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7 2017-08-01   3431

[기획주제2]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

복지동향 2017년 8월호

기획주제1.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부양의무자 기준

기획주제2.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

기획주제3.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방안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

배진수 | 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의 규모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의 규모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정치가 존재한다. 거칠게는 우리나라 전체 빈곤율에서 수급자 비율을 제외한 나머지를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 규모로 예측한다. 이와 관련한 여러 연구를 살펴보면 대략 그 비율을 전체인구의 2.1%~4.27% 사이로 보고 있다.1) 2008년 보건복지부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사각지대 현황 조사’에서는 소득인정액 기준을 충족하고 있음에도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인구의 3.3%인 160만 명 정도라 보았다.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 규모에 대해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2010. 빈곤실태조사’에서 빈곤층의 규모를 추정한 수치인데, 이에 따르면 전국 약 66만 가구 117만 명이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자 선정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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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소득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모두 통과하더라도 수급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2007년의 연구(석재은, 유은주)에서는 수급신청 탈락사유를 다룬 연구결과들을 비교분석한 결과, 소득·재산기준이나 부양의무자 기준이 아닌 ‘기타사유’로 수급자가 되지 않는 비율, 즉 개인정보의 공개를 꺼리거나, 수급자가 된다는 낙인효과 때문에 수급을 거부하거나, 정보가 부족해 수급 신청조차 하지 못한 사람들의 비중이 전체 비수급 빈곤층의 약 5%, 많게는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비수급 빈곤층 대부분이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탈락자라고는 볼 수 없지만 이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그 규모는 대략 100만 명 안팎일 것으로 본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개정된 2015년 이후에도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의 규모는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간주부양비 부과로 인한 보이지 않는 ‘수급 빈곤층’의 존재

100만 명 규모의 수급 사각지대 외에,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 빈곤층’의 존재도 묵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어떻게 수급 빈곤층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부양의무자 기준 통과여부는 전적으로 부양의무자에게 부양능력이 있고 없음에 대한 판단에 달려있다.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에 대한 판단은 ‘부양능력 없음’, ‘부양능력 미약’, ‘부양능력 있음’의 세 층위로 나뉜다.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부양능력 있음’ 기준 아래면 모두 부양능력이 없다고 보아 수급자로 선정하는 것이 마땅해 보이나, 보건복지부 지침은 부양의무자 가구의 소득이 ‘부양능력 없음’ 이하일 경우에만 온전히 수급자로 선정하고, 그 소득이 ‘부양능력 없음’ 보다는 많으나 부양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소득구간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부양능력이 미약하다고 본다. 이 구간에서는 일단 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으나 수급자가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비를 받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다시 말하면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비를 받든 받지 못하든, 보건복지부 지침이 설정한 일정 비율의 부양비를 수급자의 소득으로 산정한 후 수급자로 선정해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급자는 실제 부양비를 받지 못하더라도 생계급여 상한액인 495,879원(2017년 1인 가구 기준)을 온전히 받지 못하게 된다. 간주부양비가 20만원이라고 했을 때, 부양의무자로부터 실제 부양을 받지 못하는 수급자는 20만원이 삭감된 약 29만원만을 수급비로 받아 생활해야 된다는 것이다. 2008년 12월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실시한 “수급가구 및 비수급 빈곤가구의 피부양실태에 관한 심층조사”에 따르면 50개 수급가구 중 이와 같은 간주부양비가 책정되어 있는 가구는 36가구로, 해당가구에게 간주된 부양비는 평균 월 19.72만원이었으나 실제 부양비는 월 평균 4.56만원이었다. 실제 받고 있는 부양비가 간주되는 부양비의 약 1/4수준밖에는 되지 않는 것이다. 또, 수급가구의 대부분인 94.4%가 책정된 부양비 보다 적은 금액의 부양료를 받고 있었다. 부양의무자에게 부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는 ‘부양의무자 가구 역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서’라는 답이 47.1%로 가장 많았고, ‘연락이 되지 않거나 관계가 단절되어서’라는 답변도 27.8%나 되었다.

