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04-01   610

[복지톡] 코로나 이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코로나 이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인터뷰 및 정리 조희흔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어떤 곳인지도 알려달라.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상근활동가이면서 정책국장을 맡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로 구성된 보건의료 시민단체다. 대부분의 단체가 87년 민주항쟁의 영향을 받아 그 직후 창립되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의료영리화 저지, 공공의료 강화, 노동자 투쟁 연대, 민주주의와 반전반핵평화를 위한 활동, 취약계층과 투쟁사업장 의료지원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사진1>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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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 어떤 사람이었나? 활동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

“경쟁적이고 통제적인 교육 시스템에 매우 잘 순응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만큼 주변이나 사회에 대한 관심을 크게 두지를 않았고 삶의 의미나 목표에 대한 고민도 별로 하지 못하면서 지냈던 것 같다. 대학은 점수에 맞춰 의과대학을 선택한 탓에 대학 공부와 임상의사의 길에 관심을 느끼지를 못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해외 의료봉사, 국제기구 활동, 예방의학 전문의 등의 진로를 생각하다가, 궁극적으로 사회정치적 변화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생 실습 때도 벌써 돈이 없어서 제대로 치료를 못 받는 환자를 쉽게 경험할 수 있었는데, 아플 때 누구나 평등하게 의료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은 무엇인가?

“먼저 2014년 박근혜 정부의 영리자회사 정책에 맞선 보건의료 시민단체의 캠페인과 노동조합의 파업투쟁으로 하루만에 반대 서명을 120만명 넘게 받고 사실상 그 정책을 좌초시켰던 일이 기억난다. 파업의 위력과 의료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두번째로는 2015년 민중총궐기대회에서 의료지원단으로서 경찰폭력을 당한 시민들을 응급진료하고 공권력의 만행을 폭로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 때 물대포를 맞고 돌아가신 백남기 농민의 시신을 경찰이 이듬해 강제부검 하려던 것을 막고 사인을 ‘병사’로 적은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를 바로잡았던 투쟁이 기억에 남는다. 이것을 거치면서 박근혜 정권의 정당성 없음이 더 확실하게 알려지게 되었던 것 같다.
 
그 직후인 2016년 말에 박근혜 퇴진 운동에 참여한 경험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단체는 재벌이 피해자가 아니라 박근혜-최순실에게 뇌물을 주고 노동개악법과 규제완화·민영화를 청탁한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촛불이 커지면서 점차 ‘박근혜 구속, 재벌은 공범’도 인기 있는 구호가 된 것으로 기억한다.”
 

–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취약함이 드러났다.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면?

“지난 1년 한국은 치료대응을 잘 했다고 볼 수 없다. 실패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취약한 공공의료로 병상부족이 매 번 문제가 되었고 병상 대기환자가 속출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는 전적으로 공공병원 부족 때문이다. 2020년 11월까지 병상 수 10% 미만인 공공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의 90.9%를 구성했고, 입원환자의 81.7%를 진료했다. 숫자가 몇 안되고 충분한 규모를 갖추지 못한 공공병원이 환자를 거의 다 감당하느라 허덕이고 대부분의 의료자원을 보유한 민간병원은 공익적 역할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그 결과 1차 유행 때 병상이 포화되어 지난 해 3월 초에 4000명의 환자가 발생했을 때 2300명이 가정대기를 했다. 3월 중순 사망자 75명 중 17명은 입원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중환자실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 절반 이상이 중환자실 입원을 하지 못했다. ‘의료공백’ 속에 코로나 환자가 아닌 정유엽 군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아들의 억울함을 풀고자 암투병중인 유가족이 최근에 경북 경산에서 청와대까지 한 달을 걸으면서 공공의료 확충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6월에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겨우 지역마다 하루 10명 안팎의 환자가 발생했을 뿐인데 경기, 대전, 충남에서 병상포화가 일어났다. 2차 유행을 예고한 것이었는데 정부는 이런 상황을 또 방치했고 그래서 8월에 2차 유행이 일어나자 또 다시 의료가 붕괴되었다. 
 
