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운영 활성화 방안

들어가면서

우리 사회에 생산적 복지(Productive Welfare)라는 화두가 다시 떠오르면서 Welfare에 대비되는 Workfare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국가경제 관리체제하에서 실업율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보장이 일반적인 생활안정대책보다 중요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 그러나 고용창출정책과 생활안정정책의 중요도에 대한 상대적 비중을 저울질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들을 공히 끌어안고 현실적 타당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으로서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대한 활성화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복지와 경영간, Welfare와 Workfare간에 대한 균형감각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장애인직업재활정책을 강력히 추진한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반드시 성공적일 수 없는 연유와 그 맥을 같이한다. 이러한 방향성을 가지고 아래에서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둘러싸고 변화하는 내외적인 환경을 살펴보고 장기적 전망아래 올해 추진해야 할 주요사업을 살펴본 다음 마지막으로 중장기적으로 현실로 담아낼 정책들의 대강을 살펴보고자 한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의 내·외적 환경의 변화

1. 외적인 변화

사회복지시설이 열악한 환경속에서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해 우리 사회가 담당해야 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오면서도 몇몇 시설들의 비리에 대한 언론보도에 의해 그 공적이 묻혀져 버린 적이 많다. 그러나 재정지원의 열악성, 복지서비스 전달자의 인식부족 등으로 인해 스스로 전문성을 축적시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노력을 집합적으로 경주하지 않은 결과 오늘에 이르러서는 사회복지분야의 비효율성, 비전문성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도 이러한 거대한 흐름속에서 이탈되어 있지 않다. 물론 아직도 현장을 활성화할 수 있을 만큼의 적절한 투입(Input)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기대만큼의 성과(Output)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투입의 적절성 및 우선순위, 투입에 따른 과정(Process)에서의 전문성과 투명성, 성과배분의 적절성 등에 대한 비판적 검증없이 다다익선의 구호적 논리에 머물러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사회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대해 스스로 그 운영의 효율성을 입증해 내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수익에 따른 배분결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시설의 존재이유를 되짚어보고 현 정책방향이 현실과 우리 사회가 가야할 방향성과 부합하는지를 설명받기를 원하고 있다.

2. 내적인 변화

장애인의 직업재활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처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1980년대 후반에 정부는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해 보호작업장 신축비를 지원, 오늘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있기까지 설사 직업재활 활성화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서의 여건을 조성하였다 하더라도 사실상 대부분의 책임은 개별 사회복지법인 등에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자생력을 가지고 꾸준한 발전을 이루어오면서 오늘날에는 다양한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 튼튼한 고정자본과 다수의 장애인을 고용하여 지속적으로 일거리를 제공하는가 하면 근로와 실업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불규칙적이고 비정규적인 작업양태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장애인의 직업재활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운영자의 인식이 변화되고 있으며 장애인 직업재활을 담당하는 직원의 전문성이 훨씬 배가되었고 아울러 내용적 측면에서 직업재활과정에서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전문적 구조를 갖출려는 다양한 실험들이 시도되면서 점차 우리 사회의 장애인복지에 대한 내재적 한계와 외연적 현실을 고려한 직업재활의 형태 및 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종전의 여건조성에 머물러 있었던 정부의 정책 비중은 점차 장애인 직업재활의 내용적 충실과 지원구조의 체계성 마련에 주력하도록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애인직업재활 활성화를 위한 노력들

1. 장애인생산품 관보공고

정부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설치운영을 지원하여 일반고용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직업재활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 왔으나 이들 시설에서 생산한 제품의 판로 등 운영에 대한 책임의 무게중심은 개별 운영자에게 있었다. 정부는 장애인생산품 공판장 운영을 지원하여 간접적으로 판로개척에 조력하여 왔으나 공판장 판매실적의 책임 또한 민간에 있기 때문에 국가책임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장애인복지법 제31조에 따라 일정한 기준에 적합한 장애인생산품에 대해서는 이를 고시하고 관보에 공고하여 조달청 등 행정기관이 적극적으로 조달구매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조달청에서도 올해 저소득층 조달구매계획으로 550억원을 예상하고 있어 우리의 생산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조달납품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재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법인 소유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라 하더라도 일반인에게 임대하는 경우라든가, 개인소유의 장비도구를 마치 법인소유의 재산으로 모양새를 갖추어 개인업자의 소득을 증대시켜 주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없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장애인생산품에 대한 판로개척,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운영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국가정책에 힘이 싣리기 위해서는 현장에서도 형식과 내용면에서 본질에서 이탈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2. 모범 장애인보호작업장 특별지원

