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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오동석│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학생인권조례 현황

 

2010년 10월 5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가 공포되었다. 그 1주년이 되는 날 ‘광주광역시 학생인권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하여 11월 17일 공포되었다. 서울에서는 주민발의의 학생인권조례안이 교육청을 거쳐 의회에 제출되었고, 교육청의 조례안 또한 성안되어 있는 상태이다. 전북에서도 교육청 제출 조례안이 도의회에 제출되었다. 전남에서도 조례안이 교육감에게 제출되었으며, 경남․대구․인천 등을 비롯한 그 밖의 시․도에서도 명칭은 다를지언정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추진 중이다.

 

학생인권조례는 분명 학생인권에 대한 의식을 확장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반면 안타깝게도 보수적인 언론과 단체로부터 비생산적인 이념적․정치적 공세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지금도 학생과 교사의 갈등을 보여주는 사건이 일어나기만 하면 그 모든 것을 학생인권조례 탓으로 돌리곤 한다. 이미 시행된 지 꽤 시간이 흐른 경기도의 경우 학생인권조례를 만드는 일보다 그것을 제대로 시행하고 안착시키기 위한 과제를 절감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체벌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체벌 없이 교육했던 교사들은 오래 전부터 많았다. 그렇지만 아직도 그러한 길을 찾기보다 체벌을 대신할 무엇인가를 내놓으라는 볼멘소리만 하는 수동적인 교사 또한 없지 않다. 또한 조례에 부합하도록 학교의 생활규정을 개정하는 과정은 그것 자체가 참여와 자치의 인권교육과정이어야 함에도 규제 위주의 접근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교육청관료와 교사 또한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작 학생과 교사 모두 인권을 증진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학교, 지역사회, 교육청, 지자체, 중앙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높아가는 청소년 자살률이 극명하게 보여주는 무한경쟁 교육 체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는 아직 학생인권 담론의 무대에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2.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평가의 갈림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현실 인식과 찬성 여부는 그 선호도가 뚜렷하게 갈린다. 조례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학교문화가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 반대 입장에서는 학생인권조례의 시행으로 소수의 학생들만 인권을 향유할 뿐이고 교사의 경우 학생을 교육하기가 쉽지 않다고 비판한다. 학생인권의 보장정도에 대한 교사와 학생 간의 인식의 격차 또한 매우 크다(<그림4-1>과 <그림 4-2> 참조).


경기도의 경우 두드러진 것은 학생들의 두발이나 용모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어 불필요한 갈등요인이 줄어든 것이다. 그렇지만 각 교육주체에게 적절한 인권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 학생인권을 둘러싼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인권적 학교문화를 만드는 일이 차근차근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그런 와중에 막연한 심리적 불안감과 부담감을 느끼는 교사들의 불만이 도드라지게 제기되기도 한다.   

 

결국 자신의 인권이 어떻게 보장되고 실현되어야 할지 아직 충분히 배우지 못한 학생들, 과거의 타성에 젖어 인권에 기반을 둔 교육방법에 적응하지 못하는 교사들, 학생인권조례를 제안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학생인권조례를 정착시켜 나가야 할지 제대로 고민할 능력이 부족한 교육청, 자녀의 인권보다 성적에 따른 등수 변화에만 민감한 부모들의 당혹감이 여전히 학생인권조례를 흔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그림4.jpg

 

3. 학생인권조례의 쟁점

 

 

학생이 인권의 주체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면서도 막상 구체적인 문제에 들어가면 너무나 쉽게 학생의 인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주로 경기도학생인권조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논란되었던 것이 다른 시․도에서 되풀이되었으며, 경기도에서 문제되지 않았던 것이 다른 시․도에서 문제된 경우도 있었다.

