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04-01   1468

진급의 사다리와 무한경쟁 “다이아몬드형”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변천과정

① 호박형→② 장고형 →③다이아몬드형(◇) → ④ 항아리형

<과거형> <현재형> <미래형> <희망형>

이 세 번째형은 미래형이다. 예측하는 것이지 귀결형은 아니다. 누구나 다이아몬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 나라처럼 다이아몬드의 원석(原石)이 생산되지 않는 곳에서는 그 구경조차 힘든 실정이니 말이다. 견물생심(見物生心) 즉, 물건을 보면 갖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인데, 과연 이 다이아몬드형이 사회복지인에게는 정말 좋은 것일까?

진급의 사다리와 무한경쟁

다이아몬드의 가운데 부분은 좌우로 뾰족하게 나왔다. 이 부분을 7급 공무원 기준으로 잡자. 그 위쪽은 5·6급이며, 아래쪽은 8·9급이라고 가정하고 언급하고자 한다. 현재 지방사회복지직의 직렬은 형식적으로 9급에서 5급까지 되어 있다. 아예 4급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232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조례로 제정되어 있는 곳은 그나마 전주시와 극소수 지역 밖에 없다. 그 외는 “빛 좋은 개살구”이고 사장되어 있다. 현재 5·6급의 경우 부녀·아동직 전직에 따른 자리가 있다. 이 또한 퇴직 등 사유가 발생치 않는 한 승진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까 7급부터 6급, 5급으로 올라가는 사다리의 관문은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보다 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근무하면 할수록 불만과 무력감은 시나브로 쌓여가고 있다. 전제군주시대의 권위적인 표상인 “공무원 계급제”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답이 나올 것이다.

공무원 조직은 속성상 읍·면·동에서 시·군·구로, 시·군·구에서 시·도로, 시·도에서 보건복지부로의 영전은 철저하게 봉쇄되어 있다. 위(중앙)에서는 아래(최일선)가 중요하다고 아래 인력만 확대해 왔다. 그들이 소속된 읍·면·동의 구조적인 환경문제 개선에는 터부시하고 있다. 공무원사회에서 이들을 위한 진정한 조력자는 없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인사교류 자체가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사회복지사의 선택은 매우 좁다고 할 수 있다. 그 선택의 폭이 좁다보면 업무적인 매력, 보람에 대한 느낌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석될 수밖에 없다. 개개인의 능력 발휘를 억압하는 환경과 조직이 정말 주민을 위한 참다운 것인지 반문해보고 싶다.

다른 한편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증, 5과목(사회복지학, 영어, 국어, 국사, 사회), 5지 선다형(또는 4지 선다형), 각 과목당 100점, 형식적인 면접…. 이런 시험방법으로 전문성의 우열을 판단하는 것에 대하여 필자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시험과 실력은 비례할 수도 있지만, 반비례 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희망과 절망

이미 이와 같은 변화를 예측한 선배들 중 일부는 뒤쳐지면 끝장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읍·면·동에서 사회복지과로 영전하기 위하여, 사회복지과 직원들은 5·6·7급으로 상승하기 위하여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도 없는 대다수의 사회복지사는 짙은 안개 속의 바다를 항해하는 참담함을 맛보면서 지내야 할 것이다. 희망이 없는 조직은 죽어 있고 미래가 없다. 지구상의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가 해체된 것은 바로 공정한 경쟁과 균등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국가는 개인의 이익 보장과 아울러 사회적으로 적절한 분배를 이루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 이중 사회주의의 비능률적 구조와 흡사한 것이 공무원단체이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아노미 상태에 있는 것이 바로 기술직·전문직 공무원이다. 능력도 별 소용없고, 인센티브도 없는데, 그 조직과 주민들을 위하여 충성하고 봉사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왜, 7급은 많아질까?

그러면 왜 7급은 많아질까? 공무원의 승진소요 최저연수는 9급에서 8급의 경우 2년, 8급에서 7급의 경우 3년이다. 상위 직급에 빈자리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 기간만 채우면 누구나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인정받는다. 물론 윗사람들에게 잘 보여 근무평정 점수가 좋아야겠지만. 한편 윗자리가 없다고 마냥 그 직급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9급의 경우 동일 직급에 7년 이상(읍·면·동 근무자의 경우 4년 이상) 근무하면 자동승진 대상이 되어 8급으로 진급할 수 있다. 8급의 경우 동일 직급에 8년 이상 근무하면 자동승진 대상이 되어 7급으로 진급할 수 있다. 6급 이상은 해당되지 않는다. 참고로 6급까지 정년은 만 57세이고, 5급 이상은 만 60세이다. 힘없고 빽 없으면 영원한 하위직이다.

공무원사회는 이처럼 자로 잰 것처럼 예측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열심히 일한 만큼 공평한 보상이 뒤따르지 않기에, 오히려 묵묵히 일하는 것 자체가 해악(害惡)이 될 수도 있다. 과연 그 피해자는 공무원 그들만으로 끝나는 것인지 곰곰이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행정 공무원의 하향평준화

세계적으로 볼 때 사회복지사를 공무원으로 채용하여 소기의 성과를 올린 나라는 선진 몇 나라에 불과하다. 우리 나라와 제도가 유사한 일본도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엽관주의(獵官主義) 단점과 비관료적 특성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또 다른 공무원 인력만 양산하는 꼴이 될 것이다. 신자유주의 물결에 따라서 사회복지는 오히려 민간 위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여론도 있다. 사회복지직 또한 일반직화 될지, 아니면 일반직 공무원을 대거 교육시킨 후 사회복지직화 시켜 일반 업무 수준으로 전락시킬지 모를 일이다. 어디로 가고 싶은가?

지금까지 공무원들은 정치가 바뀔 때마다 위정자의 손에 의하여 사정(司正)이라는 미명하에 이리저리 끌려왔다. 정원을 늘리고 줄이고 하는데 있어서 국민의 욕구와 공무원의 의견을 충분히 파악·수렴하여 제대로 결정한 사례가 얼마나 있었는가? 그래서 공무원의 하향평준화(下向平準化)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위정자는 공무원을 인사 줄 세우기로 이용하여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고, 그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한 공무원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충성함으로써 조직의 기강과 원칙은 여지없이 파괴되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인데, 중앙정부가 그러할진대 지방자치단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채수훈/김제시 용지면사무소 사회복지전담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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