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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0
  • 2020.06.03
  • 2419

코로나, 그리고 생태와 기후위기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 팀장

   

코로나에도 멈추지 않는 기후재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 멈추지 않고 있다. 2020년 5월 21일 기준으로 국내 확진자 수가 1만 1,000명을 넘어섰다. 세계적으로는 500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고, 3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첫 발생 이후 반년 가까이 지났지만 코로나 재난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그런데, 5월말, 남아시아의 인도와 방글라데시에는 또 다른 재난이 닥쳤다.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슈퍼 태풍 ‘암판’이 덮친 것이다. 암판은 2000년대 이 지역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알려져 있다. 최고 풍속 185km에 달하는 태풍의 위력으로 인해 300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빈번해지고 강력해지는 슈퍼 태풍의 배후에는 기후변화가 놓여있다. 지구온도가 상승하면 태풍이 발생하는 바다의 열용량이 많아지고, 그로 인해 태풍에너지도 증가하게 된다. 또한 방글라데시와 같은 나라의 저지대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피해도 직접 받고 있는 지역이다. 코로나 재난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도 기후재난은 지속되고 있다.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생도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과학자들은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의 원인으로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기후와 생태위기가 불러온 코로나 사태

세계보건기구는 예측 불가능한 감염병 '질병 X'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도 바로 그 ‘질병 X’ 가운데 하나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비롯한 에볼라, 사스와 같이 새롭게 발견되는 감염병의 75%가 인수공통감염으로 발생하고 있다. 감염병의 숙주인 야생동물이나 가축들과 인간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질병이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시작된 에볼라 바이러스는 산림파괴로 인한 박쥐와 인간의 접촉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이 생태계를 무분별하게 훼손한 결과다. 산림훼손, 공장식 축산, 불법적인 야생동물 거래, 기후변화 등이 바로 인수공통감염병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되고 있다.1)

 

한국도 경제성장과 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자연환경을 훼손하였다. 지난 38년 동안 매년 사라지는 산림 면적은 약 65㎢이며, 이것은 9년마다 서울 면적의 숲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2) 또한 육류 소비가 증가하면서 동물 사육 면적도 늘어났는데, 1980년 77㎢에서 2018년에는 584㎢에 달한다. 인간이 야생동물, 사육동물과 접촉할 기회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또한 많은 과학자들은 지구온도 상승이 감염병 확산에 더욱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기후변화로 온도, 강수량, 습도 등이 달라지면, 바이러스의 이동이 쉬워지고 모기와 진드기 같은 감염병 매개체의 확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도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로 기후변화를 꼽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세계바이러스네트워크에서는 “기후변화와 지구화는 바이러스의 여권”이라는 표현을 통해, 빈번해진 국가간 이동과 기후변화가 바이러스 확산을 가속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한국에서도 열대지방에서 발생하던 말라리아가 늘어나면서 일부 지역의 주민에 대해 헌혈 금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2016년에는 시베리아 동토층이 지구온난화로 녹으면서 탄저균에 감염되었던 순록이 땅 위로 드러나고, 그로 인해 12세 소년이 목숨을 잃고 2300마리의 순록이 떼죽음을 당한 사례도 있었다. 기후변화를 막지 못한다면 앞으로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질병의 출현이 계속될 것이다.

 

원인에 대한 근본처방

코로나19는 어느 날 갑자기 외계에서 들어온 질병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했던 기후위기와 생태위기가 낳은 결과다. 오래된 경고에도 안이한 대응을 해왔던 결과를 지금 겪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긴급한 비상조치를 취하고 있다. 통행을 금지하고, 상업활동을 중단시키며, 막대한 재정을 투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코로나를 낳은 원인에 대한 성찰과 대응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기후위기가 가져올 재난은 훨씬 더 규모가 광범위할 것이다. 마스크 부족과는 비교도 안될 식량부족과 물부족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에게 임박한 위험으로 인식되는 반면, 기후위기는 여전히 그 영향이 수십 년 후에나 나타날 추상적인 개념으로 여겨진다. 질병과 달리, 기후가 우리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을 시각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난여름, 전례 없는 산불이 북극 일부 지역을 휩쓸었을 때 우리는 이를 계기로 기후위기가 어떻게 기상이변을 초래하는가에 대한 긴급 논의를 진행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2018년, 전 세계적으로 6,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상이변과 기후변화로 인해 고통 받았다. 유럽, 일본, 미국에서만 폭염과 산불로 인한 피해자가 1,600명을 넘었다. 모잠비크, 말라위, 짐바브웨는 사이클론 '이다이'에 의해 황폐화되었으며,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허리케인 '플로렌스'와 '마이클'은 미국 경제에 240억 달러 가량의 손해를 끼쳤다.”3)

