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5 2015-01-09   308

[복지동향 195호] 편집인의 글

편집인의 글

김형용 l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다시금 보편적 복지 논쟁이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당선 후 거의 모든 복지 공약을 내팽개친 보수정부는 무상복지 포퓰리즘의 역효과를 이용하면서 비난회피의 정치를 펼치고 있다. 보편적 복지란 애초부터 무책임한 사회적 급여인 것처럼 국가 재정을 위험에 빠뜨리고 성장을 끌어내리며 정작 필요한 곳에 투자를 방해하는 위험한 용어가 되었다. 여기에 더해 무상복지는 세상에 공짜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한 오늘날 대다수 중산층 서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증세로 둔갑한다. 보편적 복지를 겨냥한 이러한 도전은 사실 예견되었다. 복지확대 속도를 뒷받침하는 복지재정 확대는 없었고 비정상적인 재정의 분담구조 또한 어느 누구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다. 더 나아가 세계적인 저성장 추세에서 복지가 처한 근본적 위기 상황과 대처에 대한 고민은 그리 깊지 않았으며, 복지는 단순히 선거곡마장에서 표와 교환되는 집단적 이익으로 치부되었다. 과연 진보가 주장한 보편적 복지가 무상복지이었나? 사회적 급여는 애초부터 구체적 권리가 아닌 반사적 이익이었나?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지닌 국가의 정당성과 구속력은 권력의 성격에 따라 수시로 변화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이었나?

 

정치적 진영 논리에 따라 친복지와 반복지로 분리되는 우리사회 지식과 권력의 엘리트들은 정작 심화되는 불평등 사회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 수단으로서 보편적 복지를 공적담론으로 이끌어내기보다 저마다 이해관계의 프레임 내에서 전략적으로 이용하였다. 우리사회 복지가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에 앞서 정치적 계산기를 먼저 두드렸다. 이러한 모습은 이윤 이외에 다른 가치들에 무관심한 자본과 기업의 행태와도 유사하다. 장기적 관점은 고사하고 단기적 성과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편적 복지는 레토릭일뿐이었고, 지식인들과 전문가들은 복지국가라는 상투적인 언어의 틀 내에서 안주하였다. 모두가 보편적 복지라는 진영 안과 밖에서 존재만 할 뿐 무엇을 해야 하는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웠던 것은 아닐까.

 

할 수 있는 말들보다는 해야만 하는 말들과 마주쳐야 한다. 2015년 복지동향의 첫 호는 이러한 취지에서 보편적 복지를 다시 본격적으로 논하고자 기획의 글들을 마련하였다. 이태수 교수는 무상복지 논쟁이 한국 복지국가 모형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논란을 제기하고 정당정치사에서 이념과 노선을 정책으로 선명하게 드러나게 하였던 성과에도 불구하고, 무상복지가 가지는 개념적 왜곡과 혼란으로 인하여 재정적 부담 및 과잉 급여라는 대중적 불신에 직면하게 되는 한계를 지적하였다. 이제 무상복지의 용어는 폐기될 때가 된 것이다. 그 자리에 권리와 책임의 균형 있는 정책 논쟁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보편적 복지를 위한 재원 마련과 지방분권화 문제는 우선적으로 풀어야 하는 숙제이다. 노동계층의 삶이 더욱 피폐해지고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어드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증세는 쉽게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이 아닐 수 있다. 조세구조 개편과 함께 폭넓게 다루어져야할 영역이다. 지방분권과 함께 수반되었어야 할 재정분권은 지방정부의 역량에 대한 의문과 함께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와 분권화 자체에 대한 재성찰도 필요한 시점이다. 재정적 여력 내에서 고령화와 양극화로 인한 과부담 복지의 한계 또한 보편적 복지의 본질적인 문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복지가 국가의 책임으로 제공되는 것이자 받는 사람의 권리에 의해 받는 것이라는 윤찬영 교수의 칼럼 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 급여와 서비스에 있어 유상 및 무상이라는 용어의 사용이 언어도단이듯이, 보편적 복지 논쟁에서의 재정과 분권은 방법론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복지국가 운동에서 무슨 권리를 누가 보장할 것인가 만큼 분명하고 강력한 것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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