이처럼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판단에 의해 책정되는 간주부양비는 무늬만 수급자인 사람들을 필연적으로 양산해내고 있다. 따라서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를 추정할 때는 비수급 빈곤층 뿐 아니라, 수급자이면서도 간주부양비가 부과되어 최저생계수준 이하로 생활하는 수급 빈곤층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개정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수급 사각지대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양산되는 광범위한 수급 사각지대와 수급자로 선정은 되었음에도 최저생계비 미만으로 살아가는 수급 빈곤층 문제의 해결은 이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사회적 의제가 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된 지난 2000년 이후 17년 간 부양의무제도의 폐지 또는 개선에 대한 요구는 계속되어 왔고, 그동안 부양능력 판단 및 부양의무자 범위 기준 완화 등을 통해 수급 사각지대의 축소를 꾀하기도 했으나 단 한 번도 수급사각지대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개정되어 2015년 7월 시행된 개정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고는 하나, 이 역시 수급 사각지대 해소에 대한 답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판정기준 
2015년 7월 개정 시행된 기초법의 부양의무자 기준이 개정 전과 가장 다른 점은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을 판단하는 소득기준이 대폭 상향되었다는 것이다.2) 2015년 7월 이전 수급자 1인 가구를 4인의 부양의무자 가구가 부양해야 할 경우, 부양능력 없는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은 부양의무자 가구 최저생계비의 130%(약 217만원)이었으나, 개편 후에는 부양의무자 중위소득(2017년 4,467,380원) 이하로 대폭 상향되었다. 그리고 ‘부양능력 있음’ 구간은 부양의무자가 수급자를 부양한 이후에도 중위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를 고려하여 수급자 중위소득의 40%에 부양의무자 중위소득을 더한 5,128,552원 이상으로 상향되었다. ‘부양능력 있음’과 ‘부양능력 없음’ 사이의 구간은 앞에서 살펴본 ‘부양능력 미약’ 구간이다.

부양의무자 소득기준 완화를 통해 기존에 ‘부양능력 있음’으로 분류되었던 부양의무자 가구가 ‘부양능력이 없음’, 또는 ‘부양능력 미약’ 구간으로 일부 편입되었고, ‘부양능력 미약’ 구간의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 없음’으로 판단되었다. 그 결과 신규 수급자가 늘고 간주부양비 부과로 생계급여가 삭감되었던 가구의 급여액이 일정 정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개정 기초법 시행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 해소 효과를 조금 더 면밀히 살펴보면, 생계급여 신규수급자가 2015년 6월 대비 2016년 5월에 9만 명가량 증가했는데3) 이는 부양의무자 완화로 인한 효과와 더불어 부양의무자 기준은 통과했지만 정보부족 등으로 인한 미신청자에 대한 발굴노력이 함께 이루어져 나온 결과이다. 보건복지부는 신규수급자의 약 62%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 제도 개선을 통해, 48% 가량은 복지소외계층 발굴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신규 생계급여 수급자 9만 명 중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통해 진입한 사람들은 9만 명의 62% 인 5.6만 명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더하여 부양의무자 소득기준 완화를 통해 간주부양비를 부과 받던 14만 가구의 평균급여액이 17만원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부양능력이 미약하지만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실제 지급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과되어오던 간주부양비가 감소된 것으로, 처음부터 실제 지급받지 못하던 급여의 일부를 이제야 받게 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전체 수급자 대비 간주부양비를 부과 받는 수급자의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을 상향하는 것만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사각지대를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미비하다.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 완화로 신규 진입한 생계급여 수급자 5.6만 명은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발생하는 100만의 수급 사각지대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수치이다. 아래에서는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 상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급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금 더 들여다보기로 한다.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판정기준 중 소득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

「2017년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이하 ‘보건복지부 지침’)에 나타난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판정기준 중 소득기준은 아래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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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에 따르면 부양의무자 1인의 월 소득이 2,314,103원을 넘을 경우 수급자 1인을 부양할 부양능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월 230만 원 정도를 받는 2~30대 1인 가구가 소득이 전혀 없고 주거비용도 지불해야 하는 부 또는 모를 온전히 부양해야 하는 의무를 지는 사례도 다수 나타날 것이다. 부양의무자인 자녀 1인이 부모를 2인을 모두 부양해야 할 경우라면 월소득 2,788,711원이면 부양능력이 있다고 본다. 2017년 기준 2인 가구의 기준 중위소득은 281만원 정도이고, 2인 가구가 최저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금액이라고 보는 생계급여 기준인 기준 중위소득의 30%는 844,335원이다. 월 280만원을 버는 자녀는 부모의 생계를 위해 대략 85만 원 정도의 생활비를 보조하고, 주거비용을 지불하고, 만약 부모가 아플 경우라면 의료비도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부양의무를 짊어진 자녀는 과연 스스로의 노력으로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을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기초법의 부양의무자 제도는 국가가 빈곤한 자의 자녀의 삶을 담보로 운영하는 제도이자 부모세대의 빈곤을 자녀세대에 대물림하는 결과를 묵과한 채 존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정 기초법에 따라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을 판단하는 소득기준이 대폭 상향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부양의무자 가구가 1인일 경우일 경우에는 개인이 지는 부양의무의 무게는 다인가구에 비해 더욱 크게 다가온다. 현실적으로 월소득 280만원으로는 부양의무자 1인이 부모를 부양하기에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운 소득수준이다. 이러한 소득기준으로 인해 부양의무자에게 부양능력은 있지만 여전히 부양을 받지 못하는 수급 사각지대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판정기준 중 재산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