 

가장 첫 번째 쟁점은 체벌이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해석에 따르면, 아무리 사소한 정도일지라도 아동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이나 불편함을 수반하는 벌은 모두 체벌이다. 초ㆍ중등교육법은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는 법령 및 학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기타의 방법에 체벌은 포함될 수 없다. 개정된 초ㆍ중등교육법시행령은 “…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하되,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문 또한 어떠한 경우이든지간에 학생에게 정신적․신체적 불편함이 수반되는 체벌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 체벌은 그저 폭력일 뿐 전혀 교육적이지 않다. 그것은 학생에게는 자기성찰 또는 자기반성 했다 치는 것이며 교사에게는 교육 했다 치는 것이다. 상벌점제 또한 그렇다. 단기속성의 대량교육체제에서 시간이 없기 때문에 진지한 교육적 대화를 생략하고 주입식 교육과 면죄부 처벌 위주의 생활교육으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두 번째로 경기도학생인권조례안 성안과정에서 문제된 것은 “사상”이라는 표현이었다. 본래 “학생은 사상 및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가”지며, “학교는 학생에게 사상 및 양심에 반하는 내용의 반성, 서약 등 진술을 강요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이었다. 그런데 “사상”이라는 용어가 빠지고 “세계관ㆍ인생관 또는 가치적ㆍ윤리적 판단 등”의 표현으로 바뀌었다. 사상 하면 특정한 사상만을 떠올리는 편협한 어른들의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 헌법은 사상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학설과 판례는 양심의 자유를 넓게 해석하여 사상의 자유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사상ㆍ양심은 인격적 자율성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내면의 가치판단이며, 그것의 형성은 철저히 자율적이어야 한다. 부모와 교사 등 어느 누구도 학생에 대하여 그것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학생 스스로 균형 잡힌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교육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획일적인 정신세계를 강요하는 전체주의국가와 다를 바 없다.

 

세 번째로 집회 및 시위를 통하여 학생이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이 또한 어른들의 편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목이었다. 집회는 다수의 사람들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평화적으로 의사표현행위를 하는 것이다. 이것은 헌법 및 국제인권규범에 의해 학생인 아동에게도 당연히 보장되는 권리이다. 경기도의 경우 “학생은 수업시간 외에는 평화로운 집회를 개최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교육 목적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사의 자유를 가”지며, “학교의 장은 교육목적상 필요한 경우 집회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교 규정에 따라 일정한 조건을 부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조례에서 이 두 개의 조항은 삭제되고 표현의 자유에 관한 조항만 남았다. 사실 조례안 자체가 ‘교육 목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조례에 집회의 자유가 명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학생’ 또는 ‘학교 안’이기 때문에 그것이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은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경우 이미 45년 전에 “학교 당국이 학생들의 표현에 대해 검열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행동이 학교의 운영과 규율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임을 입증해야 한다.”면서 “단지 소동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만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 번째로 서울시교육청에 제출된 자문위원회의 학생인권조례안에서는 ‘성적(性的) 지향’ 문구가 논란이 되었다. 헌법은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음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학자들은 이때의 차별금지 사유가 예시적이므로 그 이외의 어떤 사유에 의해서도 불합리한 차별은 모두 금지된다고 해석한다. 그렇다고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을 명시한 법규범이 없지는 않다. ‘유럽연합기본권헌장’이 대표적이다. 학생과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기혼·미혼·별거·이혼·사별·재혼·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성적 지향, 학력, 병력 등을 이유로 한” “교육시설…에서의 교육…이나 그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본다. 그렇다면 조례안은 상위법에 의해 보장된 기본적 인권을 확인할 뿐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누구든지 성적 지향을 포함한 어떠한 사유에 의해서도 어떤 영역에서도 차별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국가이든 교육청이든 학교이든 헌법 제10조에 따라 학생에게 이러한 불가침의 기본권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성적 지향을 예시하든 그렇지 않든 차이가 없다.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금지와 ‘동성애의 조장’은 분명히 다르다. 오히려 성적 지향이 차별금지 사유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러한 오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를 예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밖에도 퍼머․염색 등 문제, 휴대폰 사용 문제, 교복 문제 등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그저 과거의 습성에 따른 고정관념이거나 어른들의 비합리적인 편견이었다. 그것은 학생들에 대하여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미성숙한 것은 학생들이 아니라 변화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단순한 어른들이다. 

