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15-01-22   1212

[우리아이들, 보육 안녕하십니까⑥] 어린이집 사태, 언제까지 탄식만 할 건가

“보육료 지원” 생색만 낸 정부가 더 나쁘다

[우리아이들, 보육 안녕하십니까⑥] 어린이집 사태, 언제까지 탄식만 할 건가

 

최근 누리과정 예산 편성 관련 논란이 많았습니다. 결국 여야가 우회지원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보육재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뜨겁습니다. ‘보육재정파탄공동대책위원회’는 현재 우리나라의 보육 현실을 진단해 보고 실효성 있는 보육시스템 대안을 살펴보기 위해 몇 차례에 걸쳐 ‘우리아이들, 보육은 안녕하십니까?’라는 타이틀로 글을 게재합니다.

 

지난 20일 새정치민주연합이 주관한 ‘아동학대 근절과 안심보육을 위한 간담회’ 자리는 그야말로 눈물의 바다였다. 민간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학부모는 물론이고, 보육교사들도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쏟아내는 바람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는 단순히 몇몇의 자격 없는 보육교사에게 있지 않다. 크게 보면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두 가지 고질적인 문제가 곪아터져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폭력적 문화다. 일제강점으로부터 시작해 박정희와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정권을 거치면서 한국사회에 만연된, 약자에 대한 강자의 폭력이 정당화되는 위계적인 문화에 그 원인이 있다.

 

지난 한 세기 가까이 약자에게 강자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폭력을 휘둘렀다. 결국 이번 폭력사태 또한 위계적 관계에서 절대적 힘을 갖고 있는 ‘강자’ 교사가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는 ‘약자’ 유아에게 행한 무자비한 폭력이었다.

 

다른 하나는 여성이 주로 담당해야한다고 간주되는 돌봄에 대한 사회적 경시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모든 사람들이 돌봄의 중요성에 대해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지만 정작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우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하루 평균 10시간 가까이 일하지만, 평균임금은 144만 원에 그치고, 휴가도 제대로 낼 수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과시간 동안에는 화장실도 가기 어렵고, 민간보육시설의 경우 평균 재직긴간이 1년 몇 개월에 불과하다.

 

보육만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돌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인식되기에 그 누구도 돌봄에 적합한 사회적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사회복지서비스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이러한 대우를 받고 있다.

 

겉으로는 너무나 소중하다고 큰 소리를 치지만, 제대로 된 대우는 해줄 수 없고, 그러니 인간적인 삶은 꿈도 꾸지 말고, 희생정신과 소명감을 갖고 일하라는 것이다. 의사, 변호사, 교수, 초중등교사에게는 요구하지 않는 잣대를 보육교사에게는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릴 것 같다.

 

CCTV설치 의무화도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그저 기다린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한 일상적 노력들이 켜켜이 쌓일 때 비로소 수십 년 후에나 그 빛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를 풀어갈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김영삼 정부 이래 박근혜 정부까지 역대정부는 국가가 책임져야할 보육서비스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그 책임을 민간업자에게 넘겨 버렸고 그것이 지금의 문제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역대정부는 보육료 지원을 확대하면서, 반드시 갖추어야할 공적인프라(국공립보육시설)의 확대를 외면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로부터 시작된 전면적인 보육료지원으로 인해 정부예산은 급격히 증가했고, 이러한 돈의 흐름은 소명이 아닌 이윤을 바라는 민간업자들을 보육서비스영역으로 불러들였다. 더욱이 민간보육시설 관계자들은 민간보육시설은 사유재산이고, 설립자의 사재를 투자한 것이니, 이에 대한 적절한 수익을 보장받아야한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보육시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러한 모순적인 구조로 인해 일부 민간보육시설장들은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악행들을 자행하고, 질이 담보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구조적 문제가 이렇다면 정부·여당에서 대책으로 내놓은 CCTV설치 의무화, 처벌강화 등은 근본적 대책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처벌강화는 필요해보이지만, 처벌을 강화했다고 해서 범죄가 사라지거나 감소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전히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국가들의 범죄율이 그렇지 않는 국가들에 비해 높은 것도 이러한 사실을 방증해주는 것이다.