3차 유행이 도래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은 더 이상 공공병원에만 모든 사회적 역할을 떠넘기지 말고 자원과 인력이 집중된 민간병상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부는 민간병원 눈치를 보며 약 한 달 간이나 이 일을 회피했다. 정부가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위기가 확대되고 사망자가 크게 늘었다. 3차 유행으로 천 명 이상이 사망했다.
 
특히 병상부족을 은폐하려고 정부가 요양병원과 집단생활시설에서 발생한 감염에 ‘코호트격리’ 조치를 취했다. 코호트란 말은 전문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확진자와 접촉자와 비접촉자를 뒤섞어 가둬놓는 조치인데, 이는 차별적 방역행위에 불과하다. 결국 노인, 장애인, 재소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집단감염되고 사망하게 만들었다.
 
저소득층, HIV감염인, 홈리스 환자 등은 공공병원이 전담병원이 되면서 병원에서 쫓겨났다. 취약계층 환자를 받지 않거나 진료비가 비싼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처럼 민간 대형병원이 돈벌이가 되는 급하지 않은 환자들을 치료하는 동안, 수익성이 낮은 코로나19 환자와 가난한 환자들은 병상을 구하지 못하고 치료를 거부당하며 죽어갔다. 이것이 코로나 1년을 맞이한 한국 의료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공의료에 무관심했다. 올해 공공병원 신증축 예산은 사실상 ‘0원’으로 편성했고, 정부가 내놓은 공공의료체계 강화방안은 약속을 다 지켜도 공공병상 비중 8.9%를 9.6%로 늘리는 기만적 계획에 불과하다.”
 

– 메르스 이후로 대중들에게 공공의료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공의료 운동 추진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메르스 때도 물론 공공의료가 핵심 쟁점이었다. 사태 초기부터 격리병상이 부족해 치료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는데도 민간병원이 음압병상을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공공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결핵환자와 저소득층 환자들이 쫓겨나서 의료공백에 놓였다. 지금과 문제점이 거의 유사하다. 특히 메르스는 코로나와 달리 병원 내 감염이 많았는데 한국의 민간병원이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병상수를 늘리고 환자를 밀집시켜서 사태를 키웠고 병원과 정부가 수익성 유지를 위해 비밀주의를 고수한 것이 사태를 키웠다. 지역 공공병원이 필요하지, 지나치게 비대하고 병상을 밀집시키는 재벌 민간병원이 감염병 사태에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그런데 메르스는 총 감염자 186명, 사망자 38명 수준으로 코로나19만큼의 광범한 보건위기를 낳지는 않았다. 지금 코로나19로 공공의료의 필요가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훨씬 거대하다. 보건의료시민단체와 노동단체들이 이런 시민의 열망을 모아내면 훨씬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공공의료를 대중에게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시민단체는 어떤 활동을 해야할까?

“코로나 시기에 국가(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책임지는 병원이 지역마다 있어야 된다는 점에는 상당수 시민 분들이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코로나19는 마지막 감염병 위기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반복적 감염병 위기를 낳을 기후위기와 환경파괴, 자본주의적 공장식 축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로나22, 코로나24를 막기 위한 공공병원이 앞으로도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게다가 공공의료는 감염병이 아니더라도 평소에도 더 많이 필요하고 오히려 보편이 되어야 한다. 불필요한 과잉진료로 환자의 몸과 경제적 비용을 수탈하고, 응급·필수의료는 과소진료를 하고, 인력을 적게 고용해 병원에 있는 모두를 위험하게 만드는 민간중심 의료체계를 바꿔나가자는 주장이 더 커져야 할 것이다.”
 
 

– 공공의료 강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반면 규제완화를 통한 의료영리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뭐가 있나?

 
“문재인 정부는 공공의료 강화는 없이 의료민영화에만 심혈을 기울여왔다. 코로나 기간 동안에도 놀랍게도 마찬가지다.
 
