조가 포용복지가 아니라 혁신성장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 혁신의 방식도 개발국가의 성장방식과 그리 구분되지 않는다. 혁신을 위해서라도 분노가 확장되는 현재의 불평등에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 예산이 그러한 정책기조의 마중물이자 수단이 되어야 한다. 지지율이 낮아지는 현 정부의 고충은 경제의 어려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국가 책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다시금 ‘나라를 나라답게’의 의미를 새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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