개정 기초법의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는 부양의무자 가구의 소득기준 완화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기초법 상 부양의무자 기준은 부양의무자 소득기준 뿐 아니라 재산기준까지 모두 충족해야 수급자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재산의 소득환산에서 제외되는 기본재산액은 대도시 기준 2억2천8백만 원4) 으로 개정 전후 동일하다. 따라서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이 완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주거용 주택 역시 소득으로 환산되는 재산에 포함하는 현재의 부양의무자 재산기준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통과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의 연구보고에 따르면5) 수급을 신청하였으나 부양의무자의 재산기준으로 부양능력이 있다고 판정되어 수급에서 탈락한 비율은 57.29%였다. 부양의무자의 소득으로 보면 부양능력이 없으나 재산기준으로만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 가구도 22.01%에 달하였다. 더욱이 재산의 경우 소득에 비해 처분가능성이 낮고 대부분의 재산이 주거용 재산일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부양의무자의 재산기준은 실질적인 부양현실을 반영하기 어려운 판정기준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부양의무자가 재산기준을 초과하기 때문에 수급에서 탈락한다면 이는 수급 사각지대의 발생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부양의무자의 부양거부·기피로 인한 사각지대

개정 기초법은 그동안 가장 논란이 되어 왔던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거부·기피함이 인정되지 않아 발생하는 수급 탈락’의 경우, 즉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이 실질적인 부양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에 발생하는 수급 사각지대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을 받을 수 없다’고 인정되는 사례에 대해서는 기초법 제8조의2 제2항에 규정하고 있다. 제1호에서 제6호까지는 구체적으로 부양의무자가 병역의무 중이거나 해외이주자인 경우,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경우 등을 부양 받을 수 없는 상태로 판단 할 수 있다고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 반면, 제7호에서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로 들고 있는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경우’는 법문 상 그 해석이 명확하지 않다. 보건복지부 지침이 법문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부양이 거부·기피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위해서 ‘가족 간 경제적·정서적 지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가족관계가 해체되었음’을 증명하길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지침 역시 가족관계 해체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가족관계의 해체로 볼 수 있는 몇몇 사례만을 들고 있을 뿐이다.6) 보건복지부 지침의 내용을 살펴봐도 ‘가족관계 해체’의 정의는 무엇인지, ‘정상적인 가족기능이 상실’되었다고 볼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지가 불명확하다. 결국 각 사안마다 ‘부양의무자와 가족관계 해체상태’로 정상적인 가족기능을 상실하여 정서적・경제적 부양을 받을 수 없다는 사정’을 담당 공무원의 재량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 지침에서도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의 확인은 보장기관의 재량행위라고 본다.7) 지침의 ‘부양의무자에 대한 조사방법’에서 역시 부양의무자에 대한 조사가 미비할 경우에는 담당 공무원의 종합적인 판단으로 사실관계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함으로써 그 판단을 공무원 재량영역으로 넘기고 있다.8)

이는 경직된 법 적용을 넘어서 보장기관이 수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수급자격을 주는 융통성을 발휘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러한 재량의 부과가 과연 수급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의문이다. 또 비슷한 요건을 가진 수급자들 사이에서도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보장기관에서는 재량을 발휘하기 보다는 지침의 틀 안에서 경직된 판단을 하기 쉽고, 실제 지침에서 열거된 몇몇 사례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부양을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부양 거부·기피를 인정받기 힘들 수 있다. 이렇게 부양의무자로부터 실제 부양을 받지 못하는 경우, 그에 대한 입증책임조차 수급자에게 부과되는 현 상황에서 부양의무자의 소득이나 재산기준이 아무리 상향된다고 하더라도 수급자가 되기란 요원한 일이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국가는 국민에 대한 헌법적 의무를 이행해야

