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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0
  • 2020.05.01
  • 1253

유급병가휴가와 상병수당 도입의 필요성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많은 선진국의 언론들이 한국을 방역 모범국가로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초기만 해도 입국 제한국 신세였지만, 여전히 빠르게 확산되는 세계적 추세와는 달리 한국의 확진자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됐고, 정부는 병역관리 통제력도 회복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의 해피엔딩은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최근 WHO(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로 질병을 확산시킬 수 있는 가상의 바이러스인 ‘질병 X’를 바이러스 목록에 추가했다. 코로나19와 같은 국제전염병이 일시적이거나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잠재적이고 불확실한 위험이 우리의 일상을 위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확산을 막기 위한 격리와 봉쇄조치로 생산과 소비 모두 큰 충격을 받아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까지 직면하고 있다. ILO(2020)는 전 세계가 광범위한 실업과 빈곤, 소득 손실의 위험에 노출돼있으며, 이주·여성·청년·비정규직과 특수고용 등 불안정노동자일수록, 중소기업일수록, 소상공인일수록 더 취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즉, 코로나19 등 바이러스라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은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을 넘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항체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한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시스템을 새롭게 재구축해야 한다.

 

방역 모범국가라는 찬사의 이면에는 입원할 병상이 없어 기다리다 숨지거나, 불안에 떨어야 했던 환자와 가족들,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에만 의존했던 취약한 공공의료가 있다. 또한 확진자와 가족은 감염병 피해자임에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되면서 소득 손실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등 열악한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다.

 

ILO와 OECD 등 국제기구의 권고뿐 아니라 실제 많은 국가에서 전염병 확산을 막고, 감염 위험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국가들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다. 감염병에 걸려 치료받고 회복하는 과정, 그리고 이후 전파방지를 위한 격리 기간뿐 아니라, 감염병 증상이 의심되거나 확진자 접촉에 따른 예방적 격리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이 감내해야 할 부담의 정도는 국가마다 다르다.

 

산재와 병가, 그리고 유급병가

현재 우리나라 노동자는 업무 중 아프거나 다치면 산업재해보험에 따라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를 보장받는다. 물론 산재 인정의 문턱이 턱없이 높긴 하지만, 이마저도 업무상 질병이 아니면 의료비 부담뿐 아니라 소득상실, 그리고 실직까지 이어질 수 있다.

 

병가휴가가 있긴 하지만,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원이거나(국가공무원복무규정 14조와 사립학교법 제59조), 회사마다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는다면 사용할 수 없다. 규정이 있더라도 병가에 대한 유급 규정이 없다면 무급으로 처리되고, 개인 사정에 의한 결근으로 처리돼 월급에서 공제되거나 연차휴가를 사용해야 한다. 그나마 연차휴가는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의무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18)이 493개 사업체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제조업과 건설업 3%, 서비스업 9.6%만이 취업규칙에서 유급병가를 정하고 있었다.

 

특히 장기간의 치료와 회복이 필요한 경우는 무급휴직을 해야 하거나, 대부분 강제로 퇴사 처리된다. 자영업자는 대부분 폐업할 수밖에 없다. 치료비 부담뿐 아니라 생계수단마저 잃게 되는 이중의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건강 악화와 빈곤 심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와 같이,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경우에도 치료와 회복에 필요한 제도적 지원이 전무했다.

 

OECD는 유급 병가휴가는 노동자와 가족에 미치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을 해소하는 데 핵심적인 수단임을 강조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되었거나 자가격리 대상으로 일을 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일정 소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발병 노동자와 가족의 소득지원뿐 아니라 코로나19 확산 지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없는 유급병가 법적 규정

아래 [그림2-1]은 OECD 회원국의 유급 병가 지출 수준인데, 대부분의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OECD(2020)에 따르면 병가휴가 초기 5~15일간 급여를 사용자가 계속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에서는 사용자의 부담책임이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계속되며 네덜란드에서는 최대 2년까지 지원된다. 최근 영국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기존 병가 4일차부터 지급되던 법정 병가급여를 1일차부터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했다(ILO 2020).

 

보장 수준 역시 직전 소득의 50~80%를 대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100%까지 지원한다.

