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정부는 건강보험재정 국고 지원을 정상화하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범위와 수가·보험료를 심의하여 결정하는 의사결정기관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오늘(8/27)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결정합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는 건강보험재정 20%(국고보조 14% + 국민건강증진기금 6%)에 대한 국가책임을 규정하지만, 정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2017∼2020년 최근 3년간 국고지원 비율 평균은 13.4%에 불과합니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으므로 건강보험재정은 어느 때보다 안정적으로 운용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앞에서 정부가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국가책임을 다하여 국고지원을 정상화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20200827_사진_건강보험재정 국가책임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

▲2020년 8월 27일 오후 6시 국제전자센타(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앞, 건강보험재정 국가책임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 <사진=무상의료운동본부>

 

코로나19 감염병 시대,

국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장하기 위한 건강보험 재정 국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

 

오늘(8/27)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결정한다. 문재인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위해 매년 3.2%씩 건강보험료를 더 징수한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올해 보험료를 3.49%를 인상해 2012년 이래 최고 인상을 기록했다. 정부는 내년에도 이 수준으로 보험료를 인상할 계획인 듯하다. 

 

지난해 높은 보험료 인상을 무마하며 정부는 “항구적인 국고지원을 위해 건강보험법 개정에 노력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사태로 건강보험이 방역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온 국민이 공감하고 있는데도, 건강보험을 강화하기 위해 지켜야 할 이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에 긴급 대응하는 과정에서 재난지역 주민과 취약계층의 건강보험료 경감조치(9,496억 원), 의료기관에 대한 각종 재정지원 등의 조치들을 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방역에 반드시 필요하므로 당연히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필요한 재정을 모두 건강보험 재정에서 충당했다. 국가 재정으로 해야 할 일을 건강보험 재정으로 한 것이다. 이 외에도 국가 재정으로 책임져야 할 절대빈곤층 7%에 대한 의료보장 중 2.8%만 책임지고 나머지는 건강보험에 떠넘겨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약 6조 원)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해 해야 할 기여를 하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건강보험 재정 20%에 대한 국가책임을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의 모호한 지원 규정을 악용한 국고 과소지원 행태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전임 정부들보다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미지급된 국고지원금은 매년 3조 원을 훌쩍 넘어 3년간 11조 원에 달한다. 전임 정부들까지는 1~2조 원을 미지급하다 이 정부 들어 대폭 지원을 줄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 이전까지 소급하면 국고 미지급금은 25조 원에 달한다. 

 

코로나19 감염병은 무증상, 경증 감염이 많고 전염 속도가 빨라 대응이 쉽지 않다. 그래서 정부는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라고 한다. 꼭 그래야만 효과적인 방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해고나 소득 감소에 대한 우려로 쉴 수 없다면 방역은 구멍이 뚫릴 것이다. 지금 유급병가가 없는 92%의 임금 노동자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처지가 그렇다. 이들에게 아프면 집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주는 상병수당은 감염병 시대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ILO(국제노동기구)는 물론이고 국가인권위원회조차 10년 전부터 즉각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쏟아지는 요구에 마지못해 정부는 2021년에 연구용역을 하고 2022년에 저소득층을 상대로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대통령 이하 고위 관료들이 비장한 얼굴로 방역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느긋함이다. 시범사업이 끝날 즈음 코로나19가 끝나기를 바라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는 게 과도한 것일까.

 

상병수당은 최대한 높이 잡아도 연 2조 원이면 도입할 수 있고, 이미 시행 근거가 있어 법 개정도 필요없다. 정부는 언제나 재정 부족 타령이지만, 위기에 처한 기업에 지원한 백 수십조 원은 어디서 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당 광역단체장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신속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면서 “기업 지원에는 백 수십조 원을 아낌없이 쓰면서…가계 소비 지원에는 15조 원도 아까워”하는 관가와 정가에 일침을 날렸다. 기업주와 투자자, 채권자들의 이윤 손실을 벌충해 주기 위한 백 수십조 원은 신속히 투입되고 언제나 준비돼 있어야 하고, 국민들의 건강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2조 원에는 왜 그렇게 인색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급하고 있지 않은 매년 3조 원만 제대로 지급해도 상병수당은 당장 가능하다.

 

유례없는 코로나19 위기와 경제 위기로 인해 노동자 서민들은 해고, 임금 삭감, 무급 휴직, 폐점 등으로 소득 낭떠러지에 직면해 있다. 의료적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 해 보장률을 70%로 높이겠다는 ‘문재인 케어’가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보험료는 계획대로 인상하겠다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 

우리나라와 같은 사회보험 방식의 건강보험 제도를 시행하는 네덜란드(55.0%), 프랑스(52.2%), 일본(38.8%), 벨기에(33.7%), 대만(22.9%) 등의 나라들이 건강보험에 지원하는 규모와 비교하는 게 부끄러울 정도다. 국민 덕분이라며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을 이뤄 낸 국민들은 충분한 국고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환자들을 내팽개치고 집단휴진에 들어간 의사집단에는 2019년과 2020년 연속으로 1조 원에 육박하는 수가인상을 단행했다. 정부는 올해도 이에 못지 않은 수준으로 수가를 인상해 주려 한다. 의사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의사에 대한 처우가 문제라며 집단휴진에 들어간 의사집단을 정부가 또 다시 밀실 수가 인상으로 달래려 하는 건 아닌지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보험 재정은 특권집단 배불리는 수단이 아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은 어느 때보다 안정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정 부담을 노동자 서민들에게 떠넘길 게 아니라 국가 책임을 정상화해야 한다. 증세가 어렵다고 세금으로 충당되는 재정으로 해야 할 일들을 보험료 인상이 손쉬운 건강보험에 떠넘기는 것은 비겁하다. 국고 지원 일몰제를 폐지하고 실질적인 20% 지원을 실현해야 한다.

 

2020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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