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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0
  • 2020.06.03
  • 874

실업부조가 성공하려면

 

김성욱 호서대 사회복지학부 부교수, 참여연대 실행위원

  

지난 5월 20일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한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로 이제 우리도 실업부조 제도를 가지게 되었다. 이미 이른 시기 스웨덴, 핀란드, 호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이 시행하는 제도를 비록 늦게 도입하기는 했으나 실직자 보호의 제도적 기초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 이르면 내년 1월부터 근로능력과 구직의사가 있음에도 취업하지 못하는 15~64세 사람으로 가구 월평균 소득이 기준중위소득 100%(18~34세 이하는 120%) 이하면 취업지원서비스를, 취업지원 자격을 갖춘 사람 중 재산 6억 이하 및 기준중위소득 60% 이하면 구직촉진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더해 정부는 그 동안 사각지대 문제로 끊임없이 개선을 요구받아왔던 소위 전국민고용보험(보편적 고용보험) 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하였다. 보편고용보험까지 법제화된다면 이제 우리나라도 형식적으로나마 고용보험과 실업부조라는 이중의 고용안전망을 완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청사진과는 달리 실업부조의 내실은 안타깝다. 보장수준은 낮고 수급대상은 협소하며 자격요건은 엄격하다. 근로장려금처럼 가구 내 아동수에 따른 급여조정이 없고 수급기간도 특이 사유가 없는 한 6개월(최대 1년)로 짧다. 그간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독소조항으로 지적받았던 신청일 이전 2년 내 취업이력 의무는 장관의 일부 예외인정을 포함한 채 법률에 그대로 산입되었다. 이에 법률상 경력단절자나 영세자영업자, 고용유지조건 충족이 어려운 파견·용역·사내하청 및 특수고용 노동자 등은 여전히 고용보호의 사각지대에 남게 되었다. 자격요건 완화, 지급기간과 지급액의 현실화 및 단순 취업지원을 넘어 임금보충적인 사회임금 제도로의 개편을 강조했던 노동계의 주장도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전체 취업자의 절반에 불과한 고용보험가입률과 가입자 중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갖춘 사람의 비율이 42%에 그친 상황을 고려할 때 실업부조가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혁신적으로 완화할 것이라는 세간의 기대는 충족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이를 ‘한국형 실업부조’라 치켜세웠지만 단지 기존 취업성공패키지와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를 기계적으로 통합하고 보수적으로 조정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그나마 이러한 취업지원제도를 수행할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마지막 본회의에서나마 간신히 통과된 것을 다행이라 만족할 수 있을까. 그러나 법안 발의 후 3년, 그보다 훨씬 오랜 실업부조 도입 논의에도 불구하고 각종 정치이슈와 파행적 운영으로 국회 내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채 법안은 통과되었다. 그래서인지 예산부수 사항인 직업상담사 인력보강, 처우개선 및 전문성 향상방안도, 이해관계자나 공익대표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거버넌스도, 심지어 타법개정 조항도 누락되었다. 급속히 유연화 되는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단순 취업연결을 위해 저임금 일자리라도 연결시켜 성과로 인정받으려는 기존 취업성공패키지의 민간위탁시스템 문제도 그대로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새로운 국회가 시작하면 포스트 코로나19 관련 입법이 활성화될 것이다. 특히 경제 및 노동관련 입법은 보건분야 과제와 함께 우선 논의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기의 긴급성과 재난의 장기화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압도적 의석으로 시작하는 21대 국회 여당과 정부는 가시적인 성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취업률과 같은 고용지표의 단기개선에 매몰되어 한계 상황의 실업자를 저임금으로 내몰 경우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노동위기의 현실은 개선되기 힘들 것이다. ‘한국형 실업부조’는 내년 1월 시행된다. 남은 7개월은 사회적 숙의과정을 통한 법개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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