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03-10   1323

행복한 엄마되기: ‘입양가정에 대한 따뜻한 소개가 담긴 동화책도 만들어야죠’

아름다운 관계를 만드는 사람

한국입양홍보회 한연희 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한 박주현 변호사는 본지 편집위원으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으며, 현재 SBS 일요일 오전 8시에 방송되는 ‘시사포럼’ 진행 뿐만 아니라 공동모금회와 아이들과 미래 등 사회복지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관계’

필자는 요즘 교회성가대에서 부활절을 앞두고 ‘십자가상의 죽음’이라는 칸타타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 곡의 백미는 마지막의 ‘내 죽음이 네게 무슨 상관 있나’라는 부분이다. 예수의 죽음이 내게 무슨 상관이 있기에 나는 예수를 믿는 것일까.

친아들 한 명, 입양아들 두 명, 수양아들 두명을 키우고 있는 한연희씨를 만났을 때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이 그 관계라는 것이었다. ‘저 엄마는 저 아이들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어서 평생을 함께 씨름하겠다는 것일까.’

그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그 ‘관계’라는 것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이야기하는 ‘관계’는 정작 내가 생각하던 수준의 ‘결단에 의해서 관계를 맺는 것’을 넘어서서, 한번 맺어진 관계를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것에 관한 것이었다.

“엄마들이 너무 힘들어해요. 큰아이(갓난 아이가 아닌 어느 정도 자란, 서너살 이상의 아이)를 입양한 후 그 아이가 말도 안하고 뚱하고 있을 때 속터지는 엄마의 심정은 제가 잘 알지요. 이 아이와 평생 이 거리감 속에서 살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나중엔 절망감으로 바뀝니다. 그때쯤이면 소아정신과를 찾게 되고, 파양을 생각하게 되지요.” 한연희씨의 설명에 의하면, 한 해 우리나라에서 국내 입양되는 아이들이 1700명 정도인데, 그 중 1500명은 불임부부가 입양하는 경우이고, 나머지 200여명은 자녀를 가진 부모가 입양하는 경우라고 한다. 불임부부의 경우 친자식처럼 비밀입양을 하기 때문에 거의 갓난아이를 입양하고 있고,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갓난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해서 어느 정도 자란 아이를 입양하는 경우가 많은데, 막상 큰아이를 입양하는 경우 서로 관계를 형성하고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다고 한다.

“아이들이 이미 상처를 많이 입은 상태라 양부모가 그 아이의 상처가 치유될 때까지 끈기있게 잘 보살펴주어야 하는데, 그게 어렵지요. 정신과적인 도움이나 심리치료가 너무나도 절실합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입양가정에 대해서 의무적으로 심리치료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친부모자식간이나 부부지간에도 갈등의 계기가 있을 때 심리상담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만 정상적인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데, 낯설고 각박한 환경에서 자라던 아이를 입양한 경우에는 오죽하겠어요. 심리상담이 너무나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연희씨는 90년 4월 둘째를 입양한 후 이 아이를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키워야겠다는 욕심에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려서 98년 6월에 셋째를 입양했다고 한다. “둘째에게 평화로운 가정을 제공해주고 싶었는데, 입양아이라는 편견을 뛰어넘으려는 욕심 때문에 사랑이라는 명분하에 트레이너가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둘째도 저도 예민했고, 힘이 들었지요. 그런데 셋째를 입양하고 나서는 그런 깨달음이 있은 후라서인지, 그아이의 깊은 슬픔을 이해하게 되었고, 감정이 전이되고 공유되어서 ‘내 아이보다 더 예쁘다’는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흔히들 친자식만큼 할 수 없기 때문에 입양을 안하다라고 하는데, 그것은 변명이지요. 낯설음일 뿐이에요. 낯설음은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한연희씨는 99년 12월에 다시 두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데려왔는데, 그 아이들은 둘째, 셋째보다 훨씬 더 불안정한 상태였음에도 절망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부모와 사회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했던 상태에서 지금의 저런 모습은 너무나 정상이다’라는 마음의 여유와 다시 회복이 될 거라는 희망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 아이는 아직 입양절차를 밟지 못했어요. 법적으로는 부모가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전혀 연락이 안되는 부모들이지요. 그래서 지금은 위탁가정 형식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어요. 두 아이는 국민기초생활법이 시행되고 나서 생계급여를 받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법적으로 부모가 있다는 이유로, 또 제가 데려다 키운다는 이유로 아무런 혜택이 없었어요. 그런데 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되고 나서 실질조사가 나오니까 가능하게 되었지요. 제가 사회복지사에게 그랬어요. ‘내가 재산이 많다한들 저 아이들은 입양이 안되어서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저 아이들은 사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저 아이들에 대해 지급되는 급여는 내가 투명하게 다 보고하겠다’고 했어요.”

