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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0
  • 2020.05.01
  • 819

코로나19 2차 유행에 대비한 감염병 진료체계 구축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들면서 우리 사회는 점차 이전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고 사람들의 사회적 활동이 늘어나면서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모두 올가을에 대규모 2차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을 차별하지 않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충격은 사회경제적 약자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직장을 잃어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와 정부가 자금을 풀어도 대출을 받기 어려운 소상공인,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19 환자 수가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제 코로나-19 환자 발생을 통제하면서도 경제사회 활동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방안은 다양하지만 핵심은 경제사회활동을 재개하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는 것과 대규모 환자발생에 대비한 의료체계를 갖추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19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는지, 그리고 대규모 감염환자 발생에 대비하여 감염병 진료체계를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코로나-19 이해하기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먼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보통 전파력이 높은 감염병은 치명률이 낮고, 치명률이 높은 감염병은 전파력이 낮다. 감염된 숙주가 죽어버리면 더 이상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전파력이 매우 높으면서도 치명률이 낮지 않다.

 

감염병의 전파력은 감염자 1명이 몇 명을 새로 감염시킬 수 있는가를 의미하는 기초재생산지수(R0)로 평가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19의 기초재생산지수는 약 4.5로 감기나 독감에 비해 3배가량 전파력이 높았다. 이처럼 전파력이 높은 이유는 기존 바이러스와 달리 증상이 생기기 1~3일 전인 무증상기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초기에 감염력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에 의하면 전체 코로나-19 환자의 4명 중 1명은 무증상기에 전염력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열도 없고 기침도 하지 않는 사람이 코로나-19 환자일 수 있고, 이처럼 의심증상이 없는 시기에 전염력이 높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쉽게 감염시킬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증상 시기의 높은 전파력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치명률은 약 7%로 독감의 수십 배에 달한다. 초기에는 치명률이 1%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노인 요양원에서 집단감염이 늘어나면서 치명률이 크게 높아졌다.

 

<그림 1> 코로나-19와 다른 감염병의 전파력과 치명률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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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코로나-19는 워낙 전파력이 높기 때문에 효과적인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지속적으로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과거에 경험했던 메르스와 달리 대규모 감염의 파도가 지나간 후에도 감염의 사슬이 끊어지지 않고 지속될 것이다. 적어도 1년 반은 지나야 백신이 나올 것이고 백신의 효과 또한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현대 의학으로 여전히 감기 백신을 만들지 못하고 있고 독감 백신을 맞아도 독감에 걸리는 일이 드물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백신에 지나치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으로 적어도 1년 동안 백신 없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다음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감염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일상적인 경제사회활동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수업하고, 예배보고, 행사하는 방식으로는 집단감염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정부가 말하는 “생활 속의 거리두기”의 원칙을 지키면서 경제사회활동을 해야 한다. 생활 속의 거리두기 원칙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사회가 국민들이 이 같은 원칙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유연근무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출퇴근시간이 분산되고 버스나 지하철이 붐비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대규모 감염 발생에 대비한 감염병 진료체계를 갖춰야 한다. 생활 속의 거리두기를 잘 지켜도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생길 수 있고, 운이 나쁘면 대규모 감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생활 속의 거리두기를 통해 경제사회활동을 하는 것이 자동차의 가속패달을 밟는 것이라면, 감염병 진료체계를 갖추는 것은 브레이크를 갖추는 것이다. 자동차 브레이크가 좋아야 안심하고 속력을 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코로나-19 치명률 국제 비교

우리나라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평가하는 좋은 지표 중 하나는 코로나-19환자의 치명률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것이다(그림 2). 다른 나라와 치명률을 비교할 때는 환자의 연령구조를 보정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청장년에 비해 노인에서 사망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연령대별 사망률은 30대 0.1%, 40대 0.2%인데 반해 70대 9.3%, 80세 이상 22.2%로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코로나-19 환자의 연령을 보정하지 않은 치명률(조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2.1%로 대만, 독일과 비슷하고, 유럽의 포르투칼, 스위스에 비해 약간 낮았다. 많은 환자가 발생한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약 4~6배 높았다. 하지만, 비교 대상 9개 나라 코로나-19 환자의 연령구조를 표준화한 우리나라의 치명률(2.6%)은 대만, 독일, 포르투칼, 스위스, 스웨덴에 비해 오히려 높았다. 연령을 보정하면 우리나라와 스페인(1.4배)과 이탈리아(2.1배)의 치명률의 격차도 크게 줄어든다.

