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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0
  • 2020.05.01
  • 1015

집단수용시설의 탈시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불평등한 격리가 불러온 불평등한 감염

생활방역체계 전환을 앞두고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코로나19의 감염확산 방지를 위해 실시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서로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였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장애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절감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한국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기도 전에 이미 물리적으로,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도 너무나 먼 거리를 두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청도 대남병원과 장애인거주시설 집단감염사태를 접하면서 말이다. 그동안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살아온 사람들에게 발생했던 집단감염과 그들에게 또다시 떨어진 격리 조치가 얼마나 잔인한 일이었는지 면밀히 돌아봐야 하는 시간이다.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19 첫 사망자라는 사람의 이력이 우리 앞에 떨어졌다. 그는 이미 63년이라는 시간을 이 땅에서 발붙이며 살았음에도 그 삶의 이력이 몹시 낯설고 어색했다. 몸무게 42kg, 20년 이상의 장기입원, 죽고 나서야 코로나19 감염임을 확인한 존엄한 죽음마저 배제당한 현실... 치료와 회복을 위해 병원에 입원한 사람이 어째서 병원에 그토록 오래 있을 수 있는지, 그토록 악화된 건강상태였는지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답답한 생활 끝에 제대로 된 의료처치도 받지 못한 채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 고인에게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언론에서는 다시 한번 입원환자들의 열악한 생활환경과 장기입원 실태가 연일 보도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애인거주시설과 요양병원에서의 집단감염이 물밀 듯이 사회를 덮쳐왔다. 지역사회에서 마스크, 손소독제 품귀현상을 빚을 때, 코로나19는 치밀하게도 무방비한 집단수용시설에 침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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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인권 단체들이 폐쇄병동·격리수용시설이 집단감염 사태를 초래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출처=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단감염 이전에 집단수용이 있었다

<그림3-1> 집단감염된 수용시설의 현원과 확진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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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이번 코로나19로 집단감염된 시설을 보면, 장애인거주시설에는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52명, 정신병원 정신병동에는 105명이 수용되어 있었다. 특히 대남병원은 감염률 98%이라는 무시무시한 수치를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바깥으로 걸음 할 수 없는 사람들 틈에서 감염은 순식간에 번졌다.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기까지 우리 사회는 어떤 기제를 묵인해왔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집단감염 이전에 집단수용이 있었다.

 

장애인거주시설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면, 2011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정원이 30인으로 제한되어, 2011년 이후 설립하는 신규 장애인거주시설은 정원이 30인 이상을 넘을 수 없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법 개정 이전에 설립된 시설 정원에 대한 제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번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장애인거주시설은 모두 현재법상 정원 30인을 초과하는 시설이다. 엄밀히 따지면 불법은 아니더라도 집단수용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지지 않을 시 마주해야만 하는 사회적 재난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된 것이다. 한편, 현재까지도 30인 이상의 대형시설은 319개에 달하며, 이곳에는 전체 장애인거주시설 거주인 중 절반이 넘는 19,000명가량이 집단적으로 수용되어 있다.

 

또한 2017년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1실이 지원되는 시설은 단 한곳도 없다. 장애인거주시설은 기본적으로 3명 이상이 생활하는데, 1개 생활실당 5명이 초과되어 생활하는 비율은 40%에 달한다. 정신장애인이 집단적으로 수용되어 있는 정신요양시설 역시 62.7%가 1개의 생활실에 6명 이상 거주하고 있다. 집단생활이 기본으로 짜인 구조에서 사람들은 식사시간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고(75.4%), 기상과 취침 시간 역시 자기 권한 밖이며(55%), 원할 때 목욕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34.8%) 타인이 보지 않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없다(38.3%)는 일상을 호소했다. 이러한 실정이니 폐쇄병동이나 시설에서의 집단감염은 사실 필연적이며 예측 가능한 재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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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호트 격리와 거주시설 감염대책의 한계

이 같은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지자 보건복지부는 2월 24일 ‘지역사회 접근성이 낮고, 무연고자가 다수인 시설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자가 격리가 불가능한 바, 감염자의 경우 별도의 코호트 격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발표하였다. 이후 장애계를 비롯한 시민사회계의 성명이 이어졌다. 위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코호트 격리는 오히려 집단감염과 집단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사실상 치료를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특히 장애계는 실효성 없는 코호트 격리 선언을 중단하고, 확진자를 병원으로 즉시 이송할 것과 수용시설 정책 폐지 및 탈시설 정책의 즉각적인 추진을 주장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진정하기도 했다.

