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0 2000-06-10   682

지역의보 국고분담 1조2천억원 추가확보 투쟁의 경과와 평가

국고분담 투쟁의 배경

오는 7월이면 의료보험통합법인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된다. 의료보험통합은 지난 10여년 동안 노동 농민 시민사회단체들의 지난한 투쟁을 통해 이루어낸 우리 시민운동사에 몇 안되는 성과물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통합이 갖는 의미는 의료보장제도로서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었다는데 지나지 않으며 향후 내용적으로 담아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에서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국민건강보험이 가장 시급히 해결하여야 할 과제는 의료보험의 보장성 확대와 안정적인 재정확보라 할 수 있다. 이 둘은 서로 양립되어 각각의 과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지역의료보험의 재정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투쟁의 방향은 지역의료보험의 국고분담 확보 투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건강연대는 의보통합을 제대로 이루어내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지역의보의 재정상태를 해결하는 일이 필요하며, 이는 지역의보에 대한 국가의 재정 분담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일이라고 판단하였다. 실제 1999년 지역의보는 약 3천3백억원의 당기 적자를 기록하였으며 2000년에는 당기수지적자가 약 8천3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악의 경우 금년 하반기에는 진료비 지급 불능 상태가 현실화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지역의보에 대한 국고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지역의보는 빈사상태에 빠질 것이며 이는 의보통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였다.

문제는 국고지원 투쟁을 어떻게 확산시켜 나갈 것이냐는 것이었다. 건강연대는 아직 건강연대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면서도 국고분담 확대에 동의하는 단체를 결합시킴으로써 운동의 폭을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지역의보 국고지원 1조2천억원 추가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국고공대위)>를 결성하게 되었으며, 건강연대 이외에 민의련, 청년진보당, 녹소연 등의 단체가 추가로 결합하였다.

총선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점도 중요한 고려 사항의 하나가 되었다. 총선이라는 정치적 상황이 국고지원 확보투쟁을 위한 유리한 국면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판단되었다.

국고공대위의 활동경과

2000년 2월 19일 건강연대 의보대책위는 보건복지부, 청와대 삶의질 향상 기획단 등과 함께 <정부의 국고지원 불이행이 지역의보에 미친 영향>이라는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 보건복지부, 삶의질 기획단 모두 국고지원 불이행의 문제점과 국고지원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하였으며, 건강연대 참여 단체도 지역의보 국고분담이 의료보험 개혁의 핵심적 문제라는 인식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2000년 3월 6일 건강연대 사무실에서 1차 국고공대위 회의를 갖고 활동계획안을 결정하였다. 4월 총선 전까지 1차 투쟁을 하기로 하고, 조직은 건강연대 의보대책위를 확대 개편해서 간편하게 하고 활동 위주로 담당자를 배치하기로 하였고, 총선 이후에 조직을 다시 개편하기로 하였다. 단기 투쟁에서 성과를 얻기 위해서 가능한 여러 가지 투쟁 방안을 단기간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선전 및 홍보를 위해서는 국고확보투쟁속보를 주 2회 발행하기로 하였고, 인터넷을 통한 선전, 대국민홍보물 배포, 주 1회 전국 동시 다발 대국민선전전, 한겨레신문생활광고 조직 등의 계획되었다. 대정부 및 정당 활동을 위해서는 각 정당과 총선 출마자에 대해서 국고지원확대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보내기로 하였고, 각 지역별로 지구당사를 방문하여 총선에서 국고지원을 중앙당의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요구하였다. 아울러 국고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전국 동시 다발로 개최하기로 결정하였다.