이러한 장애인생산품 판로개척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장애인 직업재활과정에서 타 시설에 모범이 될 수 있고 특색있는 직업재활사업을 하고 있는 장애인보호작업장에 대해서는 추가로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장애인보호작업장 운영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러한 사업은 올해 2월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됨에 따라 후속조치로서 마련될 시행령·시행규칙에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운영모델을 제시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장애인 직업재활에 대한 개념적 틀이 없이 단순히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많은 장애인보호작업장에 다양한 상황과 여건을 고려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3. 장애인직업재활시설 평가기준 마련

정부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대해 규모에 따른 예산지원을 차별성을 제외하고는 예산을 일률적으로 지원함에 따라 시설운영의 효율성을 유인하기가 어려웠다. 아울러 운영자의 직업재활에 대한 의식에 따라 상당히 다른 운영양태를 보여왔던 점을 감안할 때 장애인직업재활사업에 대한 표준운영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설에 대한 평가기준을 마련하여 장애인직업재활사업이 장애인재활의 최종적인 목표요 결과라고 하는 것에 걸맞는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인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올해에 단순한 양적지표만이 아니라 직업재활서비스에 대한 질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모의적용할 것이다. 이러한 기준이 마련되면 내년부터는 평가를 통해 예산의 차등적인 지원 등 각종 유인책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단초들이 마련될 전망이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 활성화 방향

장애인직업재활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급속히 넓어지고 있다. '98년에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시 대통령께서 일할 수 있는 장애인에 대한 일거리 마련을 지시한 바 있고 올해에도 우리부 국정개혁 보고시 대통령께서 장애인고용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가 솔선수범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또한 최근 장애인직업재활정책에 대한 사회적 이슈도 기존의 정책이 걸어온 발자취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한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등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장애인들이 보다 쉽게 직업재활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정부가 주력해야 할 것이다.

1. 장애인생산품 판로개척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장애인복지법이 올해 2월에 개정되면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이 장애인생산품 중 일정품목을 일정비율이상 구매토록 의무화하는 발주지정제도 추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것은 종래 장애인생산품 판로개척에 대한 책임이 개별 운영자에게 있었다면 이제는 국가책임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달납품 등 행정기관의 의무구매만으로서는 국가가 판로개척을 전적으로 지원할 수 없는 것이다. 즉 생산형태에 따라 하청인 경우에는 하청발주업체 발굴·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조달품목이 아닌 경우에는 그 나름대로의 판로를 각급 행정기관이 지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여 다양한 형태의 생산구조를 인정하면서도 분야별로 판로개척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시책들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2.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개념구도 재편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생산성, 제품판매에 따른 수익 등을 지나치게 강조할 수는 없다. 즉 복지와 경영이 만나는 접점인 것이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특징이지만 생산능력을 거의 측정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의 직업재활을 위해서도 국가가 배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작업활동센터(Work Activity Center)의 설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도 일부 보호작업장에서는 작업활동센터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조달납품 확대 등 생산성 위주의 정책지원이 좀 더 강화된다면 이들 보호작업장은 상대적으로 더욱더 소외될 수 밖에 없으며 오히려 복지적인 측면에서 이들에 대한 지원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개념구도는 재편될 필요가 있으며 정책방향을 신중히 논의하면서 정부지원 구조도 아울러 형평성을 고려,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3. 지역사회내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설치 확충 유도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99년 1월 현재 12개의 장애인근로시설과 150개의 장애인보호작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150개의 보호작업장 중에서 60%가 장애인생활시설과 같이 설치되어 있어 재가장애인의 직업재활시설로서의 기능이 취약한 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신규로 설치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재가장애인 중심으로 지역사회내에 설치되도록 유도해 나갈 것이다.

글을 맺으며

장애 및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오랜 세월동안 장애인이 겪어온 심리적 위축과 직업능력 배양에의 어려움이 많았던 점을 감안할 때 아직도 일반고용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많은 장애인들이 갖는 소망은 직업을 통한 자활자립일 것이다. 국가는 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크지 않아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이 노출되고 있다. 또한 물론 일반사업장에의 취업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겠지만 상기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일반고용이 어려운 우리 현실 여건을 고려할 때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통한 장애인에의 일거리마련대책도 상당부분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외연적 확대만이 능사가 아니며 직업재활서비스의 내용적 충실, 직업재활시설과 타 기관과의 연계체계 구축 등 내적 기반을 공고히 하는 여러 사업과 공동보조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정책개발을 통한 책임성과 현장의 전문성 함양을 통한 서비스의 질적 개선이 역동적으로 상호 상승적 효과를 가져올 때 우리 사회가 장애인 직업재활에 대해 갖는 관심에 걸맞는 현실의 변화가 가시화되리라 생각한다.

신현수 / 보건복지부 장애인제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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