한연희씨는 보육원보다는 그룹홈이, 그룹홈보다는 위탁가정이, 위탁가정보다는 입양가정이 본래 의미의 가정에 가깝다는 점에서 아이들에게 좋다고 했다. 입양절차를 밟았을 때 아이들이 느끼는 소속감과 안정감은 아이들에게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단 입양하고 나면 사회적인 지원이 완전히 끊기지요. 네가 선택한 것이니 아무리 힘들더라도 네가 책임져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최근 입양아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생겨나서 너무 반가워요. 둘째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 입양아에 대해 중고등학교 수업료를 면제해 준다는 기사가 신문 한 귀퉁이에 났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스크랩을 해가지고 학교에 가지고 갔지요. 학교에서는 그때까지도 모르고 있다가 교육청에 문의하고 하더니 결국 수업료를 면제받았지요. 너무나 뿌듯했어요. ‘이 아이에 대해서 사회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라는 느낌이었죠. 게다가 둘째가 이제 대학교에 가려고 하는 시기에 세군데 대학에서인가 입양아를 특별전형한다는군요. 둘째는 자기는 실력에 의해서 갈 거라고 장담하지만 누가 알겠어요. 너무나 기분이 좋아요. 내가 사회공동체에 속했다 하는 소속감이고 안도감이지요” 아이처럼 좋아서 연신 벙글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동안 ‘입양’ 하면 괜히 편견만 갖고 뭐 하나 해주는 것도 없이 부담스럽게만 생각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 사회가 이 엄마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 처지인가.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는 10년동안 너무 외로웠어요. 나는 보편적인 사람이고 싶은데, 주위사람들과 다른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에 힘들었어요. 다른 입양부모를 만나보고 싶었고, 함께 상담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한국입양홍보회를 만들게 되었고, 300여명의 양부모들이 모였어요. 꼭꼭 숨어있다가 한명씩 한명씩 나오고 있지요. 거의 대부분 유자녀 부모들이에요. 이 엄마들 대부분이 고아원에 자원봉사를 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지요.

보지 않고서는 생각이 나올 수가 없거든요. 그런 점에서 중고등학생 자원봉사제도도 이러니 저러니 말이 있지만 저는 잘 되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필요하지요.”

한국입양홍보회는 홈페이지를 두고 양부모들이 서로 들어와서 입양일기도 쓰고 서로 상담도 하고 어려움과 기쁨을 함께 나눈다. 양부모대회를 한차례 치렀는데 분위기가 얼마나 좋았는지 그 대회에 우연히 참석했다가 아이를 입양하게 된 가정들도 있다고 한다.

한연희씨는 홈페이지에 올라온 고민들을 상담해주고, 입양일기를 계속 올리고 있는데, 아이들이 싫어하지 않는지 물어보았다. “아이들이 싫어하면 당장 그만두어야지요. 아이들이 이해하고 있고, 아이들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입양가정의 어려움과 기쁨이 낱낱이 세상에 알려져야 막연하던 입양에 대한 두려움과 낯설음이 사라지겠지요. 또 그래야 아직도 가정의 소중함을 모르고 각박하게 자라는 우리의 아이들, 그리고 자신의 작은 사랑에 의해서 아이들이 회복되고 예쁘게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 감격과 환희를 아직 맛보지 못한 부모들이 입양에 다가갈 기회가 많아질 거라는 믿음 때문에 날마다 컴퓨터 앞에 앉게 되요. 아이들도 날마다 들어가서 보기 때문에 거짓말을 못해요. 아이들과 대화하는 방법이 되기도 하지요.”

‘공개입양’. 사실 우리의 법체계상으로 입양은 공개적이다. 입양절차를 밟아서 입양신고를 하면 호적에 입양으로 기재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를 잇기 위하여 비밀리에 입양을 하고 법적으로는 친자로서 출생신고를 한후 모두에게 비밀로 해왔기 때문에 원래의 입양이 굳이 공개입양으로 구별되어 일컬어지게 된 것이다.