 

 

4. 학생인권조례의 과제

 

학생인권조례의 과제는 크게 다섯 가지 영역에 걸쳐 있다. 그 중요성의 관점에서 논의를 한다면, 무엇보다 인권역량을 증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더디지만 지름길’이 될 수 있는 것은 교육주체들의 인권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학생인권의 증진을 학생으로부터 시작하여 학생의 참여와 자치를 증진하는 일이다. 세 번째는 교사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그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학생인권과 교권의 대립구도가 아니라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일이다. 네 번째는 시․도교육청이 모든 관계의 중간역할을 인권적 관점에서 적절하게 수행하여야 하는 일이다. 인권실천계획은 그 밑그림이다. 이때 교육청의 혁신역량은 외부와의 결합 속에서 형성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인권적 학교문화의 실현을 위해 학교 외부의 지역사회와 결합하여 학교 공간을 고립적인 공간이 아니라 열려진 공간으로서 확장하여야 한다. 지속가능한 교육의 공간은 지역사회라는 학교이다.

 

그리고 학생인권조례에서 정작 중요한 쟁점을 형성해야 하는 것은 학교 또는 교육감의 노력의무로 되어 있는 조항들이다. 그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조례상의 학생인권실천계획의 체계적인 수립과 시행 그리고 평가가 원활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 모든 논의가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교육청의 역할이 중요하다. 누구보다도 학생인권에 대하여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기 이전부터 학생인권과 인권적 교육을 고민하고 실천했던 교사들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이들 교사들에 대해 힘을 실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 언론은 학생인권조례로 인하여 교사의 권위가 추락하고 있다거나 학생을 지도할 수 없다거나 교실이 붕괴하고 있다며 현실을 왜곡한다. 오히려 교사가 현재 침해받고 있는 권리에 대한 충분하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교사의 권리 또는 권한은 학생과의 관계에서보다는 주로 법률이나 교과부 또는 교육청이나 학교관리자에 의해서 침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교사에게는 참정권, 노동권, 교무회의에서 발언할 권리,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에 있어서의 권리, 수업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 교재 선택과 수업 내용에 있어서 침해 방지, 학생과 학부모와의 관계에 있어서의 권한 및 권리 보장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학교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다 이유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학생들을 처벌하고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에게 맞는 길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적 노력이다. 교사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수업대체 프로그램, 기초학력향상 프로그램, 교사를 지원하는 전문상담사 등 배치, 지역과 학교의 여러 시설과 공간을 활용하는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주체인 학생과 교사가 적극적으로 교육정책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학생의 자치와 참여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학생이 독자적으로 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하여 교사가 함께 결정해야 한다. 학교관리자는 학생과 교사의 민주적인 대표자이어야 한다. 학교의 힘만으로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교육청이 나서서 학교를 지원해야 한다. 이때 교육청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앙정부는 교육에서의 인권과 민주주의가 균형적인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전국적인 최저기준을 설정하고 점차적으로 그 기준을 높여가야 한다.

 

중앙정부가 인권과 민주주의의 퇴행을 부추기는 현재의 상황은 그런 점에서 최악이다. 지금 우리는 한국 사회의 미래를 걸고 교육에서 인권과 민주화를 성취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민주주의로부터 지방교육민주주의로 상향구조를 만들어내는 첫 단추이다.

 

 

< 참고문헌 >

공현 외 12인,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 ㅋㅋ, 메이데이, 2009.
김민아, 인권은 대학 가서 누리라고요?, 끌레마, 2010.
배경내,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 우리교육, 2007.
배경내 외 5인, 인권, 교문을 넘다: 학생인권 쟁점 탐구, 한겨레에듀, 2011.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회 기획․엮음, 교육 불가능의 시대, 교육공동체 벗,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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