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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0
  • 2020.05.01
  • 904

코로나 이후 ‘실질적 실업부조’의 도입 필요성과 방향

 

은민수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공공정책대학 초빙교수

  

들어가며

전 세계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라는 재난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면 폐업과 실업이라는 또 하나의 가혹한 터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빠르게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줄 긴급처방이 필요한데 정부, 집권여당, 야당이 긴급재난지원금의 재원마련을 위한 추경안 심사를 두고 책임을 떠넘기면서 시간만 흘러갔다. 설령 내일 당장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어 급한 불은 끈다고 해도 긴급지원금만으로 우리 사회를 온전히 복원시키는 데는 역부족이다. 국민의 70%에게 주든 100% 모두에게 주든 말 그대로 ‘긴급지원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단기적 긴급처방 외에 근본적이고 지속적으로 경제적 안정을 찾고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그 대책 중에는 단순히 구직자뿐 아니라 많은 불안정한 저소득근로자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실질적 실업부조 방안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고용보험의 끝에서 시작되는 실업부조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8월 기준으로 전체 임금노동자 중 고용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70.9%이며 이 중 정규직은 87.2%, 기간제·시간제·비정형을 합한 비정규직은 44.9%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가입률 차이가 약 두 배나 된다. 게다가 2020년 3월 말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가입비율은 0.18%에 불과한 실정이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행정 통계로 본 2020년 3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375만 7천 명으로 작년 동월 대비 25만 3천명 증가했지만 전년도 동월의 약 52만 6천 명 증가에 비해서는 크게 둔화되었다. 그에 비해 구직급여의 수급자는 2020년 3월에 60만 8천 명으로 이는 전년 동월 대비 약 10만 명이 증가한 수치이다. 고용보험 가입자의 감소나 구직급여 수급자의 증가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된 탓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일용직, 특수형태근로, 파견, 용역과 같은 비전형근로자와 요식업·관광업·운수업 종사자 등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 등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지인과 금융서비스에 의존하면서 점점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탈산업화와 서비스경제로의 이행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불안정한 비정규직과 노동시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한 미취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가능한 이들에 대하여 최대한 고용보험의 의무가입자로 법제화하여 가입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이론이 없을 것이다. 또한 자발적 퇴직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실업급여를 소진한 사람에 대한 대책도 절실하다. 하지만, 우리의 고용보험이 이러한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산업체제에서 정규직 근로자들을 표본으로 설계된 사회보험 중심의 고용안전망은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퀵서비스 배달기사, 방문판매원 등 특수고용형태근로자나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자영업자들을 보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고용보험 대상과 지급기간의 확대, 지급요건의 완화 등을 위한 적극적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겠지만, 기여와 급여의 비례원리에 입각한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실업부조는 바로 이 고용보험의 끝에서부터 시작된다.

 

다양하면서도 수렴되어 가는 실업부조

실업부조는 본래 소득중단이나 소득상실로 인한 실업자들의 빈곤화를 억제함으로써 실업의 부정적인 효과를 차단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따라서 고용, 기여, 급여액, 급여기간 등이 정교하게 연계된 실업보험과 달리 실업부조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그 재정이 충당되며 과거의 고용 및 기여와 상관없이, 일정한 자산조사를 통하여 저소득 실업자에게 장기적으로 지급되었다.

 

그러나 탈산업화와 세계화를 겪으면서 각 국가들의 실업부조의 내용과 형식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재정 역량, 국민 여론 등에 의해 매우 다양하게 변모하였다. 공공부조나 실업보험 없이 오로지 실업부조만 있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실업부조 외에 공공부조와 실업보험 모두 있는 국가도 있으며, 기존의 실업부조가 실업보험과 통합되거나 반대로 실업부조가 공공부조와 통합된 경우도 있다. 가령 독일은 고용서비스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던 근로능력이 있는 사회부조 수급자들을 실업부조에 통합시켰고, 영국은 유니버셜 크레딧이라는 단일한 시스템에서 이런저런 다양한 현금성 급여제도들을 모두 결합시켰다.

