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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0
  • 2020.06.03
  • 874

의료영리화 추진은 이제 그만,
건강권 보장 위한 공공의료 확대해야 한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들어가며

20대 국회에서 사회적참사특별법, 선거법, 공수처법, 과거사법 등 의미 있는 법안들이 처리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복지 확대를 위한 법안들은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보건 분야에서의 규제완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특히 보수 정권하에서 추진하고자 했던 의료영리화 정책들이 20대 국회에서 대거 입법화되었다. 대표적으로 규제프리존법이 규제샌드박스라는 정책으로 탈바꿈하여 시행되고 있으며, 첨단의료재생법, 혁신의료기기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잇따라 통과되었다. 이처럼 현재 정부여당의 보건의료분야 정책 기조는 규제완화를 통한 영리화로 귀결되고 있다.

 

반면 공공의료대학 설립과 건강보험 관련 법들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 한 채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에서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강조되고 있음에도 소극적으로 일관한 국회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21대 국회에서는 20대 국회에서 의료영리화 추진으로 배제되었던 보건복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법안들이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또한 원격의료 추진 여부가 주목되고 있는 만큼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의료영리화 저지도 큰 과제일 것으로 예상된다.

 

감염병 확산 방지와 대응을 위한 공공의료 및 인력 확충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신천지 신도와 청도대남병원에서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병원 부족으로 결국 경증환자는 생활치료시설로 이송하였고, 공공병상을 찾아 환자들이 각 지역으로 흩어지게 되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병상수는 인구 1천 명당 12.3개로 OECD 평균 4.7개의 2.6배나 되고, 병상수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1) 이처럼 병상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이번 감염병 사태에서 병상수 부족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환자를 수용하는데 소극적이었던 민간병원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국가 감염병 사태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공공병원의 필요성은 강조된다. 공공병원이 가지는 공공적 기능 때문이다. 공공병원은 영리화로 인한 수익창출이 주목표가 되고 있는 의료계의 상황에서 적정 진료를 하고, 비급여 수가를 낮게 책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익성이 없어 민간병원에서 기피하는 필수 분야를 공공병원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공병원 병상수는 약 10%밖에 되지 않으며, OECD 국가 공공병상 평균 약 70% 정도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이다.

 

또한 코로나19에서 우리나라 의료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의사 수는 인구 1천 명당 2.3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고, 간호사는 병상당 OECD 평균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2) 이에 더해 민간 중심의 상업적 의료 시스템으로 인해 상당수 의사들이 의료 취약지,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기보다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돈벌이가 쉬운 분야에 쏠려있는 상황이다. 간호사들은 강도 높은 노동 등 노동환경의 열악함으로 유휴인력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 또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처럼 공공병원과 공공의료 인력수를 확충해야만 하는 사회적 필요성이 입증된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지난 2013년 진주의료원이 폐원됨에 따라 서부경남권의 공공의료가 부재하고,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시작으로 부산침례병원의 공공 전환을 비롯하여 인천, 대전, 울산 등의 공공병원 설립이 가속화되어야 한다. 더불어 20대 국회에서 좌절되었던 공공의과 대학 설립안이 21대 국회에서는 통과되어 공공의료인력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프면 쉴 수 있게 상병수당 시행, 유급병가휴가 의무화

우리나라는 노동자가 아프거나 다쳐서 근로능력을 상실했을 때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제도가 부재하다. 쉼은 곧 소득감소에 따른 생계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노동자는 아파도 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OECD 36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와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질병에 대한 소득보장제도로 상병수당을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사회보험을 최초로 도입한 독일은“건강보험 피보험자는 질병으로 근로능력상실이 되거나 병원, 예방 또는 재활시설에 입원해서 건강보험조합의 비용으로 진료를 받을 때 현금수당으로 보전하는 제도”(독일 사회법전 제5편 법정 건강보험 제44조)를 제시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도 일본 건강보험법 제99조에 “건강보험 피보험자가 요양으로 인하여 근로에 종사할 수 없을 때 표준보수일액을 기준으로 지급“하라고 되어 있다. NHS(National Health Service, 국민보건서비스)로 운영하는 대부분의 영국, 스웨덴, 스페인, 이태리 등의 유럽국가들의 경우도 상병수당은 실업급여보다 높은 수준의 소득보장제도로 유지된다. 여기에 ILO는 이미 1952년부터 사회보장 최저기준에 관한 조약을 통해 상병수당 규정을 제시하여 각 국가에 권고해왔다.

