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을 넘어사회적 합의로

새로운 세기, 새로운 기부문화를 위한 제언
‘비영리단체 1% 후원법’ : 기부문화, 이제 시스템이다

지난 10월 11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서울 NGO대회는 한국의 각종 비정부기구들이 처음으로 세계 각국의 다양한 비정부기구들을 만나 다가오는 21세기의 민간부문의 역할을 규정하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준비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 기간중 시민운동지원기금, 글로벌케어와 함께 NGO의 재정확보와 바람직한 재정구조의 문제에 관한 주제토론을 열었다. 10월 13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Financing NGO’s’ 토론회는 토론내용 및 주제의 생경함에도 불구하고 이날 열린 분과토의 중 가장 많은 참가자들이 몰려 재정문제에 대한 최근 민간기관 및 단체 종사자들의 높은 관심과 열의를 드러냈다.

특히 정부와의 관계설정은 아직 비정부기구의 활동 및 공적 지원체계가 활성화되지 못한 우리 실정에서는 향후 NGO 조직 및 활동의 방향성 등과 맞물려 그 중요성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반영했음인지 이날 분과토론에서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헝가리의 NIOK(Non-Profit Information and Traning Center)가 소개한 ‘비영리단체 1% 후원법’이었다. 1997년 현재 인구 1,100만 명에 국민소득 841,000 HUF(1달러는 244HUF)인 헝가리의 비영리조직은 1989년 이래 6만 개 가까운 숫자로 늘어났으며 이는 중·동부 유럽지역 중에서 가장 급격한 증가추세라고 할 수 있다.

헝가리의 경우 비영리조직은 스포츠와 레크리에이션(41%), 사회봉사(16%) 등의 영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수입원은 자체수입(57%), 정부지원(23%), 기부수입(20%) 등으로 비영리조직의 전체 예산은 259억 HUF(약 1,259억 원)로 GDP의 1.24%를 차지하고 있다.

‘비영리단체 1% 후원법’은 1996년 도입된 제도로 “법이 요구하는 비영리조직을 납세자가 선정, 자신의 개인세금에서 1%를 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비영리단체는 연간 최소한 65억 HUF(약 319억원)의 재정확보가 가능하게 되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정부나 세무공무원들은 이 법에 대한 홍보활동을 전혀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비영리단체에 이 캠페인에 참여할 납세자에 대한 정보를 주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NIOK 등의 비영리단체는 납세자들이 1%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홍보작업을 펼치고 있으나 정부 및 세무당국의 비협조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정부 및 세무당국의 비협조와 정보 비공개로 인해 이 제도에 의해 납세자가 자신의 세금을 특정 영역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보여도 실제로 납세자의 의도대로 집행되었는지 확인이 불가능해 ‘명목상의 제도’로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에 헝가리의 비영리단체에서는 납세자의 선택과 정부의 집행 결과에 따른 자료 공개 요구 및 이를 제도화할 수 있는 법개정 작업을 추진중이다.

‘코믹 릴리프’ : 어두움을 넘어서 밝음으로
한편 지난 10월 8일과 9일 주한영국대사관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주한영국대사관 공동주최로 ‘한·영 기부금모금 전략세미나’가 열려 영국 NGO의 현황 및 기부금 모금전략에 대한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영국의 경우 정부기관, 즉 Charity Commission에 등록된 자선단체 20만 개를 포함 약 40만개 이상의 자선기관이 환경오염방지에서 동물학대, 해외원조, 박물관, 장애인보호 시설운영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등록된 20만개의 자선단체 연간 수익은 200억 파운드(약 40조원)로 이중 약 25%가 개인 및 회사의 기부금이다.

영국의 기부문화는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초기 온정주의와 종교적 자선의 형태에서 점차 정교한 마케팅 기법을 통한 조직적인 방법으로 발전해 왔으며 매달 기부금을 내고 있는 영국민의 약 75%는 월평균 5파운드(약 1만원) 정도를 기부를 하는 소액다수 참여 형태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금전략으로 꼽히는 것은 코믹 릴리프(Comic Relief)라는 모금 이벤트로 빈곤퇴치를 위해 모금된 금액으로 영국은 물론 아프리카까지 지원하는 국제적인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코믹 릴리프는 대부분의 모금행사가 수혜자의 어려운 상황을 기부자에 설명하는 다소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인 것에 비해 어릿광대의 빨강코를 상징물로 설정하고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밝고 즐거운 모금사업을 펼쳐 전국민의 호응을 얻었다.

지난 3월 영국 BBC 방송을 통해 방영된 올해의 코믹 릴리프 행사는 영국 전역에서 참여, 자동차의 앞유리에 빨강코를 부착하는 것은 물론 기차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가슴에 빨강코를 부착하는 적극적인 참여로 2,700만 파운드(약 5,400억 원)의 모금실적을 거둬 영국 최대의 기부금 모금을 거두기도 했다.

코믹 릴리프의 성공은 전통적인 모금행사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벗어버리고 즐겁게 모금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존 모금사업의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또 기부자의 정서도 과거의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에서 좀더 밝고 즐겁고 가볍게 참여하는 것을 원한다는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를 위한 선물’ : 동정을 넘어 사회적 합의로

지난 10월 22일 미국 백악관에서는 클린턴 대통령 주재로 ‘미래를 위한 선물’이라는 미국의 기부문화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백악관에서 5시간에 걸쳐 진행된 토론회는 위성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미국은 물론 세계 전역에 중계되었으며 종합토론은 힐러리 여사가 맡아 미국사회의 기부문화 활성화에 대한 민간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열띤 논의가 벌어졌다.

이날 토론은 ‘미국사회 자선행위 전통의 확대’ 및 ‘새 천년을 위한 새로운 기부’의 두 가지 주제에 대해 미국사회의 기부문화 전통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과 컴퓨터산업 등 새로운 기술개발에 의한 기부자의 변화와 사회문제의 적절한 대응에 대한 방안 등이 논의되었다.

이처럼 미국의 경우 기부문화의 활성화 및 새로운 기부문화의 창출은 Y2K 문제 등과 마찬가지로 새 천년을 맞아 해결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중요한 국가·시민사회 과제 중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준비들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날 회의를 통해 미국사회는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첫째. 미국사회는 다양한 사회계층에서 기부가 행해지고 있으며 자신의 시간, 물품 그리고 돈을 기부하는 행위는 모든 시민이 참여해야 하는 사회적 역할로 이를 장려해야 한다.

둘째, 미국 민주주의로 새로운 세기를 특징짓는 개인의 자원봉사활동은 미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 가치로 공공복리를 위한 기부는 확대되어야 한다.

셋째, 기부는 시민권의 한 형태로 지역사회와 시민사회를 강화시킨다.

넷째, 미국민의 박애주의는 미국 그 자체처럼 변화하고 새로운 기부형태를 창조해 새로운 세기를 특징지울 것이다.

이처럼 새천년을 맞으며 세계 각국은 민간부문의 참여와 역할 강화를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설정, 이를 위한 준비를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진지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인간다운 삶이 지속 가능한 사회’ 우리 모두는 물론 미래에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위한 우리의 준비는 과연 어떠한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자료문의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02) 780-0361]


전홍윤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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