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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복지예산
  • 1999.09.12
  • 268

2000년 예산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



김대중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통도 같이 나누고 성공도 같이 나누면서 나름대로 사회발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생산적 복지제도"를 역설한 뒤, 최근의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생산적 복지정책의 기조 하에 서민생활의 향상과 중산층 육성에 힘쓰겠다고 천명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생산적 복지'라는 용어가 주는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역대정권과는 달리 복지에 대한 철학이 있다고 기대되는 현 정권에 의해 전국민의 삶의 질이 진정으로 보장되는 복지제도가 확립되리기를 또한번 기대하였었다.

그러나 최근 당정협의까지 거쳐 가닥이 잡힌 2000년도 예산안을 접한 우리는 지금까지 한 가닥 기대어린 눈으로 보아온 현정권의 생산적 복지정책이 결국 그 실체도, 구체적인 집행의지도 없는 하나의 구두선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취약한 사회보장시스템으로 인해 대다수 국민이 급작스런 IMF 경제위기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서는 제도의 변화와 함께 예산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성장위주의 예산수립기조에서 탈피하여 복지, 보건, 노동, 교육, 환경 등 국민의 삶의 질을 중시하는 새로운 사회정책의 패라다임을 정립하여야 한다.

그러나 2000년 예산책정안은 적자재정해소를 위한 긴축예산책정이란 기조에 밀려 이러한 점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보건과 복지부문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예산의 경우 증액은 고사하고 전년대비 0.1% 삭감되었다. 특히 기초생활보장부문의 예산이 10.6%가 삭감되었고, 보건부문의 예산은 무려 21.2%나 삭감되었다. 또한 지역의료보험료의 50%를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의지도 전혀 보이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정부의 예산편성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특히 8.15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밝힌 생산적 복지정책의 후속조치로 각 부처가 요란스럽게 제시한 세부추진사업이 그 추진 첫해인 2000년 예산에 얼마나 반영되었나를 보더라도 우리는 분노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 예산의 경우, 복지부가 스스로 제시한 추진사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2003년 시점에 현재보다 1조 8,000억원의 예산이 증액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적어도 매년 10%의 부처예산 증액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2000년 예산부터 증액은커녕 0.1%가 삭감된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인가? 내년 10월부터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됨에도 불구하고 생활보호대상자에 대한 지원총액 자체가 대폭 삭감됨은 물론 이 제도의 도입준비에 필요한 예산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으며, 노인·장애인·아동·여성 등 취약계층에 대한 세부추진 사업계획도 예산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보건, 의료분야 예산은 역대정권에서 지속적인 하향추세를 보였는데, 2000년 예산에서는 급기야 21.2%의 삭감이 이루어지는 등 보건, 의료분야는 생산적 복지라는 영역에서 아예 해당사항이 없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나아가 노동부의 예산도 비효율적인 실업대책예산을 줄인다는 명분 하에 전년대비 30.5%가 삭감되었다. 향후 적극적 노동정책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인프라구축관련예산마져 전혀 고려치 않은 것은 이후 계속 존재할 상당규모의 실업자 군에 대한 대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갖게 한다. 또한 정부의 각부처안에 산재되어있는 여성관련예산도 작년 대비 29.5%가 삭감됨으로써 그간 여성계의 예산 증액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였다.

현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복지분야 예산 연평균 30% 증액을 약속하였다. 물론 현재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공약의 전면 이행까지 바라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불과 몇 주전 대통령이 제시한 정책비전조차도 반영하지 않은 2000년 예산편성안은 정부의 복지부문에 대한 철학과 의지를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부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는 내년도 예산안의 최종확정과정에서 정부, 여당이 스스로 밝힌 약속을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만일 이러한 요구가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2000년 예산안이 현재의 골격대로 확정된다면 모든 시민사회노동단체와 연대하여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임을 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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