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04-01   711

[기획2] 현 정부 재정분권의 명과 암

현 정부 재정분권의 명과 암

 

김승연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문재인 정부는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지방분권’을 국정과제로 삼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획기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고, 국세와 지방세 세입 비중을 78대 22(2018년 기준)에서 70대 30을 넘어 60대 40수준까지 조정하겠다는 지방분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방해왔다. 2018년 9월 발표한 자치분권 종합계획에 따라, 2019년 12월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7개 재정분권 관계 법률이 개정되면서 1단계 재정분권을 완료하고, 2020년 12월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까지 이뤄내면서 지방분권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하지만, 1차 재정분권에도 국세와 지방 세입 비중은 74대 26(2020년 기준)으로 기대하는 바에 훨씬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세출 비중이 중앙 40대 지방 60으로 세출규모가 세입규모보다 큰 기형적 재정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부족 재원 충당을 위해 중앙재정에 의존해야 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로 인한 실질적 재정분권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면서 2단계 재정분권이 긴박하게 추진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3월 중 발표를 목표로 자치분권위원회에서 검토해온 재정분권안을 토대로 부처 간 의견수렴과 조율을 하고 있다.

 

고령화, 저출생의 급속한 진전 등으로 사회복지 재정수요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중앙과 지방정부의 세입·세출 간 불균형으로 인한 지방재정 악화와 높은 재정의존도로 인해 지방자치단체가 ‘자치 정부’의 기능을 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것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검토하는 있는 재정분권 계획은 오로지 지방재정 확충에만 집중이 되어 복지사업을 재정 빅딜에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방분권은 국가체제와 관련된 문제이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주민자치까지 포괄 범위가 방대하고, 우리나라의 지방분권 경험이 일천하여 이해하기 쉽지 않다. 특히, 세입·세출을 모두 다루는 재정분권과 중앙·지방 간 사무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복지분권을 이해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정분권 계획이 관계부처와 이해관계자들 내에서 논의가 진행중이고, 아직 확정된 안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2단계 재정분권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재정분권 계획이 확정되어 발표된 이후 문제를 지적해 봤자,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2005년 국가사무의 지방이양 당시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부족한 정보라도 모아서 문제점을 찾고, 대안을 모색하고, 다수의 의견을 모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 글은 2단계 재정분권 추진 상황을 가능한 수준에서 정리하고, 재정분권 추진과정에서 복지분권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이런 방식으로 복지분권이 추진될 경우 우려되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지방재정확충 ‘3.4조 원’에 짜맞춰진 2단계 재정분권안

재정분권은 단계별 추진이 계획되어 있었다. 2020년까지 1단계 재정분권을 완료하고, 2021년부터 지방세 추가 확충 및 중앙정부 기능 추가 이양과 복지사업 제도 개선 등을 2단계 재정분권에서 보완하기로 했다. 재정분권 계획에는 전국단위 복지사업의 국가사무화, 지역밀착형 복지사업의 전면 이양, 기준보조율 체계 정비 등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복지사무에 대한 역할 정비까지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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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재정분권 추진방안 합의문’에 따라 관계부처,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2단계 재정분권 TF가 2019년 9월 출범하여 총 18차례 논의와 4대 지방협의체(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와의 협의를 거쳐 자치분권위원회의 재정분권안을 마련하였다.

 

