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오보’와 확산되는 ‘음모론’

국민연금의 도시지역 확대가 파행을 거듭하기 시작하면서 사회보험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각 신문마다 앞 다투어 심층기획기사를 게재하고 사회보험의 문제점을 대대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일찍이 없었던 언론의 이러한 관심은 그 동안 숨겨졌던 사회보험의 각종 문제점을 부각시키면서 사회보험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오보와 부정확한 보도가 발견되고 있다. 일부 언론의 경우는 ‘의도된 오보’를 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에 대한 오보가 너무 자주, 그리고 반복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학계와 시민·노동단체에서는 보험회사, 재벌, 일부 언론이 결합된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 음모론은 두 가지 내용을 갖고 있다.

첫째는 사회보험의 민영화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 언론이 ‘사회보험 흔들기’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다. 이 논리는 공적 사회보험과 사보험이 대체관계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이 확대되면 유사한 기능을 갖고 있는 민간 보험회사의 개인연금 시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공공 사회보험이 확대되고 급여수준이 높아지면 자연히 민간 보험회사의 관련 상품이 위축되기 때문에 보험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민간 보험회사(대부분이 재벌)들과 일부 언론에서 사회보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사회보험행정에 대한 민간 보험시장과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오보가 반복되면서 그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두 번째는 정치적 해석이다. 최근의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의 가장 큰 쟁점 중의 하나는 사회보험 때문에 봉급생활자가 피해를 본다는 ‘봉급자 봉’ 논리이다. 일부 언론에서 의료보험 통합과 국민연금에서 도시지역 자영자의 낮은 소득신고로 봉급생활자가 피해를 본다는 점을 너무 과장되게 혹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사회보험 개혁정책에 대한 봉급생활자의 불만을 ‘의도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보험 통합으로 봉급생활자의 보험료가 2배 오른다는 보도가 결정적인 구실을 제공했다.

사회보험이 잘못 운영되는 점에 대해서는 정확하고 예리한 분석과 비판이 필요하며 최근 정부의 사회보험 행정의 난맥상은 마땅히 비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오보나 부정확한 보도로 인해 사회보험제도 자체의 정당성이 상처를 받아서는 곤란하다. 기자의 ‘의도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최근의 일부 언론의 보도는 ‘음모론’을 확산시키기에 충분한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보험이 붕괴되면 국민 전체가 피해자가 된다. 선진국 중 유일하게 전국민의료보험이 없는 미국에서 수천만 명이 의료보장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는 점을 상기해 보자. 사회보험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에 대한 균형 잡힌 보도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김 연 명 /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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