우선 민간보험 활성화이자 직접적 의료민영화인 ‘건강관리서비스’ 추진이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 영역인 건강관리와 질병예방 부분을 민간보험사가 직접 영리헬스케어 회사를 자회사로 차려서 하게 허용해주고 있다. 비영리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재정으로 국민의 건강관리와 질병예방을 해야한다는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만성질환 관리도 허용했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은 관리가 곧 치료인데 민간보험사가 치료까지 직접 하도록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미국식 의료민영화로 넘어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개인의료정보는 동의 없이 기업들에게 넘기고 서로 사고팔 수 있게 했다. 정부는 ‘가명처리’하면 문제 없다고 하는데 다른 정보와 결합되면 쉽게 재식별 될 수 있다. 정부는 ‘정신과·산부인과·비뇨기과 진료기록, 유전정보, 희귀질환 정보, 성병 정보’는 민감하고 재식별 가능성이 커 가명처리해서 활용하면 위험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
 
또, 코로나로 ‘위기는 기회’라면서 원격의료를 추진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전세계적으로 안전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연구단계 기술이다. 당장 환자 곁에서 일할 의료진이 없어서 간호사들은 울면서 일하고 환자들은 죽어가는데 원격의료로 경제성장을 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의료기기와 줄기세포·유전자치료제를 환자에게 적용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고, 의학적 근거가 없는 상업적 유전자검사 허용 범위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정부는 최근에 의료기술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 기능을 아예 없애려는 터무니없는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할 일이다.
 
의료민영화를 좀 더 손쉽게 하려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법 등을 제외해서 의료민영화 우려가 없다고 하지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적용을 받는 보건의료 법률은 55개에 이른다. 기재부가 활용하겠다는 보건의료 법률들은 모두 의료영리화 통로가 되어왔던 것들이다. 얄팍한 수로 시민들을 속이려 하고 있다.”
 

– 4차산업, 경제성장에 필요한 동력으로 보건의료 규제완화 정책이 제시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들만 해도 헬스케어 타운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박영선 후보는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때부터 ‘규제자유특구’라는 초법적 규제완화·민영화 제도로 강원도 원격의료 사업을 추진했다. 정부여당의 의료영리화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이번에도 서울시장 후보로서 말로는 공공의료나 일차의료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개인의료정보 상업화와 민간기업 건강관리서비스를 결합시킨 의료영리화 계획을 내놓았다. 공공의료 공약은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오세훈 후보는 보건의료 공약 자체가 거의 없고 전 시민에게 스마트워치를 보급해서 건강관리를 하겠다는 황당한 공약만 내놓았다. 건강관리는 보건소와 일차의료 기능을 강화하고 노동, 복지, 돌봄 등 사회정책으로 할 영역인데 세금을 엉뚱한 곳에 퍼부어 어설픈 기업 상품 대리판매를 하겠다는 수준의 약속이다. 이런 기조는 현 정부와 보수야당이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사진2> 정부의 의료민영화 시도 중단 촉구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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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시민사회가 주력할, 해야 할 의료관련 의제가 있다면 무엇일까?

“지금까지 보건의료 시민운동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운동을 주로 해왔지만 몇몇 성과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료기관이 5% 수준인 한국에서 큰 한계에 부딪혀왔다. 그런데 이제 코로나19로 공공의료의 소중함이 널리 알려져 공공병원 설립 운동이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풀뿌리 주민들이 자신의 지역에 ‘좋은’ 공공병원을 만들자는 요구로 전국적 물결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감염병과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시대에 좋은 공공병원은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친환경적 설계와 운영을 하는 병원, 지역사회 충분한 인력 고용자로서의 병원, 건강불평등 완화를 위한 예방과 일차보건의료에 강점이 있는 병원, 젠더 평등하고 소수자에게 장벽 없는 병원이어야 할 것이다. 이런 가치 지향을 여러 시민들과 나누고자 한다.”
 

– 앞으로 어떻게 활동을 해 나갈 예정인가?

“특별한 길이 있다기보다는 향후에도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인 사회를 위한 넓은 연대운동을 여러 시민사회와 함께 하려고 힌다.”
 

–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단순히 마스크를 벗는 것만이 우리가 꿈꾸는 사회는 아닐 것이다. 불평등과 차별적 사회의 민낯이 드러났고 더 거대한 생태사회적 위기도 예견되고 있다. 시민의 힘으로 코로나 이전보다 더 나은 일상을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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