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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0
  • 2020.05.01
  • 1294

코로나19, 성공한 방역과 실패한 고용ㆍ복지1)

 

윤홍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의 방역정책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일간지 중 하나인 쥐트도이체 차이퉁(Süddeutsche Zeitung)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내무부의 코로나19 대응 보고서는 독일이 코로나19의 확산을 신속하게 통제할 시기를 놓쳤지만, 상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식 방역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KBS, 2020). 독일만이 아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동경해 마지않았던 대부분의 서구 국가들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의 최대 민영방송 TF1, 영국의 BBC,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CNN 등 서구의 주요 언론사들은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성공적 방역을 상찬하고 있다. 세계 언론의 찬사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너무나 과소평가한 것은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다. 높은 시민의식, 투명성, 민주주의는 우리와 관계없는 서구 복지국가를 묘사하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구 언론들은 한국이 성공적인 방역을 할 수 있었던 이유를 한국의 높은 시민의식, 투명성, 민주주의 덕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치욕으로 남아 있는 일제의 35년간의 강점과 수십 년의 독재의 시간으로부터 이어져 온 굴욕의 역사가 한국인도 모르는 사이에 열등감과 패배의식을 내면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야 할 지경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만 아니라면 덩실덩실 춤이라도 춰야 할 것 같다. 2017년 실질 구매력 기준으로 한국의 일인당 GDP가 일본의 일인당 GDP보다 높아졌던 일과 코로나19에 대한 성공적 방역이 겹쳐지면서 한국이 정말 선진국이 된 것 같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제국주의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국가 중 경제성장, 민주주의, 복지국가를 이룬 거의 유일한 나라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러나 서구 언론의 상찬을 뒤로하면 정말 한국이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위기에 정말 잘 대응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코로나19로 인해 서구 선진국조차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전국적 규모의 선거를 치러낸 이 탁월한 방역정책의 성공이 크게 보이면 보일수록 우리는 마음 한 구성의 불편함을 가늠하기가 힘들다. 왜 이렇게 불편한 걸까?

 

사회보장제도로부터 배제된 시민

우리의 불편함에는 이유가 있었다. 우리가 바이러스를 차단하는데 정신을 온통 팔고 있던 사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무너져 내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방역을 위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영세자영업자는 매출이 폭락하면서 폐업의 위기에 몰렸고, 불안정 고용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은 직업을 잃고 빈곤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장사로 하루를 먹고 사는 영세자영업자에게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어쩌면 사형선고와 같은 것이었고,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불안정 고용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은 아무런 사회안전망 없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아무런 사회보장제도 없이 실직과 소득상실의 위기로 내몰릴 불안전 고용상태에 있는 노동자가 무려 728만 명에 이르고 있다(정흥준, 2020). 실제로 <그림 1>에서 보는 것과 같이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대부분이 고용보험에서 배제되어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로 밀어닥친 실직 위기는 이들 노동자를 빈곤 절벽으로 몰아가고 있다. 자영업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서울시 빅데이터캠퍼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2월 10일부터 3월 29일까지 대략 7주 동안 서울지역 신한카드의 자영업 매출액이 무려 1.6조 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천관률, 2020). 관광산업은 그야말로 초토화되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30대 후반의 관광가이드의 지난 두 달 총수입은 경기도에서 지급한 재난소득 20만 원이 전부였다고 할 정도다(한겨레, 2020.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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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코로나19 고용·복지정책

성공적 방역으로 많은 사람들이 안전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사이에,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이 우리 이웃의 생존을 위협하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피하게 경제 침체를 수반하면서, 경제적 위험으로서 코로나19는 불안정 고용상태에 있는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등과 같은 취약계층에게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염병으로서 코로나19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우리가 보장받는 안전한 생활이 취약한 이웃의 희생을 수반한다면 이는 매우 공정하지 않은 일이다. 이런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5차례에 걸친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한 대안들은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전향적이고 적극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명박 정부의 위기대응 규모는 GDP의 1.0% 수준이었던 반면, 문재인 정부의 대응 수준은 이번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략 223조원(금융지원 포함), GDP의 11.7%에 이르기 때문이다(통계청, 2020; 관계부처협동, 2020).

 

그러나 현재 위기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민생위기에 대한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에 대한 대책이라고는 저리(1.5%)에 돈을 빌려주거나, 대출과 이자 납부를 연장해주고 공공기관의 건물 임대료를 내려주는 것이 고작이다. 자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정적으로 들어가야 할 돈이 한 푼이 아니다. 영세 자영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겨레(2020. 4. 27.) 보도에 따르면 마포에서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예약제 식당 운영을 하는 한 자영업자의 3월 예약 손님은 단 한 건도 없었다. 3월 한 달 만에 손실이 1,500만 원으로 불어났다고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대책은 싼 이자에 빚을 내어 줄 터니 버텨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상황이 나아지면 열심히 벌어서 갚으라고 한다. 말도 되지 않은 정책이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음식점을 찾지 않았던 사람들이 위기가 지난다고 식사를 두 배로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 번 폐업한 자영업이 다시 시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영업자에게 코로나19라는 쓰나미가 닥쳤는데, 정부는 대출이라는, 그것도 한참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는 대출이라는 한가한 소리를 하는 것이다.

