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 1년의 복지정책

지난 1년 동안 우리 국민은 참으로 많은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60년대 이래의 성장의 신화가 붕괴하고 대량실업이 우리사회의 근본을 흔드는 동안에, 기로에 선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탱하기에 우리의 복지제도는 너무도 허약하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경제위기를 통하여 우리가 배운 것은, 경제가 발전할수록 전반적 위기의 가능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역설적으로 복지안전망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스스로를 “실업대책 정부”로 규정하면서 여러가지 대응책들을 추진하였습니다. 이러한 대응책들의 성과와 한계를 분야별로 짚어보고자 하는 것이 이번 호의 특집 주제입니다. 연금과 의료보험, 고용보험, 공공부조, 복지서비스와 전달체계 등 어느 것 하나 우리국민들의 삶과 복지에 중요성이 덜하지 않은 과제들입니다.

사실 현정부는 복지개혁과 관련하여 상당한 기대를 모으면서 출범하였는데, 이는 주로 정권의 상대적 진보성에 대한 기대였지만, 경제위기가 복지제도의 확충과 정비의 중요성을 부각시킴에 따라 그 기대는 한층 커졌습니다. 그러나 대량실업에 대한 임기응변적 대응을 제외할 때 현정부가 복지정책을 비중있게 다루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복지분야 핵심 관료, 즉 장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인선문제입니다.

정략적 타협의 결과 복지부는 일찌감치 공동여당인 자민련의 몫으로 내정되었는데, 주요 정당 중 복지정책에 대해 가장 소극적인 정당이 복지부를 관장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장관과 수석비서관이 모두 복지 문외한으로 결정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긴급한 복지개혁의 과제를 무시한 이와 같은 인선의 결과는 최근 도시자영자에 대한 국민연금 확대(99년 4월 예정) 파동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1,000만명에 달하는 신규가입자들에 대한 형편없는 준비상황은 개혁주체의 형성이 결여된 개혁추진의 모순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참여연대가 사회보장기본법상의 최저생계비를 계측, 공포할 책임을 유기한 장관을 고발하게 된 근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모든 국민이 언제든지 실업과 빈곤의 나락에 떨어질 수 있는 위기가 항시적으로 잠복하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복지제도의 정비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당하고 있는 이 고통이 보다 나은 내일을 열어가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번 호를 알차게 꾸며주신 모든 필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영환 편집위원/성공회 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