 

구체적인 제도내용에 있어서도 스웨덴과 프랑스처럼 일정한 고용경력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와 상관없이 현재의 소득수준만을 확인하여 지급하는 호주, 뉴질랜드, 핀란드, 영국, 독일, 아일랜드도 있다. 이 외에 지급기한을 무기한으로 설정한 국가가 있는가 하면 한정한 국가도 있고, 심지어 유류 보조금을 지급하는 국가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그것은 일부 국가를 제외한 OECD 주요 국가들이 실업부조의 대상을 단지 실업자에 국한하지 않고 저소득 근로자들까지 망라하고 있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급여 역시 시장소득 수준에 따라 급여 일부를 감액(환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 대체로 지급기한을 한정하지 않고 무기한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 급여액이 평균임금의 10~20% 선이라는 점, 끝으로 연령이나 가족 등의 특성을 반영하여 금액을 추가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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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실업부조라는 국민취업지원제도

한국도 문재인 정부 이후 고용노동부와 노동연구원을 중심으로 실업부조 도입을 준비해왔고, 작년 말에 ‘한국형’ 실업부조라는 <국민취업지원제도>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국민취업지원제도의 근거법률인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이 제도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먼저 <Ⅰ유형>은 소득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과 일부 청년층에게 구직촉진수당과 취업지원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며, <Ⅱ유형>은 취업지원 서비스만 제공한다. <Ⅰ유형>은 다시 의문지출인 요건심사형과 재량지출인 선발형으로 나뉘는데, 요건심사형은 가구 기준으로 중위소득 60%(50%로 시작) 이하의 만 18~64세 구직자 가운데, 2년 이내에 취업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최저생계 보장을 위해 6개월 동안 매달 50만 원씩 지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실제 시행은 중위소득 50% 이하를 대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선발형으로 요건심사형과 동일한 조건에서 2년 이내 취업 경험을 면제해주는 것이지만 예산범위 내에서 재량에 따라 선발가능한 것으로 큰 의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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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유형>은 취업지원서비스로서 <Ⅰ유형>에 해당하지 않는 청년이나 폐업 영세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직업훈련 참여 등의 구직활동을 할 때 발생하는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예산규모는 고용노동부의 발표자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2020년 예산은 수당 및 서비스를 포함하여 5,218억 원(고용노동부 보도자료, 2019.9.10), 구직수당만 2,579억 원(법률안 비용추계서, 2019.9.16)으로 파악된다. 지원규모는 내년 7월부터 35만 명(수당 20만 명, 서비스 15만 명)으로 시작해서 2,022년에 60만 명까지 늘리고, 예산규모도 1조를 넘게 된다.

 

위기에 비해 약한 대응

국민취업지원제도는 몇 가지 중요한 쟁점과 한계를 내포하고 있어 보이는데, 이는 왜 제도의 별칭에 ‘한국형’이란 수식어가 필요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첫째,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복지국가들의 ‘실업부조’ 제도의 전형과 차이가 크며, 엄밀히 말해서 실업부조라기 보다는 기존 취업성공패키지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기존 취업성공패키지와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를 통합한 것으로1), 취업성공패키지와 달리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 외에 주요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둘째, 대상의 제한성과 지나친 노동시장 참여 유도의 문제이다. 예외적으로 월 50만원 미만의 불완전 취업자를 포함시킨다고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지원대상을 ‘근로능력과 구직의사가 있음에도 취업하지 못한 상태에 있는’ 취업취약계층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 정도로 해결될 만큼 한국의 고용위기가 약하지 않다. 한국에서 저임금근로자와 실업자 간 차이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하며 문 열고 나가면 바로 옆방이다.

 

셋째, 지나칠 정도로 취업지원과 취업촉진 중심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라는 제도명칭 자체부터 전 국민의 취업을 독려하는 듯한 국민동원적 느낌을 준다. 대부분의 복지국가들이 탄탄한 고용보험과 실업부조의 소득지원을 기반으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추구하는 데 비해 우리의 경우 그동안 고용보험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근로빈곤층에 대하여 소득지원은 미미한 채 오로지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집착해왔다. 먹고 살아야 배울 맘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산업구조의 변화와 일자리 창출의 한계를 인정하고 실업부조의 개념을 확대하여 생활에 필요한 최저소득을 개인 단위로 보장하는 방안을 중요하게 고려할 시점이라 판단된다.

 

넷째, 선별적 자격요건과 제한된 지급의 문제이다. 지급대상이 중위소득 50% 이하의 빈곤층임에도 아동 등 부양가구원에 대한 고려가 없고, 수급기간인 6개월 기간도 OECD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너무 짧은 기간동안만 지급하여 그 효과가 의문이다. 프로그램 종료 후 미취업한 사람에 대한 조치가 없을 뿐 아니라 재참여 제한기간을 3년으로 설정함으로써 3년 기간 중 소득중단의 우려가 크다. 또한 의무선발형의 경우 최근 2년 동안 6개월 이상의 ‘취업’ 경험을 조건으로 하는데, 취업을 못 해서 구직수당이라도 받으려는 사람에게 취업경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참고로 실업부조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근로와 기여경력에 상관없이 근로빈곤층을 지원하고 있다.

