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0 2020-07-01   632

[동향2]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하는 필연적 이유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하는 필연적 이유

한창현 (공인노무사, 산업안전보건지도사,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실행위원)

  

우리는 자고나면 매일 뉴스에서 또 누군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가 사고로 죽었다는 뉴스를 보고 듣는다. 한해에 약 800~900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었고 지금도 죽고 있고, 어쩌면 앞으로도 그렇게 죽어갈지 모르겠다. 하루에 2~3명의 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죽는 나라, 우리 대한민국이 직면한 현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업재해 사망률 1위라는 말도 이제 너무 자주 들어 언급하는 것조차 식상한 사회가 되고 말았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왜 노동자는 일터에서 죽어야 할까? 다들 일하러 왔을 뿐인데 왜 죽었을까? 누가 일부러 죽이려고 한 것도 아닌데, 그들은 왜 죽었을까?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로 304명이 사망했다. 전 국민이 무력감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생생히 목격해야 했다. 8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 이야기만 나오면 그 어이없는 죽음 앞에 온 몸이 바르르 떨린다. 만약 매년 800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모습이 세월호 사건처럼 TV로 중계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건설현장 고층에서 떨어져 머리가 깨져 죽고, 고속으로 회전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손이 빨려 들어가 으스러지고, 중장비에 사지가 짓눌리고, 전기에 감전되어 온몸이 검게 타들어간 노동자의 모습이 정말 TV로 중계되었다면, 지금처럼 남일 인 듯 아무렇지 않게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을까? 사고로 뉴스에 나온 그 노동자가 내 남편, 내 자녀, 내 동생, 내 아빠, 내 조카, 내 친구, 내 옆집 사람이었다고 하면, 그 때는 어땠을까?

 

2016년 5월 항상 가방에 컵라면을 가지고 다니며 끼니를 때우던 서울메트로 협력업체 소속 19세 비정규직 김군은 열차가 들어오는지 누구하나 지켜봐주는 감시자도 없이 스크린도어 뒤편에서 혼자 수리 작업을 하다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죽었고, 2018년 12월 컨베이어 굉음이 울리고 탄가루에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은 곳에서 하청업체 소속 24세 청년 김용균은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혼자 석탄 이송용 컨베이어 벨트 점검 작업을 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죽어갔고, 2020년 4월 부산시에서 발주한 하수관공사에서 유해가스 및 산소농도도 측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중국동포 노동자 3명이 폭발 및 질식사고로 죽어 갔다. 그리고 2020년 4월에는 이천 물류공장에서 공사기간을 단축하려고 여러 협력업체가 좁은 공간에서 동시에 용접과 우레탄폼작업을 동시에 하다 한순간의 화재로 38명의 노동자가 한순간에 죽어갔다.

 

구의역 김군이,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소속 김용균이, 부산 하수관 공사 중국동포가, 이천물류공장 작업 노동자들이 발주기관이나 원청, 또는 그들을 고용한 사업주의 아들, 딸 이었다고 하면 그런 위험현장에 그들만 그렇게 덩그러니 내버려 두었을까? 우리사회는 그들을 비정규직, 일용직, 협력업체 또는 하청노동자,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이 땅에서 가장 유해하고 위험한 업무에 별다른 안전장치도 없이 그냥 떠밀어 넣은 것은 아닐까?

 

사람이 사람을 죽이면 형법에 따라 살인죄로 처벌받는다.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살인죄와는 달리 고의가 아닌 과실로 사람을 죽게 해도 형법상 과실치사죄로 2년 이상의 금고 및 7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재해로 노동자가 매년 800명이 사망해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는 비율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것도 징역형이 아닌 가벼운 벌금형 정도에 그치는 게 대부분이었다.

 

대기업 건설 회사나 중공업 조선소에서는 해마다 약 7~10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사망해왔다. 어느 모 대기업건설회사는 최근 10년 동안 약 100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여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올해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되어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대기업 건설 회사나 중공업 조선소 최고경영자가 처벌 받았다는 소식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최근 그 중공업조선소는 올해 최고의 선박수주를 했다고 연일 신문지상에 주가를 올리고 있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로 노동자가 40여명 사망했을 때, 법원은 사업주에게 고작 벌금 2,000만원을, 그리고 관련자 전원에 대해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그 누구에게도 실형 판결은 없었다.