 

그 후 2월 27일, 정부는 청도 대남병원의 확진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할 것과 의료진과 치료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은 코호트 격리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적극적인 선제조치를 이유로 경기, 경북 등 일부 지자체는 코호트 격리를 감행했고 비판을 면치 못했다. 시설 내 방역 또는 감염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지침이나 정부의 모니터링 계획 없이 감염의 수치에 몰두하는 선언적인 코호트는 격리를 위한 격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아니,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애초에 모두가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었다면 논쟁이 불필요한 정책일 터였다. 그럼에도 대표적으로 코호트 격리를 공언한 두 지자체에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보자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설이 많은 지역이 경기이며, 네 번째로 시설이 많으면서도 각종 시설 비리·인권침해로 몸살을 앓는 곳이 경북이기 때문이었을까.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시설에 수용된 사람들

청도 대남병원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한 뒤 사람들의 가슴속에 콕 박힌 단어는 ‘20년’이었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성인이 되는 시간을 누군가는 시설에서 보내야 했다. 누군가는 무전기만한 핸드폰에서 1600만 화소의 카메라가 탑재된 스마트폰으로 변화한 기술의 발전에서 배제된 채 시설에서 공중전화기에 동전을 넣으며 받지 않는 전화를 걸어야 했다. 그런데 현실은 더욱 안타깝게도 장애인거주시설 거주인의 입소기간을 5년 이상, 10년 이상, 20년 이상의 구간으로 나누었을 때 입소기간이 5년 이하인 사람이 가장 적다. 오히려 10년 이상이 58%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20년 이상 시설에서 산 사람의 비율도 적지 않다. 정신요양시설의 경우 10년 이상 장기입소한 사람의 비율은 65%를 넘었다. 지역사회 인프라의 열악함은 시설거주인의 장기입소율과 비례한다.

 

그렇다면 시설에 수용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현재 전국의 장애인거주시설은 1,527개소가 존재하며 시설거주 장애인은 3만여명이다. 장애인거주시설의 입소인원은 시설의 탄생 이후 꾸준히 늘어오다가 2016년부터 유의미한 감소를 보이기 시작한다. 또한 중증장애인거주시설과 지적장애인거주시설의 입소인원이 가장 많은데, 장애유형을 보면 발달장애의 비율이 76%에 달할 정도로 가장 많다. 이 외에도 정신요양시설은 전국 59개소 9,518명, 노숙인 시설은 전국 115개소에 8,859명이 있는데 이중 절반인 4,000여 명은 장애인이다. 나열하기에도 숨 가쁜 이 수치는 한 명의 개인으로 불리지 못하고 행정상 숫자로 처리되고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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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에 입소하게 된 사연은 3만여 개가 있겠으나 대표적인 사례를 추리면 다음과 같다. 영유아기 때부터 시설에서 살던 사람, 언젠가부터 시설 이곳저곳으로 전원 당해온 사람, 혹은 가족과 살다가 더 이상 가족 차원의 지원이 가능하지 않아 시설에 입소하게 된 사람 정도이다. 이들 중 자신의 의지로 입소한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비자발적 입소비율은 67%를 차지한다. 이 수치를 제외한 나머지를 자발적 시설입소로 규정하려 한들 현실성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 개인의 탄생은 하나의 역사를 의미하며, 누구든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하고, 타자화되는 게 아니라 내가 주인이 되는 관계 맺기를 선호한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내가 살았던 곳으로부터 멀리 떠나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시설에 가서 수십 명의 사람들과 식사, 목욕, 수면 등 모든 일상생활을 24시간 부대끼며 지내는 걸 누가 ‘선택’할까?

 

시설은 누구의 선택인 적이 없다. 2019년 7월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는 장애인정책 전반의 변화가 일어났으나, 시설정책은 요지부동이고 재가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유일한 주거정책은 여전히 시설입소다. 이런 정책 현황을 고려한다면 시설입소는 결국 지역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버티고 버텨온 장애당사자와 가족에게 최후로 떨어진 사회의 추방이다. 현재도 이 같은 추방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고, 이용시설이 무기한 휴관하게 되었으나 장애인에 대한 지원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지원의 책임이 오롯이 장애당사자와 가족에게 전가된 상황에서 제주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이처럼 장애인에 대한 부양의무의 책임이 가족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될 때 탈시설은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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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는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수용시설에 대한 3대 적폐 폐지를 외쳐왔다. 출처=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단이 문제? 1인 1실이 보장되면 좋은 시설이 될 수 있을까?

