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09-03-26   924

[칼럼] 복지급여, 제대로 주지 않는 게 문제




공무원 복지급여 횡령, 과소지급이라는 국가적 부정수급이 더 우려된다













  
                                                                      남 기 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요즈음 대통령이 이래저래 공무원들을 질타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이 공무원을 질타하고 있는 정확한 이유는 언론보도들을 보아서는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다. 그 이유에 최근 이슈가 되었던 공무원의 비리사건들이 한몫을 했던 것 같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은 “공무원들의 복지지원금 횡령이 경제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서민들의 삶을 더욱 곤궁하게 할 뿐 아니라 정부의 경제 살리기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격노하였다 한다.


사실 최근 드러난 보조금 횡령사건들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시군구청에서 사회복지급여 지급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자신이나 주변사람들의 계좌에 급여를 입금하는 방식의 비리 양태가 적발되어 세인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 2월 서울 양천구청의 담당 기능직 공무원이 허위계좌에 복지급여를 이체하는 횡령사건이 적발되어 파문을 일으켰다. 감사원과 서울시의 감사가 실시되어 서울 용산구, 전남의 해남군과 진도군, 충남 아산시, 강원도 춘천시 등에서 보건진료소 운영비나 장애인보조금 등 사회복지급여를 횡령한 공무원의 사례가 추가적으로 확인되었다. 비리를 옹호해서는 안된다. 귀중한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고보조금이고 자신의 배를 불리려는 공무원이 있다면 이들에게는 강력한 징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국고보조금에 대해 다시는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필요한 관리감독체계를 보강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무원의 개인적 비리에 대해서 어떤 논리로든 관용이나 양해를 논할 수 없다.


정부는 여러 가지로 대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횡령금액의 두 배까지 추징하고 예산집행 실명제를 도입하며 이중삼중의 검증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리고 복지부는 차제에 수요자 중심의 복지서비스 전산체계와 전달체계 구축의 의지도 거듭 표방하고 있다. 또한 “돈이 가야 할 곳에는 빠르게 가게하고 돈이 가지 않아도 되는 곳에는 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한다. 최근의 복지보조금 횡령사건과 관련되어 언론에 나타난 대통령의 표현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비리사건 관련으로 초점이 벗어나는 이야기나 대책을 끌어가서는 곤란하다. 중요한 사안인 만큼 몇 가지 다시 짚어보아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지금 문제가 되었던 사건들은 보조금과 관련된 횡령이고 비리사건이다. 국고보조금의 집행과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의 철저함이 필요하다. 불행히도 발각이 되었건 그렇지 않았건 간에 국고보조금 집행에서 횡령이나 비리는 복지영역에 국한된 일이 아닐 것이다. 사실 예산 규모가 훨씬 더 크고 유착이나 비리의 의혹이 많은 국고보조금 관련 영역들이 많다. 이에 대해서도 면밀히 확인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일선에서는 대규모의 국고보조금을 조기 집행하느라 정신없는 상황이다. 경제살리기와 관련하여 임시적으로 증편되어 떨어지는 보조금도 여러 종류라 혼란스럽다. 횡령이나 비리가 발생하기 쉬운 상황이다. 복지급여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국고보조금 집행 전반에서 비리의 소지가 없는지에 대한 점검체계가 중요하다.


둘째, 이번 사건과 관련된 파장이 복지급여 위축으로 연결되어서는 안된다. 사회복지 안전망이 비체계적인 상황에서 여러 긴급 복지지원이 발동되고 있다.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복지급여가 생존권의 문제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필요치 않은 곳에 돈이 갔는가’의 부분을 급여 공급자인 공무원의 비리 차원을 넘어서 수급자의 부정수급 논의로 확장시키는 것은 다소 비약이다. 물론 부정수급은 좋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부정수급자 적발에 대한 지나친 정책초점은 실제에서 필요한 수급자마저도 적절한 수급을 받기 어려워지는 현장분위기로 연결되기 쉽다. 일선 담당자들이 급여제공 여부의 선정기준에 대해 행정적으로 까다로운 엄격성을 나타낼 우려가 있다. 급여의 경직성이 강화된다면 공무원에 의한 비리로 직간접적 피해를 본 복지급여수급자들에게는 이중의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세 번째로 관련 공무원의 횡령사건이 자칫 복지예산 증편이 불필요하다는 이야기로 연결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는 비논리적인 비약이므로 사실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분명히 ‘엉뚱하게 새어나가는 복지부문’에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제기를 하곤 한다. 이 역시 정부와 공공영역에서 나타난 비리를 빌미삼아 오히려 복지수급자의 권익을 해치는 일이 된다.


사실 관련 공무원의 횡령사건 적발이 복지급여의 위축으로 연결될 것을 걱정한다는 것은 좀 우스운 일이다. 하지만 그간 워낙 부정수급의 문제를 강조해 온 정부당국이기에 우려가 없지 않다. 부정수급 혹은 부적절한 수급에는 과잉수급도 있지만 과소수급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적절한 복지급여의 수급이 필요한데 행정적 혹은 여타 다른 장애요인으로 인해 제 때에 적절한 만큼의 수급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면 이것도 국가에 의한 부정수급이다. 부정수급의 문제해결은 “돈이 가지 않아도 되는 곳에 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만이 아니다. 대통령의 말대로 “돈이 가야 할 곳에는 빠르게 (적절히) 가게 하는 것“도 부정수급의 문제해결이다.   


경제위기 시대에 복지수급에서의 공무원 횡령이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부정수급이 없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이야기도 반복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사회는 교훈을 얻고 무언가 고쳐서 발전해야 한다. 당연히 ‘부정수급’을 ‘정당하고 적절한 복지수급’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적절하게 새는 돈이 없도록 바로잡는 것도 필요하지만 복지수급이 제 때,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부분을 바로잡는 것이 더 중요한 본질이다. 경제위기 상황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복지서비스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면 “돈이 가야 할 곳에 잘 가도록 하는” 데에 방점을 둔 부정수급 해결책이 지금 필요하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사회적 역할은 이것이다. 이 역할을 위축시키지 말고 적극적으로 발휘하게 해야 한다. 물론 개인비리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가 “돈이 가지 않아도 되는 곳”을 찾느라 가야 할 곳에도 제대로 돈을 보내지 않는 과소수급의 부정과 비리(?)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우리나라 복지급여는 본질적으로 과소수급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 와중에도 돈을 보내지 않을 수 있는 이유를 찾느라 혈안이 되었던 정부의 모습이 이제는 과소수급 문제의 해결에도 획기적인 적극성을 띠기를 기대해본다. 그렇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공무원의 횡령 때문에 또 상처를 입은 국민들에게 조금은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 지금 정부가 그 정도의 사과는 국민에게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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