 

일자리 유지를 위한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이전과 비교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실업 대란을 막기에는 너무나 안이한 대응이다. 첫 번째 문제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불안정 고용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정부가 내놓은 고용유지 정책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30인 미만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임금을 지원하는 제도로 지원액을 늘렸지만(1~4인 고용 기준, 11만 원에서 18만 원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한 경우로 제한되어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고용보험 가입비율이 2019년 기준으로 40.1%라는 점을 고려하면(정흥준, 2020) 대략 226.6만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안정지원 자금으로의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어 있는 셈이다(<그림 2> 참고). 더 큰 문제는 1~4인 사업장의 월 평균 임금이 대략 2,134천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사업체에 지원하는 18만 원의 일자리안정자금이 효과적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본래 일자리안정자금의 목적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주의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애당초 이 제도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고 할 수 있다. 고용유지지원금도 고용보험을 가입을 전제로 지원하고 있어, 근로기준법상의 기준(휴업수당 등의 기준을 일부 완화했지만)을 충족하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배제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해서도 월 최대 50만 원을 16만 명에게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특수고용 노동자의 규모가 대략 220만 명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다수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정부의 대책에서 배제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정흥준·장은희, 2018; 정부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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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의 소득상실에 대한 대응도 부실하다. 이미 실업자가 폭증하고, 폐업한 자영업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사회보장제도와 정부의 위기 대책에 포괄되지 않는 다양한 시민들의 안전한 경제생활을 위해 과감하고, 보편적인 생계지원을 해야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일회성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위험에 직면한 ‘누구나’의 생활을 보장한다는 보편적 지원보다는 제도의 방점이 중위소득의 70% 이하를 지원할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를 지원하는 방식 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의 변이가 이미 1만 가지가 넘고, 이중 돌연변이도 4,300개가 넘는 상황에서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이 언제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일회적 현금(지역화폐) 지원의 한계는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 방역의 사회적 비용을 균등하게 배분하라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한국 사회보장제도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다고 단기간 내에 촘촘한 지원체계를 갖출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위기의 심각성을 고려한다면 임시적 대책이라도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모든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을 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적인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코로나19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취약한 계층에게 집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의 역할은 그 사회적 비용을 균등하게 분배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방역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방법은 분명하다. 정부는 기업을 살리기 위한 지원에 180조 원에 가까운 지원을 계획하고 있는 반면 민생과 기업의 고용유지 지원은 모두 합해야 49조 원에 불과하다. 물론 기업을 살리는 것이 고용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민생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과 가계에 대한 균형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첫째,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해고 위험이 있는 모든 기업에 통상임금의 80% 이상의 지원을 통해 고용을 유지시켜라. 또한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위기 이전의 고용 수준을 유지한다는 조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자영업을 살리기 위해 대출만이 아니라 갚을 필요가 없는 운영자금을 현금으로 지원하라. 셋째, 현재 시행 예정인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실업과 폐업에 직면한 모든 노동자와 자영업자에게 확대하는 실질적인 실업부조를 도입하라. 넷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즉각 폐지해 모든 국민에게 최저생활을 보장하라. 다섯째, “코로나19 위기로 소득이 줄거나 상실한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 재난 수당을 지급하라. 여섯째,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봄 책임이 여성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모든 취업자에게 성 평등 한 돌봄 지원 정책을 즉각 시행하라. 마지막으로 경제관료 중심의 비상경제회를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이 균형 있게 논의될 수 있는 ‘비상사회경제회의’로 개편하라. 유럽중앙은행과 IMF가 목소를 높이고 있는 것처럼 정부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노동자의 고용을 유지시키고 자영업을 살려라. 그것이 코로나19 위기에 맞서 정부가 민주주의, 투명성, 높은 시민의식이 진실이라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는 유일한 길이다. 눈과 귀가 있다면 왜 서유럽의 복지국가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노동자의 고용유지와 자영업을 살리기 위해 투여하는지 생각해보라. 우리 모두가 서구 언론의 찬사에 어깨가 으쓱해졌다면, 우리 모두는 그 값을 치러야 한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세상이 아닌가. 실패의 두려움 없이 창의적인 사업을 할 수 있는 혁신적 포용국가, 문재인 정부가 꿈꾸던 사회가 아닌가. 진심이라면, 다른 선택은 없다.

 

1) 이 글의 기본 골격은 2020년 4월 23일자 헤럴드경제에 실린 ‘방역만으론 자영업자의 눈물을 닦을 수 없다’를 기초로 보완·수정된 글이다. 

 

참고문헌 

윤홍식(2020), “방역만으론 자영업의 눈물을 닦을 수 없다.” 「헤럴드경제」, 2020년 4월 22일자.

KBS(2020), “독일 정부 보고서 한국 본받아 코로나19 대대적 검사 확대해야.” 2020년 3월 28일, 2020년 4월 27일 접속, http://mn.kbs.co.kr/mobile/news/view.do?ncd=4412115

정흥준(2020), “코로나19, 사회적 보호 사각지대의 규모와 대안적 정책방향”, 고용노동브리프 제97호(2020년 4월)

천관률(2020), “코로나19 덮친 서울 7주 만에 1.6조원 증발.” 「시사IN」 657호(2020년 4월), p28-33.

김윤주(2020), “예약 0건 여행업 초토화···가이드·기사부터 덮쳤다.”, 「한겨레」, 2020년 4월 27일자 1면.

관계부처합동, “일자리 위기극복을 위한 고용 및 기업 안정 대책”, 2020년 4월 22일

통계청, “국내총생산 및 경제성장률(GDP)”, 2020년 4월 27일 접속,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2736

정흥준·장은희(2018), “특수형태 근로종사자(특수고용)의 규모 추정을 위한 기초연구”,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

고용노동부(2020), “취약계층 무급휴직자에 최대 100만원 생활안정금 지원”, 정부24, 2020년 3월 30일 수정, 2020년 4월 27일 접속, https://www.gov.kr/portal/ntnadmNews/2128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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