“저는 90년에 입양할 때부터 정식으로 떳떳하게 입양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입양기관에서도 입양절차에 대해서는 소개가 없었고, 동사무소에서도 당연히 친자출생신고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어요. 동사무소에서는 처음 해보는 것이라 우왕좌왕하고, 입양기관에서도 양자수속하는 경우는 제가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친자출생신고를 하고 비밀리에 부쳐도 입양아는 결국 알게 되요. 남을 통해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아이들은 극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양부모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다고 해요. 그보다는 처음부터 ‘입양을 하는 것도 낳은 것과 마찬가지로 가족이 되는 방법이고, 낳은 것과 똑같이 하나님에게서 선물로 받은 것이고, 너희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부모가 되었다’는 것을 잘 설명해주면 아이들은 의외로 잘 받아들이고 이해합니다. 법적으로도 1년이 지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파양을 할 수 없고 상속도 똑같이 받고 친자녀와 다를 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입양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뭔가 남모르게 속이고, 친자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 거짓증인을 세워 위증을 하게 하는 것은 첫단추를 잘못 끼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한연희씨는 우리사회가 사려깊지 못하다고 하면서 외국의 예를 꺼냈다. “외국에서는 입양서류만 법원에 들고 가면 법원에서 입양절차를 밟아주고 입양관련서류는 법원에서 보관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서류에는 친자와 구별없이 올려져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입양관련서류를 입양기관에서 보관하고 그 서류를 들고 가서 따로 수속을 밟아야 하는데 너무 어렵고 힘이 들고, 또 입양사실이 누구라도 떼어볼 수 있는 호적등본에 떡 하니 기재가 되지요.” 아이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입양을 공개하더라도 누구라도 볼 수 있는 공식서류에 입양사실을 기재하는 것은 사려깊지 못하다는 것이다.

사실 그렇다. 누가 어디에서 산다는 기본적인 사항이 담긴 주민등록등본은 아무나 떼지 못하는 데 비해서, 어느 가족의 가족사가 어떻게 되는지 다 기재되어 있어서 사생활관련서류라고 할 수 있는 호적등본은 누구라도 다 떼어볼 수 있다. 이참에 호적제도를 없애고 주민등록을 등기부에서 갑구, 을구로 나누는 것처럼 주소란과 신분란으로 나누어서, ‘주소란’은 지금의 주민등록과 같이 하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신분란’에는 지금의 호적에 적힌 신분변동사항을 기재하되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친권포기가 어려운 것도 문제다. 부모가 자식을 고아원에 맡기고 몇 년간 연락 한 번 하지 않아도 이 아이는 법적으로 부모가 있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입양될 기회를 전혀 가질 수가 없다. 자식을 부모의 소유로 생각하는 가부장적인 제도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6개월 내지 1년만 부모가 책임을 다하지 않아도 사회적으로 개입해서 친권을 제한할 수 있고, 유럽의 경우에도 광범위하게 친권에 대해 사회적으로 개입한다. 한연희씨네 넷째와 다섯째는 한번도 연락이 안되는 부모의 존재 때문에 둘째와 셋째형에 비해서 불안정한 가족으로 지내야 하는 것이다.

이야기가 세시간을 넘어 이어졌다. 문득 그녀가 행복한지 궁금해졌다. “물론 행복하지요. 나의 작은 관심과 정성이 저 아이들에게 엄청난 힘이 된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행복합니다.

보잘것없는 내가 뭔가 정말로 가치있는 인간이 된 것 같은 느낌이지요. 희생이라고 생각하면 셋째, 넷째, 다섯째를 계속 데려왔겠어요? 전 남편으로부터 청혼을 받았을 때 입양하는 것을 조건으로 허락했어요. 큰아들을 낳고 수술을 했는데, 지금은 괜히 했다 싶어요. 낳은 아이든 입양한 아이든 모두 소중하잖아요. 큰아이는 ‘나는 엄마처럼 안 산다. 저렇게 정신없이 바쁘니까.’ 하더니 대학을 사회복지학과로 갔어요. 시부모님은 입양한 아이들이 제대로 자라지 않으면 어떡하느냐고 반대하셨지만, 제가 그 아이가 혹여 잘못되어서 형을 받는다 해도 이 엄마가 있다는 것 때문에 1년 받을 것을 10개월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설득해서 결국 허락을 받았지요.” 문득 며칠전 김정란 시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안티조선 사람들이 망년회를 하는 자리에서 진중권씨가 그랬다는 것이다. “우리가 행복해 하면 우리가 이기는 겁니다.”