 

원인에 대한 근본처방이 필요하다. 기후와 생태계 파국에 대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한정된 자연을 함부로 파괴하면서 이루어 온 것들이 얼마나 인간 스스로를 위협하고 있는지를 코로나 사태는 확인시켜 주었다. 코로나를 겪은 후, 소위 ‘뉴 노멀’이 생겨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무한한 이윤추구를 위해 유한한 지구를 착취해온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 사회의 목적이 변해야 한다. 경쟁과 효율, 경제성장과 이윤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행복, 지구환경의 안녕이 목적이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재난의 불평등을 인식하는 것이다. 코로나든 기후변화든, 그 피해는 사회의 가장 약한 이들에게 가장 가혹하다. 코로나로 인해 폐쇄 병동에서 수 십 년간 갇혀 지내던 환자들이 희생되었고, 창문 하나 없는 휴게실에서 청소노동자들이 폭염으로 숨져갔다. 가난한 섬나라의 주민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고국을 떠나야 하고, 기후위기로 닥친 가뭄은 시리아 국민들을 난민으로 내몰았다. 개발로 인해 희생되는 동식물들은 그들을 대변할 목소리조차 없다.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가장 아래에 있던 이들은 위기 앞에서 가장 취약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은 더욱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로 나가야 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회연대가 치료제고 사회정의가 백신이다”라는 어느 보건의료 활동가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와 기후재난 시대의 다른 길

얼마 전 만난 노동조합 활동가가 “코로나위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 해고와 생계의 위기다”라고 토로하는 것을 들은 바 있다. 과거 IMF나 국제금융위기 때도 그 고통은 서민과 노동자들에게 대부분 전가되었던 역사를 기억한다. 코로나와 기후재난 앞에서 이런 역사가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지난 5월 중순,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형 뉴딜 정책을 발표하였고, 며칠 뒤 ‘그린뉴딜’도 함께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에서 그린뉴딜이 무엇이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제대로 설명한 바를 아직 들어본 바 없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 시작된 그린뉴딜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과 사회불평등 해소를 위해 대규모 공공재원을 투여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을 가리킨다.

 

진정한 코로나 극복을 원한다면 코로나사태가 가져온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사회의 방향을 틀어야 한다. 경제성장과 이윤창출을 위해 자연과 지구를 함부로 대했던 길에서 돌아서야 한다. 그린뉴딜과 같은 정책의 성패도 여기에 달려있다. 현재의 위기와 재난을 불러온 체제, 이윤과 경제성장을 위해서 노동자와 환경을 희생시켜온 불평등 구조를 더욱 강고하게 하는 것은 결코 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빈번해질 대규모 감염병과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앞에서 취약한 이들의 삶의 안전망을 지키는 일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사회복지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이 재난의 근본 원인인 기후와 생태계 위기에 대응하는 것, 경제성장 제일주의의 사회시스템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시민의 삶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이제 다른 길을 가야 할 때다.

 

<그림 2-1> 인수공통감염병을 일으키는 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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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2> 산림의 감소와 식량생산용 동물사육시설의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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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UNEP, 2020, <Six nature facts related to coronaviruses>, 

https://www.unenvironment.org/news-and-stories/story/six-nature-facts-related-coronaviruses

2) 산림청. 2019. 임업통계연보

3) Owen Jones, “Why don’t we treat the climate crisis with the same urgency as coronavirus?” The Guardan (2020.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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