 

김용균 사망사고 후 고용노동부에서 공기업인 태안화력발전소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1,000건이 넘었다고 한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기업의 안전보건 실태가 이정도이면 김용균씨의 산업재해는 단순 과실차원을 넘어 사실상 기업 살인임이 너무도 자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어느 임원하나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철저히 자본주의 이윤논리에 의해서만 굴러가는 괴물과도 같은 법인에게 생명 존중 사상이나 기업의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바라는 것은 어쩌면 우리들의 순진한 환상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우리가 회사와 같은 무생물에게 마치 사람과도 같은 “법인격”을 부여한 것은 법인의 법률행위에 따른 책임을 지우고자 함이었으나 기업은 오히려 “법인격”을 이용해 무한한 부와 자본만을 축적해오며, 이제 법인의 이름으로 사람에게 대항하며, 사람을 죽이는데 그의 자본과 권력을 사용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환경법을 위반한 기업의 법률행위로 무수한 노동자가 사망해도, 돌이킬 수 없는 해양기름 유출사고로 바다 및 해양 동식물을 전멸시켜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많은 시민이 이유 없이 죽어가도, 지금까지 우리는 그 법인 자체를 구속시키거나 사형시킬 수가 없었다. 형법상 법인은 범죄행위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이미 2007년도에 기업살인법을 제정하였고, 우리도 2017년 4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하였으나, 결국 기업의 반대와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일부 국회의원들 때문에 해당 법률은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사장되고 말았다.

 

산업안전보건법, 환경법 및 제조물책임법 등을 위반하여 노동자 및 국민을 사망케 하는 자에 대해서는 해당법률 행위위반자 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사업주는 물론 최고경영자 및 그리고 법인에 대해서까지 직접 그 책임을 엄중히 묻고자 “중대재해해기업처벌법”을 국민의 힘으로 제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제정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는 재해예방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가 사고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을 질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건설공사의 경우 재해발생시 공사기간 및 공사금액, 공사방법, 협력업체 선정, 도급에 따른 안전보건예방시스템 등에 따른 결정권을 가지면서, 한편 해당 공사로부터 가장 큰 이득을 얻는 발주자, 시행사, 원청사에게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총괄책임을 지우고, 사고에 따른 법적 처벌도 가장 강하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대부분은 제조 및 건설, 조선업에서 발생하고 있고, 이들 업종에서는 대부분의 유해 위험한 작업공정은 다단계의 하도급 구조로 되어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를 그물망처럼 촘촘히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책임 주체가 되는 사업주가 원청 대표인지 하청업체 대표인지, 아니면 현장 안전보건책임자인지, 협력업체 소장인지 불명확하다. 그러다 보니 사고가 나면 실질적으로 공사에는 아무런 권한도 없는 하청업체 대표나 소장, 작업반장이 해당 작업자를 직접고용하고 작업을 지시했다는 이유만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모든 책임을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방식으로는 더 이상의 산업현장의 재해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는 바뀌어야 한다. 즉 사고의 결과에 대한 단순 처벌보다는 동일한 사고결과라도 그 사업장내에서 산업안전보건경영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었는지에 따라 처벌의 수위와 처벌 대상를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동일한 사망사고라도 평상시 체계적인 산업안전보건시스템을 갖추고 적극적인 안전보건활동에 많은 자본과 투자를 아끼지 않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동일한 재해에 대해서 처벌수위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급이 일반화된 우리나라와 같은 기형적인 산업현장 구조에서는 실질적인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갖출 책임이 있는 발주처 및 원청, 그리고 원청의 최고경영책임자, 법인 등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따른 가장 무거운 책임을 묻고, 다음 직접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개별행위자를 안전보건활동상의 권한과 비례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현장의 산업안전보건감독의 책임을 맡고 있는 정부의 부실감독행정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1개월 이내 산업재해보고서를 작성해서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야하고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의 경우 재해발생 즉시 신고해야한다. 그런데 현실은 사업주가 작성한 재해발생보고서상의 재해발생 원인이 대부분 노동자의 단순 과실로 둔갑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까지 고용노동부는 그런 엉터리 재해발생보고서가 접수되어도 사망사고가 아니거나 민원을 넣지 않은 경우 재해자가 반신불구의 중상을 입어도 현장에 재해조사조차 나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재해가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조차 원인조사 및 시정조치 등의 감독행정을 못하는 정부의 노동행정력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의 산업재해를 줄이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앞서 김용균 사망 사고 후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해당 사업장에 대해 1,000건 이상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면 반대로 고용노동부는 김용균 사망 전 해당 사업장에 어떠한 안전보건감독을 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김용균 사망 후 제일 먼저 특별조사를 받아할 곳은 해당 사고현장 사업장이 아닌 그 사업장을 감독해온 관할 고용노동부 어느 부서였을지도 모른다. 김용균 사망 전 이미 1,000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해온 해당 사업장의 경영자 및 임원에 대해 법과 원칙대로 강력하게 처벌해 왔다면 김용균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안전은 권리입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슬로건이다. 김군과 김용균은 이미 우리에게 수차례 살려달라고 그들의 권리를 온몸으로 항변해왔다. 다만, 우리 사회가 그들의 절규를 애써 모른 척 외면해왔을 뿐이다. 이제라도 살아남은 자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것이 중대기업처벌법을 제정하고자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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