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보육조례 제정의 의미

보육사업의 성격 및 보육조례의 필요성

우리나라의 법체계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하는 업무는 자치사무, 단체위임사무, 기관위임사무로 구분된다. 보육사업이 어떤 성격으로 분류되는가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재량권의 범위, 국가감독의 기준과 수단, 비용의 부담, 지방의회의 관여여부, 조례제정권의 인정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이를 분류할 수 있는 기준으로는 법률의 규정을 들 수 있는데 영유아보육법 제3조에 의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호자와 더불어 영유아를 건전하게 보육할 책임을 진다'로 규정함으로써 일단 보육사업을 국가사무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개별적인 업무로 들어가 보면 대부분 보건복지부와 시, 도지사에게 중복되게 규정되어 있거나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다.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공포된 후 8년여 우리나라의 보육사업은 중앙정부의 지침에 의한 사무가 주종을 이루어 대부분의 보육사무가 기관위임사무로 분류되어 왔다.

지방자치법 제8조 1항을 보면 '지방자치단체는 그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주민의 편의 및 복리증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로 하였고 동법 제9조 2항의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구체적으로 예시한 내용을 보면 중앙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사회보험이나 공공부조 외에 보육사업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회복지서비스가 자치사무로 분류되어 있다.

따라서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으면서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지역수준에서 구체적이며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하여, 또 장기적, 지속적, 체계적으로 업무 수행을 하기 위하여 조례의 제정이 필요하다. 더불어 중앙방침과 지역주민의 요구사이의 괴리를 조정하고 정책결정 및 실시과정에서 주민의사가 수렴될 수 있게 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조례의 제정은 의미가 있다.

결론적으로 보육사업은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이며 지역적인 특성이 강하고 사무의 직접적 수혜자가 지역주민이라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로 분류된다.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으면서 보육서비스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의 많은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해당 지역의 특성과 고유한 조건에 맞는 다양한 정책과 제도의 수립을 위한 근거로서 보육조례의 제정은 그 의미가 있다. 따라서 최근 몇 년사이 몇몇 지역에서 보육관련단체 등에 의해 보육조례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는 현상은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지난 4월 19일 서울시의회에서 보육조례가 통과되었고 5월 10일 서울시 보육조례가 공포되었다.

국·공립보육시설의 위탁과 운영에 관련된 내용의 조례들은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의 보육조례는 보육위원회, 보육정보센터, 방과후 보육, 비용 등 자치사무로 규정되는 조항들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보육조례들과 차별성을 가진다. 서울시를 제외하고는 울산시와 안산시 정도가 유사한 성격의 조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보육사업에 있어 서울시가 지니고 있는 위상을 볼 때 다른 자치단체에 대한 파급적인 영향력은 울산시와 안산시가 보육조례를 제정했던 것보다 상당히 크리라 생각된다.

서울시는 다른 자치단체보다 월등하게 재정자립도가 높아 그간 상대적으로 선진적인 보육정책을 실시해오고 있다. 보육조례는 이러한 서울시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주민의 욕구에 부합하는 보육정책을 입안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시행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그간의 우리나라 보육사업의 관행은 지역주민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에서의 정책수립이라기보다 상부의 지시와 절차, 중앙정부의 획일적 지침을 유일하게 여겼던 경향이 있다. 그러나 8년여의 보육사업의 결과 보육사업의 효과적 시행에 있어 중앙정부의 획일적 지침만으로는 미흡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할 필요가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왜냐하면 각 지방의 인구구성비, 보육대상 아동수, 산업구성, 주민들의 보육에 대한 욕구 등에 많은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의 해결은 중앙정부의 기본방침과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찾는 노력이 결부될 때 가능하다.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 근거가 되는 것이 보육조례라 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보육조례의 내용

서울특별시의 보육조례는 제1장 총칙, 제2장 보육위원회, 제3장 보육정보센터, 제4장 방과후 보육, 제5장 비용, 제6장 보칙 등 총 6장 22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체적인 조례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장 총칙에서는 목적과 책임을 명시하고 있는데 목적을 보면 영유아보육법의 목적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호자가 근로 또는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보호하기 어려운 영아 및 유아를 심신의 보호와 건전한 교육을 통하여 건강한 사회성원으로 육성함과 아울러…'에서 진일보하여 '…영유아 및 아동의 보호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킴과 아울러…'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법률에서 보이는 요보호아동 중심의 사고에서 서울특별시의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육서비스가 보편적 서비스로 나가야함을 보여주고 있다.