이상에서 살펴본 수급 사각지대가 특히 문제되는 것은 그로 인해 수많은 빈곤층이 그들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 제34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제34조 제2항에서 국가의 사회보장 및 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명시했다. 헌법 전문을 비롯하여 앞에서 열거한 헌법 제10조와 제34조는 사회적 기본권의 헌법적 근거로 일컬어져 왔다. 즉, 사회적 기본권은 헌법으로부터 직접 도출되는 구체적인 권리로서 국가는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지며, 단순히 국가 사회·정책적 목표나 지향점으로 삼는데 그치면 되는 문제가 아니므로 국가의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그 구체적인 권리성을 부인할 수 없다.9)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된 이래 17년 간 부양의무자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틀 안에서 부양의무자의 범위나 부양능력 판정 기준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수급 사각지대를 줄이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100만이 넘는 비수급 빈곤층과 수급 빈곤층은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부양의무자 기준이 존재하는 한 수급 사각지대는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2015년 개정 시행된 기초법 역시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을 대폭 완화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수급 사각지대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비수급 빈곤층과 수급 빈곤층은 그들의 사회적 기본권, 그 중에서도 핵심인 공공부조수급권을 지속적으로 침해받고 있다.

이제는 과연 국가가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후의 보루인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운영으로 국민에 대한 헌법적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이다. 대선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약속한 바 있다. 조속히 그 약속을 이행하여 수급 사각지대의 가장 큰 원인인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헌법상 의무를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2004년(여유진), 2007년(김미곤 외) 연구 등
2)「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제5조의6 제1항
4. 제1호부터 제3호까지 외의 사람으로서 다음 각 목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
가. 차감된 소득이 수급권자 기준 중위소득의 100분의 40과 해당 부양의무자 기준 중위소득을 더한 금액 미만일 것
나. 재산의 소득환산액이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금액 미만일 것
다. 부양의무자의 차감된 소득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중위소득에 해당하는 금액을 뺀 금액의 범위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금액을 수급권자에게 정기적으로 지원할 것
3)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발로 뛰며 일군 맞춤형 개별급여 1년”, 2016. 7. 4.
4) 2009년 이후 대도시의 기본재산액은 22,800만원으로 71.43%인상되었으며 중소도시의 경우 13,600만원으로 인상되었음. 농어촌의 경우 2009년 이래로 10,150만원으로 유지되고 있음
5) 여유진 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재산기준 개선방안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4(정책보고서 2014-87)
6) 보건복지부(2017),「2017년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 71-72면
(2) 부양의무자와 가족관계 해체상태로 정상적인 가족기능을 상실하여 정서적・경제적 부양을 받을 수 없다고 수급(권)자가 소명하여 시장・군수・구청장이 인정하는 경우
(가) 부 또는 모가 이혼 후 재혼하여 전 배우자와의 자녀에 대해 실질적으로 부양하지 않고 있는 경우
(나) 과거 가족 간의 관계해체 사유(이혼, 폭력, 상해, 방임, 유기, 가출, 학대, 약물중독등)의 이유로 가족관계가 해체되어 부양의무자로부터 실질적인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 등
(다) 수급(권)자 가구가 미혼모・부 및 한부모가 되는 과정에서 부양의무자인 직계존속과 갈등(자녀입양 강요, 임신중절 강요 등)으로 가족관계가 해체되어 실질적인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
(라) 수급(권)자의 1촌의 직계비속인 부양의무자가 19세 미만인 미성년 자녀(「민법」제4조)로 그의 보호자인 이혼한 전 배우자가 조사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
※동 조항을 적용받던 부양의무자가 19세 이상의 성년이 되면 계속 적용 불가
7) 보건복지부(2017), 앞의 책, 72면
[가족관계 ʻ단절ˮ→ʻ해체ˮ용어변경 사유]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의 확인(인정)은 수급(권)자와 부양의무자와의 관계에 대한 가족기능 작동여부 등의 판단이라는 보장기관의 재량행위라 할 수 있음
8) 보건복지부(2017), 앞의 책, 197-198면
9) 김복기, “사회적 기본권의 법적 성격-‘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중심으로-”, 「사회보장법연구 3(1)」, 서울대 사회보장법연구회, 2014, 111-138면.


<참고문헌>

이승호, 구인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적절성 평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사회연구」30(1), 2010.
여유진 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재산기준 개선방안 연구”,「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책보고서 2014-87」,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4.
김지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부양의무자 기준의 위헌성”,「공법연구」제41집 제3호, 2013. 2.
박성민, “평등권 침해를 중심으로 본 부양의무자 기준의 위헌성”, 「사회보장법학」제5권 제1호, 한국사회보장법학회, 2016.
배진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한 입법방안에 대한 소고”,「사회보장법연구」제6권 제1호, 서울대 사회보장법연구회, 2017
보건복지부(2017),「2017년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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