정부 입장에서는 최근 집단수용시설의 집단감염은 사실상 시설정책의 실패로 보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정부는 이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을 고민하는 듯하다. 지난 3월 서울시 관할 장애인거주시설에는 급한 메일이 날아들었다. 코로나19 장기화를 대비하기 위해 장애인거주시설의 1인 1실 수요 조사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과연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고, 인권이 보장되는 좋은 시설의 조건은 1인 1실일까?

 

그동안 기하급수적으로 장애인거주시설 개소수와 예산이 늘어온 역사를 다시 돌아본다. 2002년, 정부는 당시 기도원 및 종교·생활공동체라는 미명으로 운영되던 미신고시설을 양성화하기 위해 각종 자격기준을 완화하고 1,3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기금을 투여했다. 시설을 음지보다 양지에 두어 관리 감독하여 서비스질을 향상시키겠다는 목적이었다. 이를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이라고 부른다. 한데, 그럴듯한 건물이 지어지고 나서도 매년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의 비리횡령과 인권침해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장애계는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재난을 접하면서 장애인거주시설은 상시 ‘인권재난’ 상태였음을 깨달았다. 시설의 불평등한 구조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지만 근본적인 처방 없이 그저 걸리지 않기를 바라야만 하는, 혹시나 발생해도 속수무책인 재난 말이다.

 

그런데 무려 18년 전과 지금, 시설정책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진일보한 걸음이 없다. 시설의 집단성이 어디서 오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외면한 결과다. 왜 수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시설에 보내졌고, 시설거주인의 면역력이 취약한 이유는 단순히 수십 명이 집단생활을 하는 물리적 특성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사회로부터 완전한 격리, 정보의 통제, 외출 한 번 하려면 수차례의 결재부터 시작해서 정문을 넘어야 하는 벽 앞에서 오는 무기력함은 팔딱거리는 심장을 짓누른다. 식사시간부터 세면, 취침시간까지 모두 짜인 일과표에서 사람 한 ‘명’이 아니라 한 ‘몸’이 옮겨 다니듯 시간을 보내는 시설구조는 개인의 안녕과 더 나은 발전방향에 주목할 수 없다. 입소자 중 한 명인 장애인이 무탈하게 하루를 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단편적으로 찾아오는 사람 없이 하루 종일 생활실에 누워있는 모습, 기함할 숫자의 몸무게가 바로 그 면면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누군가의 삶과 미래

시설의 구조와 그 안에 수용된 사람들의 하루하루는 눈 감아버린 채 시설을 1인 1실로 생활실을 개조한다 하더라도 결국 이 정책은 전체의 사회복지의 역사에서 오명으로 남을 것이다. 이는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를 전면으로 반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시설정책을 강화·확대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경우는 현재의 한국과 같이 공동생활가정(그룹홈)과 같이 중간단계의 소규모시설을 생략하고, 처음부터 개인에게 독립주거를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정책을 뛰어넘고 효과적인 정책을 바로 시행하여 비용은 적게 들면서 좋은 성과를 낸 사례로 평가된다. 유럽은 탈시설 공동기준을 마련하여 회원국들이 시설지원을 중단하고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를 구축하도록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도전과제로 현존하는 거주시설에 과도한 예산을 투여하는 것과 새로운 정책이 기존의 시설 정책과 유사하게 구축되는 형태를 꼬집었다. 이와 대조되게 한국정부는 탈시설정책을 약속했음에도 기존 시설정책에 대한 성찰과 정리 없이 현재의 대규모 시설을 소규모로 작게 리모델링하는 꼼수의 정책을 간 보고 있다.

 

우리는 기로에 서있다. 시설 내 집단감염을 마주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 사태를 마주하고도 못 본 척 방임할 것인지, 아니면 수십 년간 확대·재생산되어온 시설정책의 고리를 끊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지역사회를 만들어나갈 것인지 말이다. 더 이상 3만 여명의 삶과 미래를 미루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당장 한국에 필요한 것은 기존 시설정책을 완전히 폐지해가는 것과 동시에 탈시설정책을 전략적으로 긴급하게 수립하는 것이다. 개인에게 독립된 주거를 보장하고 1:1 개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이 집단수용시설을 덮친 바이러스로부터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예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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