 

 

‘실질적’ 실업부조를 향하여

이제 우리도 ‘한국형’이 아닌 온전하고 ‘실질적’인 실업부조를 만들어야 한다. 구직자와 저소득 불안정노동층을 위한 실질적 실업부조를 위해 필요한 몇 가지 방향과 원칙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거미줄처럼 복잡하고 미로처럼 여러 제도로 나누어 운영되는 현행 제도들을 매우 단순하게 재편해야 한다. 누가 보아도 한 번에 제도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화하기 위해서 현재의 취업성취패키지, 청년배당소득, 혹은 앞의 둘을 합한 국민취업지원제도, 근로장려금(EITC), 자녀장려세제(CTC) 등 고용과 관련된 여러 현금성 급여와 조세지출 제도들을 통합하여 단순화시켜야 한다. 예컨대 근로장려금은 그 효과가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나 불황기를 맞아 취업이 어려워지고 실업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다른 소득보장 제도와 같은 경기 안정화 장치의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 실업부조를 구직자들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등 불안정노동층까지 포괄할 수 있는 제도로 실업부조의 의미와 내용을 확장해야만 한다.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지쳐가고, 폐업과 창업을 반복하며 망해가는 저소득 취업자, 영세자영업자들이 많으므로 자격요건에 ‘취업하지 못한 상태에 있는’ 구절은 삭제해야 한다. 낮은 임금에도 근로빈곤층들이 이직하지 않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영세 폐업자들이 저임금 일자리를 받아들이기 용이하도록 임금보충적 성격의 실업부조가 사회적 임금으로서 제공되어야 한다.

 

셋째, 실질적 실업부조를 위해서는 자격요건을 완화하고 지급기간 역시 현실화해야 한다. 자격요건에서 중위소득 50%(언젠가 60%?) 설정을 현재의 심각한 실업과 미취업 상황을 고려하여 곧바로 중위소득 60% 수준으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며, 지급기간 6개월은 구직에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므로 최소 1년 이상으로 확대하고 추가 6개월의 연장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급여수준은 다른 국가들이 평균임금의 20% 내외로 설정한 것을 감안하면 다소 높을지 모르지만 지급기간이 한시적이고 매우 짧다는 점을 고려하면 월 60~80만 원 수준이 합리적이며 여기에 OECD 주요 국가들처럼 감액률을 적용하는 것은 당분간 무리일 것 같다.

 

나가며

코로나19의 여파로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실업자와 폐업 자영업자가 쏟아져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바 이에 대비하여 구직자뿐 아니라 근로빈곤층과 영세자영업자 등 불안정노동층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실업부조의 의미와 내용을 확장해야 한다.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는 언제든 실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고 지급기한이 명확히 한정된 실업부조 역시 저소득 불안정 노동층의 장기적 대안일 수는 없다. 향후 예상되는 지속적인 저성장, 고용기회 감소, 고용기간 축소 등을 감안한다면, 근로와 상관없이, 시장소득의 증감에 따라 변동하는 사회적 임금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는 차등적인 기본소득(Guaranteed Income)을 중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1)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취업성공패키지에 비해 오히려 지원기간과 소득지원 수준이 낮거나 불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즉 기존의 취업성공패키지 Ⅰ유형에 참여하는 저소득층이 2단계(6개월)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수당이 월 40만 원이므로 국민취업지원제도의 구직촉진수당 월 50만 원(최대 6개월)과 큰 차이가 없다.

 

참고문헌

고용노동부. 2019.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안”

고용노동부. 2019. 《제3회 국민취업지원제도 연구 포럼》 자료집. 2019.10.31.

은민수. 2019. 《한국형 실업부조 국민취업지원제도 평가와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 자

료집. 2019.11.28.

은민수. 2019. “소득주도에서 복지주도로의 전환: 역진적 조세지출 조정으로 혁신적 기초소득 보장”. 《복지동향》, 2019년 8월호.

이병희. 2018. “한국형 실업부조의 도입 방향”. 《월간 복지동향》. 제242호. 참여연대 사회복 지위원회.

참여연대. 2019.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이전에 시급히 해소해야할 문제점과 제도 개선 방 향”. 《참여연대 이슈리포트》.

Jochen Clasen and Daniel Clegg. 2011. Regulating the Risk of Unemployment: National Adaptations to Post-industrial Labour Markets in Europe. NY: Oxford University Press.

OECD. www.oecd.org. “Unemployment Assistance Benef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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