제2장 보육위원회에서는 보육위원회의 설치, 구성, 기능, 위원의 임기, 위원장 등의 직무, 회의, 위원의 수당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에서 보육위원의 구성을 보면 법률에 언급되어 있는 '복지 및 유아교육전문가, 보육시설종사자대표, 보호자대표 또는 관계공무원 등'보다 구체화시켜 '사회복지 및 영유아보육전문가, 보육시설종사자대표, 보호자대표, 관계공무원, 보육시설대표, 시민단체대표,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추천하는 자'로 되어 있다. 시민단체 대표가 구성원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이는 최근 들어 시민사회단체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공익을 위하여 활동하는 제단체들의 위상을 반영한 것이라 보여진다.

제3장 보육정보센터는 설치 및 운영, 설치기준, 기능, 구성, 비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 비용면에서 '보육정보센터의 설치·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국고보조금 및 시비로 한다'로 명시하여 법, 시행령, 시행규칙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항목을 조례에서 비용보조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제4장 방과후 보육은 보육시설의 설치, 보육시설의 기준, 교육훈련 등의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5장의 비용을 살펴보면 비용의 보조와 보조금의 반환명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비용의 보조 1항의 보조대상에서 영아·장애아·야간·24시간·휴일제 보육운영비를 보조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는 보육의 질적 수준향상을 위하여 다양한 보육서비스의 개발 및 이의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보육교사재교육비와 보육아동 급식비의 항목은 모든 보육시설에 대한(국공립시설과 민간·가정보육시설 모두 포함하여)것으로 설립주체에 따라 지원의 대상이 결정되는 현행 재정지원의 근거보다 일보 진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18조 2항의 '시장은 민간보육시설 및 가정보육시설이 시장이 정한 보육료 상한선을 준수하고 저소득층 아동을 우선 입소 조치하는 등 국·공립 보육시설과 동일한 기준으로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보육종사자의 인건비를 예산의 범위안에서 보조할 수 있다'고 하여 설립주체가 개인인 경우에도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마지막으로 제6장 보칙에는 교육, 시설의 평가, 시행규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보육교사에 대한 재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하고 또한 보육시설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이의 결과에 따라 모범시설에 대하여는 특별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아 시에 보육의 질적수준 향상에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였다.

서울특별시보육조례의 제한점 및 의의

서울특별시보육조례에는 보육시설의 설치·운영과 위탁에 관련한 내용이 없다. 이는 1998년 4월 30일에 제정된 「공공시설설치 및 관리운영위탁에 관한 조례」에 일괄 다루어져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의 조례를 살펴보면 시설의 설치에 관한 내용은 없다. 법률에서도 규정하고 있다시피 보육시설의 설치·운영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이다. 자치단체의 특성에 맞는 보육시설의 수요·공급의 계획 등에 있어 조례에 이부분이 명시되지 않은 것은 제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보육시설에 대한 평가의 조항이 있음에도 평가를 어떻게 어디서 한다는 규정은 없다. 이는 현행의 구조로 볼 때 보육위원회에서 실시하는 것이 타당하다. 보육위원회의 기능에 이의 첨가가 필요하다.

제 18조 비용의 보조항에서 영아·장애아·야간보육 등 특수보육서비스에 대한 언급은 있으나 활성화 정책에는 약간 미흡하다고 보여진다. 이미 다른 자치단체에 비하여 월등하게 나은 지원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례에 특수보육서비스를 전담으로 실시하고 있는 시설에 대한 조금 더 구체적인 지원의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상 몇가지 제한점을 지적하였는데 사실 구체적으로 들어간다면 조례에 담겨질 수 있는 내용과 수준은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행 법률이 가지는 한계, 그에 근거한 현재의 중앙정부의 보육정책 기조, 다른 자치단체와의 비교 등을 고려해 볼 때 그 수준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이후로 영유아보육법의 개정, 지방자치제의 발전과 그에 따른 각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의 향상과 직접적 수혜자인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로 개선시켜야할 과제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서울특별시보육조례의 제정은 몇가지 중요한 내용이 법률에 근거를 두지않고도 명시되었다는 점(특히 민간보육시설에 대한 지원은 그간 모법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지원할 수 없다는 지방자치단체와 이를 요구하는 보육운동 단체들 사이에 논란이 되어왔다)에서 의의를 지닌다. 또한 서울특별시보육조례의 제정에 서울시민간·가정보육시설연합회가 적극적으로 조례제정 작업에 역할을 했다는 점은 다른 하나의 의의로 꼽힐 수 있다.

정희연 / 한국보육교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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