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복지예산 2001-11-12   563

12조 5천억원, 사회보장에 써라

시민사회단체, 2002년도 사회보장예산안 의견청원 접수

12일 오후, 민주노총, 여연, 참여연대, 사회복지노동조합준비위원회,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회의, 전국실직노숙자대책종교시민단체협의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7개 시민사회단체들은 “2002년도 사회보장예산안” 의견청원을 국회 민원실에 접수하였다. 청원안에는 2002년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하는 사회보장분야 35개 사업에 대한 예산으로 12조 5천억 원이 확충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12조 5천억?

말이 그렇지 국회에 제출된 2002년 정부 일반회계 예산 중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이 고작 7조 7천억원 정도인데 35개 사업에 12조가 넘는 돈을 쓰라구? 나랏 돈은 한국은행에서 그냥 찍어내는 것이 아닌데 너도 나도 예산을 늘이라고 주장하면 어쩌란 말인가?

당연히 있을 법한 반론이다. 하지만 2002년도 112조 6천억원의 정부예산안은 전체 예산 중 주택을 포함한 SOC 투자에 15조, 수출·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지원에 3조 5천억원을 지원하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활성화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 중진국의 경우 사회보장예산이 전체예산의 1/2 수준, 선진국의 경우 1/3∼1/4 수준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경제력 규모에 비해 매우 인색한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삶의 질 향상과 거리가 먼 경제활성화, 긴축재정, 재정균형이라는 예산편성기조에서 벗어나 재정지출 구조의 건전화와 지속가능한 사회의 발전, 소득의 재분배를 위한 예산편성이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하는 12조 5천억원이 담보할 수 있는 사회보장의 수준은 어떠한가? 그 내용은 이상적인, 무리한 요구가 아닌 최소한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요구이다.

생활보장 분야 – 생산적 복지라도 실현하자

우선 국민들의 최저한의 생계를 보장하자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분야에 있어서, 정부 예산안은 147만명을 수급자 규모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빈곤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빈곤인구는 인구의 7.2%, 많게는 15% 선으로 추산되고 있다. 청원안에는 7.5%도 아니고 5%의 인구, 225만명에 대해 현재와 같은 수준의 기초생계보장을 하여야 하며, 이에 필요한 예산을 정부안 3조 4천억원보다 1조 정도 많은 4조 5천억원 정도로 요구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말 그대로 최소한의, 최저의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므로, 수급자 바로 윗 계층에게는 부분적인 보장을 해야 하며, 이 부분과 관련해서 5천억원 정도의 신규예산을 투자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정부가 주장하는 생산적 복지를 구체화한 제도이므로,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수급자 중 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인센티브를 주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소득공제제도를 도입해야하기에 이에 필요한 예산을 5,760억원 정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 이외에도 빈곤층의 최저생계를 보장하기 위하여 노숙자 지원사업과 쪽방 지원 등의 예산을 확보해야만 한다.

여성복지 분야 – 모성의 사회적 보호, 전 여성에게 확대되어야

우리 사회는 저출산으로 심각한 사회의 노령화에 직면해 있다. 올 11월부터 고용보험 대상자에게는 출산수당이 국고에서 지원되나 비정규 노동자나 전업주부 등의 출산에 대한 사회적 지원체계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 출산지원을 못 받는 여성에게 분만시 20만원을 정액지급하자는 내용과 전체여성에 대한 출산휴가수당, 유급 육아휴직비용의 현실화 등의 모성에 대한 사회적 비용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여성장애인과 여성농민에 대한 쉼터 설치 및 출산 후 농가도우미 지원, 성희롱 예방과 모성보호에 대한 홍보 비용 등을 요구한다.

장애인복지 분야– 장애인 추가비용, 월 5만8천원은 최소한의 요구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대단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장애로 인해 직접적인 생계비가 추가로 소요되고 이동이나 의료비 지출, 고용의 낮은 기회 등을 고려한다면 장애인에 대한 소득보전을 위한 수당제도의 완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현재 장애수당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1,2급 중증장애인에게만 4만 5천원이 지급되는 것이 전부이다. 법에 명시되어 있는 장애아동부양수당이나 보호수당은 예산에 반영된 적도 없었다.. 모든 장애인에게 장애수당을 현실화하여 지급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이겠으나, 청원안에는 장애인 중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나머지 장애인들에게 교통비, 보장구 구입 및 유지비 등 기타비용을 5만8천원씩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하여 정부예산안 447억이 아닌 2천816억원을 요구하였다. 장애아동부양 및 보호수당은 신규로 1,660억원을 요구하였다.

노인복지 분야 – 저소득 노인에게 월 4만원

우리 사회의 노인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섰다. 그러나 노인들에 대한 소득보장제도는 매우 취약하며, 핵가족화와 효의식의 약화 등으로 노인부양기능도 크게 약화되고 있다. 특히 저소득 노인의 경우 기본적인 생활영위가 극히 어려워 국가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저소득 노인에 대한 소득보장 지원책은 월 3만원, 부부일 경우에는 2만2,500원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노인에게는 연령에 따라 월 4, 5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전부이다. 청원안에는 저소득 노인과 수급자 구분 없이 현재 급여수준 대로 80세를 미만은 4만원, 80세 이상은 5만원을 주라는 최소한의 요구가 담겨져 있고, 이를 위한 예산안 정부 예산 2천460억원에 648억원을 더한 3천108억원이다.

복지인프라 분야 – 종사자의 열악한 처우, 높은 서비스 요구?

낙후한 보육시설과 열악한 보육교사의 처우 아래에서 질 높은 보육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할 수 없다. 사회복지 시설 종사자들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국공립시설 보육교사의 인건비는 유치원 교사나 환경미화원보다도 훨씬 열악한 수준이다. 민간 복지시설의 인력도 제조업 노동자 평균임금의 90%, 일반직 공무원의 68%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처우를 일부 개선하는데에 740억원의 예산배정을 요구한다.

이외에도 질병에 대한 국가의 관리체계 구축과 예방사업, 낙후된 의료전달체계의 개편을 위한 예산, 저소득층 노인건강관리 등에 필요한 예산으로 3,500억원의 예산을 요구하였고, 건강보험 국고지원예산으로 정부예산안보다 9천250억원 많은 3조5천억원을 요구하였다.

또한 경기악화로 인해 실업이 날로 장기화되고 구조화되어 가고 있으나, 장기실업자에 대한 사회적인 유일한 대책은 공공근로 사업 뿐이며, 이마저도 점차 줄어 장기실업자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공공근로 예산을 적어도 2000년 수준으로 유지하여야 하고, 비정규 노동자의 확대에 따라 비정규 근로자 보호센터를 개설하라는 예산을 요구하였다.

제도에는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예산 없이 권리의 보장은 있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의 예산이 7조 7천억원이라 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3조5천억원, 건강보험 국고지원 2조5천700억원으로 두 가지 항목의 예산만 6조를 넘어선다. 나머지 취약계층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서비스에는 나머지 예산을 겨우 쪼개갖는 정도에 불과한 형편이다.

12조 5천원이라는 예산을 투여한다고 해도, 상황이 급반전되지 못한다. 문제는 예산편성의 원칙을 뒤바꾸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몇 단체의 청원이 아니라, 사회보장예산이 소득을 재분배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납세자, 국민들의 지지와 요구가 필요하다.

문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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