 

CCTV설치 의무화도 대안이 될 수 없다. CCTV설치 의무화와 처벌강화는 보육시설의 경각심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사태를 예방할 수는 없다. 보육시설 내에 사각지대 없이 CCTV를 설치할 수는 없다. 또한 단순 계산만으로도 4만3000개에 달하는 보육시설에 설치된 수십 만 개의 CCTV의 녹화테이프를 일일이 감독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보육교사에게도 그저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 누구도 보육교사의 인권이 아동의 인권보다 중요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지만 그 반대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아동학대로 인해 보육시설 스스로가 국민들의 불신을 초래한 이상, 미봉책에 불과하지만 CCTV의 설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CCTV의 설치는 강제가 아닌 교사들과 합의에 의해 아동을 돌보는 공간에 제한적으로 설치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보육시설, 학부모와 지역사회 기관으로 재정립해야

CCTV설치도, 처벌강화도 대안이 아니라면, 근본적 대안은 무엇일까? 새로운 것은 없다. 대안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고, 수십 년 동안 시민사회가 요구했던 것이기도 하다. 첫째는 국공립보육시설을 확대하는 것이다. 민간보육시설을 모두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5%에 불과한 국공립보육시설을 30%까지만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 정부, 시민사회, 노동계, 재계가 다시 한 번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을 위한 2005년도 사회적 협약을 되살려, 당시 명문화되지 못했던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향후 10년 이내에 국공립보육시설을 시설 기준으로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아동 수 기준으로 50%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명문화해야 한다. 또한 확대되는 국공립보육시설은 민간에게 위탁을 주지 말고,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보육시설을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기관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보육시설은 영리를 추구하는 개인의 사적 소유물이 아닌 아동돌봄이라는 국가의 공적사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이를 위해 현재 영유아보육법에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설치 할 수 있다”로 되어 있는 보육시설운영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보육시설운영위원회에 민주적으로 선출된 학부모대표, 보육교사, 지역사회에서 공익적 활동을 수행하는 분들의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

 

더불어 운영위원회에 보육시설운영과 관련된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 운영위원회가 명실상부하게 보육시설의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원장이나 민간소유자가 보육시설을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봉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한다.

 

하나는 유명무실하고, 설치의무가 없는 학부모회를 명실상부하게 학부모들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교사들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해야한다. 이를 통해 운영위원회에 학부모와 교사가 대표성을 갖고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운영위원회는 어느 일방이 보육시설의 운영을 독점할 수 없도록 보육시설관계자, 학부모, 지역사회대표를 1:1:1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보육교사 처우, 공무원에 준하는 수준에서 보장해야

셋째, 열악한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단지 임금을 올려주고,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다. 보육교사 또한 대부분의 시민들과 같은 노동자이기 때문에 이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더욱이 이들이 수행하는 일이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사적인 행위가 아니라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공적인 일을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신분을 공무원에 준하는 수준에서 보장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이 보육교사가 원장 또는 민간어린이집 소유자와 개별적인 고용관계에 있는 한 보육교사들이 소신을 갖고 아동 돌봄에 종사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주체가 되는 (가칭)사회서비스인력공단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보육지원방식을 개별 이용자에 대한 지원방식에서 시설별 지원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지난 6월 12일 대법원 판결로 정부가 더 이상 전자바우처 방식으로 지급되는 영유아보육료를 근거로 민간어린이집에 대한 관리감독을 시행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사라졌다. 특히 시설별 지원방식은 민간보육 시설의 서비스 공공성 강화 수단으로 활용되어야한다. 관리감독이 강화된다면 민간보육시설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영리”를 추구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일은 이러한 대안들의 상당수가 모두 공적재원의 투여 없이는 성취될 수 없다는 점이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의 실질구매력 기준 일인당 GDP는 3만178달러에 이르고 있다. 반면 GDP대비 사회지출은 9.3%에 불과하다. 이는 OECD가입국들의 평균인 21.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의 9.0%와 유사한 수준이다. 중국의 실질구매력 기준 일인당 GDP가 우리의 1/3도 되지 않는 8316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우리의 사회복지지출 수준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더 성장을 해야 복지지출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제 분배 없는 성장은 더 이상 대부분의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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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식 |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 본 기고문은 2015. 1. 22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문글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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