“입양부모들을 만나보면 희망사항이 입양수수료와 유치원비 지원이에요. 좋은 일 하려고 입양하려 하는데 입양수수료까지 내려면 꼭 아이를 사 오는 것 같아서 싫다고 해요. 또 그 돈이면 아이에게 더 잘해줄 수도 있는데 싶기도 하고. 외국의 경우처럼 불임부부들의 요구에 의해서 갓난아이를 입양하는 경우는 사립입양기관에 맡겨서 높은 입양수수료를 내게 하고, 장애아나 큰아이들처럼 입양되기도 어렵고 아이들에게 가정을 주기 위해서 입양하는 경우는 공공입양기관에서 입양수수료 없이 오히려 지원을 하면서 입양을 하게 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고아원에 있을 때 5만원이 지원되고 위탁가정에서 자랄 때 2만5천원이 지원되는 데 비해서 입양을 하면 지원이 하나도 없지요. 사실은 입양되는 경우에 아이가 제일 좋은 조건에 있는 것인데도요. 우선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보육료 감면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느 정도만 지원되어도 많은 가정을 공개입양으로 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해요. 사실 우리사회에서는 아시다시피 좋은 뜻으로 입양하려는 가정이 중산층이나 서민층이거든요. 아이가 하나둘 더 늘어나는 것이 교육비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되지요. 어떤 엄마는 두 아이를 입양했는데, 낳은 아이도 한 명 있고 세명이 다 유치원 또래에요. 얼마전에 찾아가보니 이 세아이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자니 경제적인 부담이 너무 크니까 세 아이를 다 집에 데리고 하루종일 있다가 호랑이엄마가 다 되었어요. 힘든만큼 보람 있지 않겠느냐면서 흔쾌히 입양을 했던 이 엄마가 이런 형편이 되니 하루가 천년 같다고 하더라구요.”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어린이집 문제에 간여해 왔던 필자는 속으로 너무나 뜨끔했다. 영유아보육법의 보육료감면대상을 일반 사회복지시설에 비해 대폭 늘렸다고 자부했던 터였는데, 더구나 친자출생신고를 했더라도 입양기관의 입양사실확인서에 의해서 입양아의 보육료감면은 얼마든지 가능한데, 감면자의 비율을 맞추느라 고생하는 보육시설에서도 대환영할 터인데, 정말로 무식이 유죄였다.

“얼마전에 한 엄마가 울면서 찾아왔어요. 6살 아이를 입양해서 1년이 되었는데, 잘 안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먼저 선수를 쳤지요. ‘말도 안하고 뚱하고 있으면 발로 차버리고 싶지 않았어요? 부모가 나타나서 데려가면 못이기는 척 보내줄 텐데 하는 생각도 했지요? 나는 너무 미워서 아이와 눈을 맞추지 않으려고 한 적이 있었어요. 내가 그 아이를 미워하는 것이 들킬까봐요. 한 3년 갔어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 좋아요. 아이도 잘 자라고요.’

그랬더니 그 엄마가 또 울면서 ‘내 심정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3년이면 되요. 3년이면 기다릴 수 있어요. 평생 그럴까봐, 유치장에서 보게 될까봐 그게 너무나 두려웠어요.’ 그러면서 가시더라구요. 전 큰 아이한테 너무 욕심을 내서 서로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서 이제는 아이들을 잘 관찰하지요. 그저 잘 지켜보고 필요할 때 도움을 주면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출중하게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부모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자란다면 자기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자라서 사회공동체에서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고 믿어요. 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요. 지금은 글로벌시대다. 우리사회의 편견이나 차별에 신경쓰지 마라. 그런 데에 신경쓸 시간과 여유가 없다. 그 시간에 더 앞으로 나아가라.”

그러면서도 한연희씨는 우리사회에서 입양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 초등학교 중학교 교과서에서 가족이나 출생부분에 입양에 대해서 아주 긍정적이고 밝은 톤으로 설명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며, 콩쥐팥쥐 같은 이야기가 아닌 입양가정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를 다룬 동화책도 구상하고 있다는 이야기, 공익광고를 할 수 없나 알아보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벌써 밖은 어둑어둑해졌고, 우리는 결론을 맺어야 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어렸을 때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은 다리를 만들고 팔을 만드는 것이고, 좀 더 커서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신경을 쓰는 것은 섬세하게 눈코입을 다듬는 것이다. 멋진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근사한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은 내 일방적인 작업이 아니라 아이들의 반응과 그에 대한 재반응이 연결되는 ‘관계’의 형성이라는 점이고, 결국 아이를 키우는 일은 사랑이라는 반죽으로 아이와 함께 하나의 인격을 만들어가는(아니 엄마의 인격까지도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고 창의적인 일이다.

집을 나서는 데 둘째부터 다섯째까지 모두 나와 인사를 한다. 항상 옆에서 따뜻함과 엄격함을 가지고 지켜보아주는 눈길은 이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다. 문을 열고 나서는데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래 사람이 분명 꽃보다 아름다워.’ 함박눈을 맞으며 걸어가는데 오랜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으면서 자꾸만 자꾸만 함박웃음이 나왔다.


행복한 엄마되기 : 한국입양홍보회 회장 한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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