 

국가 간 치명률을 비교할 때, 광범위한 확진검사를 통해 경증환자를 많이 진단하면 치명률은 낮아지고, 감염발생 후기로 갈수록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치명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증환자까지 적극적으로 진단했기 때문에 치명률이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다른 나라들은 감염환자 진료 후기로 갈수록 치명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림 2> 코로나-19 환자 치명률 국제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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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환자 진료는 어떻게 이뤄졌나?

코로나-19 환자 진료가 어떻게 이뤄졌는가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가을에 대유행에 대비할 수 있다. 코로나-19 방역의 성공에 취해 평가와 그에 근거한 대비책을 마련할 시기를 놓치면 가을 대유행에서는 지금 미국이나 남유럽과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올해 3월 한 달 동안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진료일수는 총 94,271일이었고, 환자당 평균 3주를 입원했다고 가정하면 모두 약 4천5백 명의 환자가 진료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3). 전체 병상의 약 1/10을 가진 공공병원이 전체 환자의 77%를 진료한 반면, 9/10을 가진 민간병원이 전체 환자의 약 23%를 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병원에서 대부분의 환자가 진료를 받았지만, 국립대병원과 사랍대병원의 병상제공률에는 차이가 없었다.

 

입원이 필요한 코로나-19 환자는 상태가 나빠지면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하기 때문에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그런데 실제로는 공공병원 중심으로 입원이 이뤄지다 보니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이 규모가 작은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급 이하 공공병원에서 주로 진료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코로나-19 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했을 때 대비하여 체계적으로 병상을 확보할 체계와 계획을 수립하지 않을 경우 적절한 진료가 가능한 300병상급 이상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진료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 3> 코로나-19 환자 진료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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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진료체계를 강화하려면

올가을 코로나-19 2차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구지역에서 발생한 규모의 환자는 감당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전 국민의 0.3%인 약 15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 20%인 약 3만 명이 병원에 입원하고, 환자의 약 3%인 5천 명이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병상이 없어 확진환자가 집에서 사망하거나 중환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송되는 일은 최소화해야 한다.

 

그런데 국립대학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급 공공병원의 병상은 약 3만 3천 병상에 불과하며, 비응급질환에 대한 진료를 중단해서 확보할 수 있는 병상은 이 중 약 30~40% 정도인 1만 1천~1만 3천 병상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필요한 병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환자실과 인공호흡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공공병원의 중환자실은 모두 약 2천 5백 병상이며 이중 비응급질환에 대한 진료를 중단해 확보할 수 있는 병상을 40%로 가정해도 필요한 중환자 병상의 1/5도 확보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공공병원만으로는 대규모 환자발생에 대비한 체계를 갖출 수 없으며, 민간병원을 감염병 진료에 함께 참여시켜야 대비가 가능하다. 위의 추정치를 단순하게 적용하면 적어도 1백여 개의 민간병원이 감염병 진료체계에 참여해야 한다. 민간병원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법적 근거와 함께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감염병을 포함해서 대규모 환자가 발생하는 재난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 정부가 정한 70개 의료생활권 중 적정 규모 종합병원이 아예 없어 재난적 상황에 대비하기 어려운 17개 진료권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공공병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맺는말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감염병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전의 경제사회활동을 최대한 빠르게 다시 시작해야 그러자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제도화하고, 대규모 환자발생에 대비한 진료체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해 재난지원금으로 막대한 예산을 쓰는 것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제도화와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하는 데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은 사회정책이자 경제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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