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01-01   3597

[복지칼럼] 코로나19로 가려진 얼굴, 가정폭력

 

송아영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우리 사회는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짧게 경험하고 인생의 하나의 에피소드 정도로 기억될 것이라는 초창기의 기대와는 달리 코로나19는 우리 삶 곳곳에 많은 어려움과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경제 활동의 위축과 실업 및 주거불안정 인구의 증가, 돌봄공백의 문제, 교육격차의 문제, 시설보호체계에서의 집단 감염 문제, 의료체계의 문제, 그리고 우리 일상의 평범했던 삶의 변화까지 그야말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러한 다양한 장애물 속에서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 있다. 바로 가정폭력이다.

코로나19 초반, 그러니까 올해 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코로나19 관련 뉴스들 속에서 BBC 앵커가 손등에 전화번호를 하나 적어 가정폭력의 피해를 경험하는 사람들에 대해 신고를 요청하는 모습을 기억할 수도 있겠다.1) 유럽 내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 그리고 봉쇄, 이동제한 등이 이루어짐에 따라 가정 내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가정폭력의 위험성이 증가하게 되었다. 코로나19 이후 봉쇄정책과 가정폭력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피해자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어떻게 신고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한 노력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감염의 위험을 감소하기 위한 이동 제한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겠으나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제한이 지옥을 만들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위축과 스트레스는 가정 내 갈등과 가정폭력 가해의 위험성을 높이고 이미 가정폭력이 존재하는 경우 피해자들은 가해자와 한 공간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되면서 하루 종일 불안과 공포에 떨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가정폭력을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할 짧은 시간도 없어지면서 폭력은 더욱 더 사적인 공간 안으로 침투하고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된다. 외부의 노출이 줄어들면서 가해자는 안심하게 되는 위험이 증가한다. 부부폭력, 아동학대, 노인학대 그 유형과 상관없이 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가능성은 외부와의 상호작용과 노출이 적어짐에 따라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코로나19와 가정폭력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러한 우려에 따라 올해 초에 몇 번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이 당시 경찰청 자료는 2020년 1월부터 4월까지의 가정폭력 신고 접수 건수가 4만5065건임을 보여주는데 이는 작년 동기간 신고건수, 4만7378건에 비해 4.9% 줄어든 수치였다.2) 이 수치를 토대로 한국의 경우 유럽과는 달리 코로나19로 인한 가정폭력이 늘어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외부 노출이 줄어들면서 타인에 의한 신고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며 가정폭력 가해자들이 일반적으로 보여주는 특징인 감시와 통제의 성격을 고려하였을 때 피해자들이 신고할 수 있는 매체(핸드폰, 인터넷 등)와 시간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인해 피해를 당해도 신고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성남시 가정폭력상담소 월별 이용현황을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었던 3, 4, 5월에는 신고건수가 203건에서 287건으로 낮은 반면 생활 속 거리두기 단계로 완화된 6월을 거치면서 7월에 732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3) 가해자들이 직장이나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거리두리 조치의 완화에 따라 증가하면서 피해자들이 안전하게 신고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듯 코로나19로 인해 가정폭력발생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지만 이렇다 할 해결대책이나 의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가 촉발하는 다른 사회적 위기에 대한 대응은 논의되고 시도되고 있지만, 가정폭력 부분에서 어떠한 노력을 확대하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가정폭력에 대한 단호하고 강력한 대응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가정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피해자를 적절하게 보호할 수 있는 자원과 노력은 부족하며 대응 체계의 비전문성은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서비스체계는 분절적이다. 최근 가정폭력에 지역사회 차원으로 대응하기 위한 위기가정 통합지원센터가 설립되는 등 변화의 조짐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으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 가정폭력 관련 정책이 변화하고 분절되어 있던 서비스와 법체계가 통합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 일상 속에서 모두 좀 더 경각심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며 빳빳하게 안테나를 세우고 혹시 내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없는지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은 없는지 둘러보고 가정폭력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면서 서로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내보인다면 어쩌면 가해자들이 움츠러들고 자신의 폭력 행위를 중단할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 이 위기 속에서 누군가는 매일매일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극심한 공포 속에서 우리의 관심과 도움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1) 연합뉴스(2020.04.07.). ‘BBC 앵커 손등에 적힌 전화번호…“가정폭력 즉시 신고하세요.”https://www.yna.co.kr/view/AKR20200407044900009

2) BBC NEWS (2020. 4. 14). “코로나19: 유럽 내 봉쇄조치로 가정폭력 피해 급증… 한국의 경우는?” (https://www.bbc.com/korean/features-52279331)

3) 정혜원 외 (2020). 성남시 가정폭력 실태조사 및 관련정책 수립계획을 위한 연구용역. 성남시 연구보고서 (발간 중)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