자치분권위원회 TF의 2단계 재정분권안의 주요 내용은 ① 중앙정부는 인구고령화 문제 대응(노인 복지)을 수행하고, 지방정부는 저출산 문제 대응(아동·보육 복지)을 주도적으로 수행, 국고보조사업 중 지역밀착형 사업은 지방이양 ② 국세 : 지방세 = 7 : 3 달성(+12조원), 지방소비세율 인상 및 특정장소분 개별소비세 지방이양과 교육세 지방세 전환 등을 통해 지방세수 확충 달성 ③ 교육재정-지방재정 연계·협력 강화를 위해 교육청-자치단체가 공동사업비 재원을 마련하고, 협력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것이다.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기초연금 국가사업화로 3.2조 원 지방부담 경감, 지방소비세 세율 인상 등 약 12조 원의 지방재정이 확대되는 한편, 아동·보육 복지사업 및 국고보조사업 지방이양에 따른 8.6조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총 3.4조 원의 지방재정이 확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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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에 취임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지방분권과 관련해서는 더 과감한 사무·재정 이양, 지방자치법 안착, 2단계 재정분권 성과 창출 등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는 등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 2단계 재정분권 추진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행안부는 재정분권 TF에서 제안한 지방재정 순 확충액 3.4조 원은 고수하는 것을 전제로 복지 빅딜 및 교부세 자연감소분 보전 등 쟁점 사항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① 지방세 확충을 위해 지방소비세 8%p 인상(6.8조 원) ② 복지 빅딜을 제외한 나머지 20개 사업 지방이양(2.1조 원) ③ 지방교부세 자연감소분 미보전(현행률 유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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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더불어민주당 재정분권특별위원회(위원장 홍영표의원, 간사 이해식의원)는 TF를 구성하여 자치분권위원회 재정분권 TF에서 논의된 안을 중심으로 지방협의체와의 논의를 거쳐 만든 ‘절충된 TF대안’을 골자로 2단계 재정분권 10법을 발의하였다(대표발의 이해식의원). 2단계 재정분권 10법은 지방정부가 아동·보육복지사업(6.5조 원)·국고보조사업(20개 사업, 2.1조 원)을, 중앙정부는 기초연금(3.2조 원)을 전담하도록 하고, 지방소비세율 상향(21%→31%, 8.5조 원)을 통해 지방정부의 부족한 재정을 보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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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분권 빅딜에 훼손되는 복지분권

현재 검토되는 자치분권위원회, 행안부, 더불어민주당 재정분권특별위원회의 재정분권안은 지방재정 3.4조 원을 확충하는데 맞춰져 있고, 기초연금의 국가사무화와 지방이양사업에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재정분권안에서 복지분권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평가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한 줄 평: 지방분권을 잘 반영하는 자치분권위, 그러나 아동수당 지방이양은 모순적

자치분권위원회 재정분권 TF안에서 복지분권의 주요 골자는 기초연금 국가사무화, 사회서비스 성격이 강한 아동·보육 복지사업과 단순 경상경비 또는 지역밀착형 사업 약 9조 원 규모의 총 12개 사업을 지방이양하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인구고령화 문제에 대응(노인 복지), 지방정부는 저출산 문제 대응(아동·보육 복지)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중앙과 지방 간에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조정한다는 측면에서 비교적 복지분권의 방향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 보인다.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보편적·전국적인 아동수당을 지방화하는 것에 대해 합리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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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노인돌봄사업을 지역밀착형 사업으로 판단하여 노인맞춤형 돌봄과 같은 일부 사업만 지방이양하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이는 중·장기적으로 심각한 지방재정 부담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노인 돌봄의 지역 간 격차를 양산하게 될 것이다. 현재 통합적인 노인돌봄체계 구축을 위해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주거 등 다양한 사업들과의 연계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일부 사업만 지방이양할 경우, 돌봄공백 문제 및 지역 격차를 심각하게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으로 노인돌봄과 같은 돌봄서비스는 지방이 책임지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지만, 현 복지체계에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선기반 구축, 후지방이양의 수순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한 줄 평: 관계부처 눈치보다 복지분권 망치는 행안부안

행안부는 재정분권에 대한 논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방이양 대상사업의 소관부처 의견을 수렴하였는데, 기초연금 재정부담을 떠안을 생각이 없는 기재부와 복지분권에 대한 아무런 계획이 없는 복지부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하여 복지분권안을 검토하고 있다.