투쟁 계획의 대부분이 이행되었다. 3월 14일 서울에서는 사회보험노조를 중심으로 1천명 이상이 참여하는 집회가 개최되었고, 사회보험노조의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수백 명 정도의 집회가 광역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매주 화요일 거리 선전전이 서울시와 광역시에서 이루어졌고, 신문광고에도 참여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사회보험노조, 보건의료노조를 중심으로 대국민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각 정당이 국고지원에 대해서 긍정적인 응답을 해왔고, 주요 3당 공천자 629명 중 318명이 응답을 해왔다. 한나라당, 자민련, 민국당은 국고지원 50%에 대해서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냈으며, 민주당도 올해 지역의보의 보험료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임기 중에 국고지원 50%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긍정적인 대답을 해왔다. 총선 공천자 중 압도적인 다수가 국고지원 50%를 찬성하였으며, 임기 중에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대답을 보내왔다. 각 정당과 후보자의 국고지원 50% 약속은 향후 국회 활동에서 이를 이행하도록 압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사보노조와 전농의 지역조직을 중심으로 핵심 지역구 타격투쟁을 전개하였다. 여야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농촌지역과 주요 인사가 포진하고 있는 지역구 중 19개 지역을 핵심 지역구로 선정하고 이들에 대해서 총선 전에 국고지원 50% 약속을 중앙당이 발표하도록 하기 위해 이들을 강력하게 압박하였다.

현 시점에서의 평가

먼저 구체적인 성과를 얻는데는 실패하였으나 향후 투쟁을 위한 교두보는 확보하였다. 야 3당의 지지를 받아냈고, 민주당에서도 올해 지역의보의 보험료 인상을 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국고지원을 확대하여 임기 중 50%까지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정부가 이를 확정하도록 하는데는 실패하였다. 정당이 정책결정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총선 시기에 이를 관철시키지 못함으로써 경제부처가 실질적인 힘을 행사하는 선거 이후에 이를 관철하는 것이 한층 어려워 질 것이다. 그러나 여야 정당과 당선자의 대부분이 국고지원 50% 수준으로의 확대를 약속했으므로 향후 정기국회에서 이 문제를 쟁점화 할 수 있는 교두보는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시민사회단체의 참여수준을 확대해야 한다. 이는 과거에도 여러 번 지적되었던 사항이지만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향후 국고투쟁과 관련된 객관적인 상황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체세력인 시민사회단체의 능력과 참여수준을 확대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새로운 운동전략을 시험하고 시행해야 한다. 이번 투쟁에서 청와대에 엽서 보내기 운동, 항의 e-mail 보내기 운동, 단체별 생활광고 게재 운동 등은 각 단체와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의 운동으로 향후에도 이런 참여적 운동 방식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지역단위 활동의 필요성과 영향력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공천 출마자에 대한 의견조사, 핵심지역구 타격 투쟁 등은 건강연대 가입단체의 지역조직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며 실제적인 영향력도 크다. 이런 활동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주었는가에 관해서는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지역단위의 활동이 특히 선거국면에서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으며 향후 가입단체의 지역조직을 참여시키는 운동방식의 개발과 적용이 절실하다.

향후 과제

우선적으로 국고투쟁을 위한 조직 확대와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얻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후반기 국고 투쟁의 목표는 국고분담 50%를 법제화하는데 맞추어질 것이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쥐고 있는 정부 내의 경제관료, 의료보험에 대한 국가 개입을 반대하는 친시장주의자 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한다. 이는 국고투쟁을 주장하는 세력을 키우고 이들 세력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다음으로 의료보험 국고투쟁을 보건복지예산 확보 투쟁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 정기 국회에서 민주노총,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보건복지예산 확보 투쟁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의료보험 국고투쟁을 보건복지예산 확보투쟁의 일부로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별도의 투쟁으로 배치하되 전체 투쟁과 연대할 것인지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 아직 보건복지예산투쟁의 방향이 결정되지 않았으나, 투쟁 초기부터 상당한 수준의 논의와 공유가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국고분담 확대 필요성에 대한 논리 개발과 대국민 홍보 강화 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 의료보험에 대한 국고분담 확대의 필요성에 대한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이는 정책 당국과의 논리 싸움에서 승리하고 국민을 설득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의료보험재정 확보에서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중심으로 정책개발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국고 분담 확대가 보험적용 확대 및 보험료 인하에 큰 역할을 한다는 정책자료가 개발되어 있으나 이를 국민이 잘 알 수 있도록 선전해내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강창구 / 건강연대 정책실장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