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모금제도, 민간복지 지원체제로 자리잡아야

지난해 12월1일 전국공동모금회 및 16개 지역공동모금회가 '어려운 이웃에 사랑의 손길을'이라는 주제로 98년 연말 이웃돕기성금모금운동을 시작함으로써 1972년 「한국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민간주도의 모금활동을 시도한지 27년만에 본격적인 민간모금활동의 장이 열렸다.

전국공동모금회를 비롯 16개 지역공동모금회는 99년 2월16일까지 78일동안 알뜰장터, 방송모금 등을 통해 164억원을 모금했는데 이는 지난해 총모금액 196억원의 84% 수준이다.

전국공동모금회의 경우 44억여원을 모금해 전년도 실적을 약간 웃도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지난해 14억원을 모금했던 서울공동모금회가 조직 구성이 늦어져 모금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것을 비롯, 전반적인 지역경제 침체로 지역공동모금회의 모금실적이 지난해의 78%에 수준에 그친 것이 전체적인 모금실적의 저조로 나타났다.

전국공동모금회의 경우 성금납부자별로는 기업체가 15억6천만원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일반시민 14억8,500만원(34%), 정부기관 6억7,400만원(15.2%), 사회단체 5억1,100만원(11.5%), 교육기관 1억9,300만원 순으로 밝혀졌다.

이는 IMF 체제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급증하는 등 경제위기로 모금환경이 악화되었을 뿐 아니라 모금 담당기구인 '전국공동모금회'의 발족이 늦어져 효과적인 모금전략을 세우지 못한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특이한 것은 모금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의 참여가 크게 늘어난 것에 비해 일반시민의 모금액이 예년의 절반 가까이로 떨어져 IMF 체제로 인한 서민가계의 고통을 체감할 수 있었다.

전국공동모금회는 집중모금 기간 중에 새롭게 시작되는 민간복지 지원체제로써 공동모금제도를 알리고 모금창구의 다변화를 위해 장애인공동체, 사랑의 김치운동본부, 화훼협동조합 등 다양한 민간기구와 함께 '알뜰시장'과 '사랑의 꽃 나누기'등의 행사를 개최했는데 이는 기존의 기업체 물품지원 및 판매라는 획일적인 방식을 벗어나 지역사회의 각종 민간기구들이 참여하는 '교류의 장'으로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난해 공동모금제도의 민간이관을 둘러싸고 논의되었던 많은 우려들, 예를 들어 사회복지계의 소극적 참여, 재계 및 종교계의 공동모금제도에 대한 이해, 다른 민간모금기구들과의 역할분담 그리고 공동모금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 등은 얼마나 해소되었는가?

2개월 반의 집중모금기간이 종료된 현 시점에서 그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롭게 출범한 공동모금제도의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공동모금제도 자체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참여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동모금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는 운영주체가 민간으로 이관되고 연중모금이 가능해졌음에도 지난 75년 이래 매년 연말에만 한시적으로 정부가 주도했던 '불우이웃돕기'와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주도 모금제도에 대한 집중적인 홍보와 다양한 참여방법의 개발이 시급하다.

또한 공동모금제도가 민간복지 지원체제로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참여 방식의 다양화와 일상화를 위한 방법의 개발이 필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UnitedWay'의 경우, 전체 모금액의 50%가 노동자의 자발적이고 조직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어 모금 재원의 안정화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의 경우에도 '노총'이나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조합의 민간복지 참여 확대는 향후 공동모금제도의 정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모금제도의 정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배분을 둘러싼 '과정의 투명성'과 '지원대상의 적절성'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공동모금제도 민간 이관의 근본적인 요인일 뿐 아니라 향후 공동모금제도의 성패를 가름할 결정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전국공동모금회의 경우 지난 1월25일부터 2월23일까지 '99년 배분신청을 접수한 결과 총625건 349억여 원에 이르는 지원신청을 받았다.

이를 영역별로 살펴보면 장애인복지가 185건에 127억원, 지역복지 195건(89억원), 여성·노인복지(66억원), 아동·청소년복지(65억원)등의 순서로 이들 신청사업은 서류심사, 설명회, 현장방문을 거쳐 3월말 경 최종 지원대상 및 지원금액이 결정된다.

공동모금회의 이번 배분과정은 과거 보건복지부가 민간으로부터 모금한 재원을 '사회복지사업기금'으로 관리하면서 지원대상이나 지원금액을 정부 예산에 편성하지 못한 국가복지 영역의 직접 지원에 사용했던 것에 비해 사회복지 각 영역의 중간집단을 통한 프로그램 사업에 지원함으로써 국가복지와 민간복지의 역할분담은 물론 사회복지 프로그램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9일 「사회복지공동모금법」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으로 개정되어 공동모금제도는 또 한 번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되었다.

개정법에 의해 현행 독립법인으로 되어 있던 지역공동모금회가 지회로 전환되고, 모금경비를 모금총액의 2%로 제한하던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의 제한 조항이 풀려 10%까지 모금경비 사용이 가능해 짐으로써 모금활동의 일원화와 활성화를 기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지원대상이 사회복지사업법상의 사회복지사업에서 '기타 사회복지활동'으로 확대됨에 따라 보다 광범위한 사회복지 참여 및 지원이 가능하게 되었다.

공동모금제도는 1972년 한국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연말집중모금기간동안 불과 2백만원의 모금실적으로 1년만에 좌절된 이후 오랜 기간동안 민간복지제도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공동모금제도가 민간복지 활성화를 위한 제도로 정착하느냐 아니면 또다른 실패를 경험하느냐는 21세기를 맞는 우리 민간복지의 영역확대를 판가름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전흥윤/전국공동모금회 모금배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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