 

행안부는 복지사업 기능조정과 관련하여, 기능조정을 제외하는 방안과 조정규모를 축소(보조율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기초연금 보조율을 78%→90%로 인상하고, 아동·보육사업 보조율 69%→35%로 보조율을 조정하는 방안은 중앙집권적 방식(중앙정부가 결정하고, 지방정부는 재원분담과 집행)을 고수하는 것으로 복지분권으로 볼 수 없다. 2012년 박근혜 정부가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공약으로 무상보육을 시행하면서, 정부 보조금이 서울 20%, 지방 50%에 불과하여 서초구에서 무상보육 중단을 선언하고, 이후 누리과정 예산 논쟁까지 오랜 사회적 논의를 거쳐 현재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그런데 재정분권이라는 명목하에 보육료 지원을 국비 35%, 지방비 65%로 되돌리는 것은 복지를 후퇴시키는 것이다. 수년간 보육료, 누리과정 예산을 가지고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지방교육청 간 재정책임 전가 다툼을 하는 동안 영유아 학부모들이 행여나 어린이집을 보내지 못할까 전전긍긍했던 일을 재현하고 싶은 건지 물어보고 싶다.

 

한 줄 평: 더불어민주당 재정분권특위안, 복지분권은 뒷전이어서 차라리 다행이다.

더불어민주당 재정분권특위안을 반영한 2단계 재정분권 10법은 기초연금은 모두 국가사무화 하고, 아동·보육사업 중 영유아보육료, 양육수당, 아동수당만 지방부담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확충을 달성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 복지분권은 아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가장 보편적이고, 전국적인 아동수당은 국가가 책임지고, 지방자치단체는 보육환경과 아동돌봄을 책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보육료와 양육수당, 아동수당만 지방이양을 하겠다고 한다.

 

보육사업은 보육료 지원, 가정양육수당 뿐만 아니라 보육교직원 인건비와 운영지원, 육아종합지원센터 등 보육시설을 지원하는 동일한 목적을 갖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보육료 지원과 양육수당만 지방이양한다면, 보육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역할과 책임성에 혼란만 야기하는 것이다. 특히, 보육사업은 사회서비스이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이용자를 선별하거나 보육료 지원금의 차등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없고, 전달체계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 감독의 책임만 있을 뿐 평가나 인증 권한도 없다. 따라서 보육사업은 현재 국가사무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이양할 때는 이용자 선별에서 급여액 조정, 인증 평가까지 포괄적 재량 확보라는 선결과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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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문재인 정부는 자치분권의 전략의 하나로 기능 중심의 포괄적 이양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복지분권에 대한 이해 없이 지방재정 확충 규모에 끼워 맞추기식으로 복지 기능조정을 추진하려고 한다.

 

재정분권의 기능조정에서 핵심은 복지사무이다. 복지사무 조정은 재정관계, 전달체계, 인력, 성과책임 등에서 다양한 선결과제가 있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무조정은 지난 2005년 지방이양과 같이 실질적 성과없이, 지방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복지사무 중 영유아보육, 가정양육수당, 아동수당을 전액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것은 보장성을 약화하고 지역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 복지사업은 중앙정부 주도하에 중앙정부-광역-기초자치단체 간 중층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기능조정이 필요하다.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분담의 빅딜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중앙과 지방의 역할과 책임을 재조정하는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사회복지계에서 중앙과 지방 간 복지사업에 대한 역할 분담논의를 지속해왔고, 큰 틀에서 보편적·전국적 성격의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은 국가사무로, 지역적 성격의 사회서비스 사업은 지역책임을 강조해왔다.

 

2단계 재정분권 계획에는 국민최저수준을 보장하는 주로 현금성 복지급여에 대해서는 국가사무화하여 실질적인 의미에서 지방재정의 자율재량성을 높이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업에 대해서는 지방비 부담의무를 배제하고 전액 국고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시에 지역밀착형 복지사업은 포괄적으로 지방정부로 이양하여 지역이 자율적으로 사업을 기획, 실행, 평가할 수 있도록 하여 최대한 지역특성을 반영한 사업수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의 공동대응이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는 최종적 성과를 중심으로 사업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포괄보조(포괄교부)방식의 분권형 재정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복지분권 주도해야 하는 보건복지부는 전국적 보편적 성격의 현금성 복지급여는 국가 책임, 지역밀착형 사업은 지방이라는 중앙과 지방의 역할분담의 틀에서 로드맵을 마련함으로써 지방분권, 주민자치가 뿌리내리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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