 

우리나라에서 상병수당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95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공단 일원화를 주장했던 ‘의료보험 통합 일원화와 보험급여 확대를 위한 범국민연대회의’(의료연대회의)는 이미 상병수당 도입을 장기과제로 상정하였고,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회보장권 강화 측면에서 상병수당의 의무급여화를 통한 건강보험 개선을 권고한 바도 있다. 무엇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0조(부가급여) 조항에 대통령령으로 상병수당을 실시할 수 있다고 법적 근거가 존재한다. 정부의 정책 의지만 있으면 상병수당 시행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상병수당 지급 외에도 회사의 법적 책임 강화를 통해 유급병가를 의무화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본인이나 가족에게 상병이 발생하면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를 사용해서 치료받거나 가족을 돌보아야 한다. 또한 업무상 상해시에는 산재를 신청할 수 있지만 여전히 산재신청 조건이 까다로워 국내 소득보장제도의 사각지대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 유급병가휴가 의무화를 법제화하고,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상 명시되어 있는 상병수당을 도입하자. 노동자가 안정적으로 고용을 유지하며 치료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여 맘 편히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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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5.12. 상병수당, 유급병가휴가 도입 촉구 기자회견, 출처=참여연대

 

국민건강보험 국가책임 강화와 의사결정구조 민주화 위한 방안 마련

1989년 단일국민건강보험제도 시행 이후 지역가입자 중 저소득층의 보험재정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료 전체 재정의 20% 이상을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에 의하면, 당해연도 예상수입액의 일반회계 14%, 국민건강증진기금 6%를 지원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보험을 운영하는 나라의 국고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대만 22.9%, 일본 38.8%, 벨기에 33.7%, 프랑스 52.2%, 네덜란드 55.0% 등으로 나타나는 등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이 높은 편이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인구사회학적 현황을 고려한다면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책임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 지원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문제도 있지만 <표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국민건강증진법」상 지원금액이 당해연도 담배부담금 예상수입액의 100분의 65를 초과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 때문에 정부는 국민건강증진기금 6%에 해당하는 금액을 전부 지원하지 않고 있는 문제 또한 심각하다. 건강보험의 국고지원은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들의 건강권 보장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여 법 개정을 통해 국고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한편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 부칙 제2조에 의해 2022년 12월 31일까지 시행되고 폐지될 예정인데 이 또한 영구적 이행 보장을 위한 사안도 추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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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의 민주적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조에 의거해 건정심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범위와 수가·보험료를 심의하여 결정하게 된다. 건정심이 처음부터 최고의결기관이었던 것은 아니다. 의약분업으로 인한 의사폐업으로 수차례 수가가 인상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났고,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이하 재정건전화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건정심이 신설되고 그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이후 건정심은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차관을 제외하고 가입자 8명, 공급자(의료계) 8명, 정부·공익 8명 등 총 24인으로 구성되었다. 문제는 한시법인 재정건전화특별법이 폐지되었으나 보험료를 결정했던 재정운영위원회의 권한이 계속해서 건정심 의결사항으로 남게 되었다.

 

위원회 구성이 형식적으로 민주적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보험료와 수가를 공급자가 직접결정한다는 점이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독일의 기본보험료나 일본은 보험자가 결정하고, 대만, 벨기에는 보험자가 정한 것을 정부가 승인하는 형식이다. 프랑스는 보험자 안을 바탕으로 의회가 결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가입자의 보험료를 공급자가 개입하여 수가와 보험료를 결정하는 나라는 없다.

 

더구나 건정심 위원 구성도 편향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정부의 성향에 맞는 위원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정부 및 공익 위원도 정부가 선정하고 있어 공정성과 객관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도 공급자들 중심의 건정심 개편은 꾸준히 시도되어 왔다. 따라서 건강보험 재원의 대부분이 가입자의 보험료 수입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가입자(시민)들의 입장과 권익을 대변하여 운영될 수 있도록 건정심 구성을 민주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보건⋅의료 정보 보호 위한 대안 마련

지난 2019년 12월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었다. 개정된 내용은 기업이 개인의 의료기록·유전자 정보·건강정보 등 민감한 보건⋅의료 정보를 정보주체자의 동의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개인의 보건⋅의료 정보가 보안 장치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하게 되면 의료공공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부는 가명처리를 하면 안전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이 주민등록번호를 소지하고 있어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였을 경우 누구의 정보인지 식별될 수 있다. 이는 사적이고 민감하여 보호받아야 할 각종 질병 정보, 가족력이나 유전병 정보 등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인권 침해 문제로 귀결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현행 의료법 제19조에 따른 건강정보 누설금지 규정과 국민건강보험법 제102조 비밀누설금지 및 제3자 제공금지규정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입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민감정보에 속하는 보건⋅의료 정보를 최소한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의료법」,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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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의 동의 없이 개인·의료 정보를 기업들이 수집하는 모습을 표현, 출처=참여연대

 

마치며

문재인 정부에서 보건의료분야의 규제완화 정책이 국민의 건강권 보장에 미치게 되는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내세우는 핵심산업 중 하나가 바이오헬스이다. 그러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의료데이터와 건강관리서비스의 상업적 활용 가능, 의료기기 평가 규제 완화 등 의료를 영리화하는 정책이며, 코로나19 대응으로 원격의료 도입에 대해 긍정적 의사를 밝히기도 하였다. 기술 개발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라면 반대할 명분은 없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한 의료영리화 정책은 산업계의 이해를 반영한 것일 뿐, 국민들과 충분한 소통 없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문제이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의료의 공공성 강화이다. 정부와 국회는 21대 국회에서 그간 미뤄왔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의료공공성 강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의료불평등을 양산하는 의료영리화 정책은 중단해야 한다.

 

1) OECD 보건의료통계, 2019.

2) OECD 보건의료통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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