 

<그림2-1> OECD 국가의 병가보상 지출수준(공공과 민간), 출처=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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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과 미국은 유급휴가에 대한 법적 의무규정이 없다. 하지만 병가에 대한 법적 규정이 전혀 없는 한국과 달리, 미국조차 질병으로 인한 해고를 막기 위해 무급 병가를 법으로 정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가족 우선 코로나 대응법(Families first coronaVirus Response Act)’을 통해 2주간의 유급휴가를 도입했다. 사용자가 먼저 지급하면, 나중에 연방정부가 100% 환급해 준다. 캐나다, 일본, 포르투갈 역시 유급 병가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지만, 이들 국가 역시 상병수당을 통해 아픈 노동자의 소득을 보장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만 없는 상병수당

상병수당은 업무와 관련 없는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치료를 받게 될 경우 발생하는 소득 손실을 보상해주는 제도다. 유급병가 휴가가 사용자가 부담하는 상병수당이라고 한다면, 독일, 일본, 핀란드, 프랑스, 아이슬란드 등은 건강보험 현급급여 형태로 공적으로 보장하기도 하고, 캐나다, 호주, 대만, 스웨덴, 영국, 벨기에, 뉴질랜드, 체코, 덴마크, 스페인 등에서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형태로 운영된다(건강보험정책연구원 2015).

유급병가 휴가가 질병 발생 이전에 일정 기간 근로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과는 달리, 공적으로 운영되는 상병수당은 업무 관련성이 없고 사회보험 가입자격이나 일정 소득이나 거주 조건 등에 부합하면 자격이 주어진다. 유급 병가휴가를 법적으로 보장하더라도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특수고용노동자와 소상공인 등 영세 자영업자,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가 공적인 상병수당 제도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아래 [그림2-2]는 OECD 국가의 임시 및 파트타임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상병수당 적용률을 비교한 것이다. 폴란드, 네덜란드, 핀란드, 그리스, 벨기에, 아일랜드, 스페인, 스웨덴, 캐나다, 프랑스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임시 및 파트타임 노동자라도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스페인, 핀란드, 벨기에, 스웨덴, 오스트리아, 덴마크, 헝가리 등은 자영업자도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하다(OECD 2020). 최근 코로나19로 아일랜드와 싱가포르는 유급 병가휴가를 자영업자에게까지 확대했다(ILO 2020).

 

<그림2-2> 한국은 법정 유급병가와 상병수당 모두 없는 유일한 국가, 출처=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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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개 OECD 국가 중 28개 국가가 유급병가 휴가를 통해 사용자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거나, 상병수당을 통해 아픈 노동자를 실직과 소득상실의 위험에서 보호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법정 유급 병가나 상병수당 모두 없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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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 역시 이미 국민건강보험법에서 부가급여로 임신·출산 진료비, 장제비 뿐 아니라, 상병수당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까지 마련돼 있긴 하다(법 제50조).

 

또한, 서울시는 지난 2019년 6월부터 ‘서울형 유급병가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의 지역가입자와 사업소득자까지 대상으로 하면서 입원 10일과 일반건강검진 1일 등 최대 11일까지 하루 84,180원을 지원하고 있다.

 

아픈 노동자가 제대로 쉬고 치료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뿐 아니라, 맹아가 될 수 있는 제도까지 지방정부에서 시행 중인 셈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오히려 더욱 밀접하고 든든한 사회적 지원과 연대가 이뤄질 때, 격리와 배제를 넘어설 수 있다.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유급병가 휴가에 대한 법적 보장과 상병수당 도입은 아플 때 제대로 쉬고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우선적 과제이자, 협력적 방역체계를 구축하는 출발점이다.

  

 

참고문헌

김수진 외(2018). “질병으로 인한 가구의 경제활동 및 경제상태 변화와 정책과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 2018-07.

ILO(2020). “COVID-19 and the World of Work: Impact and Policy Responses”, ILO Monitor 1st Edition. 2020. 3. 18.

OECD(2020). “Supporting people and companies to deal with theCOVID-19 virus:Options for an immediate employment and social-policy response”. Tackling Coronavirus“, OECD 2020.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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