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의 사회복지 서비스 및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평가

IMF체제 하에서 사회복지 서비스는 시들고, 사회복지전달체계는 피어나다.

IMF체제 하에서 1998년 2월에 출범한 김대중정부는, 과거의 정권들이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안정된 상태에서 시작한 것과는 달리, 고실업과 그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혼란 속에서 큰 부담을 진 채로 집권 1년의 시간을 보냈다. 김대중정부에게 있어서 최우선 과제는 대량실업을 극복하고 사회적 안정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제에 직면하여 김대중정부는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회복과 실업자를 위한 고용안정대책 및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추진하여 왔다. 이 중에서 사회(적) 안전망은 다양한 사회복지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현재 이러한 사회(적) 안전망의 일부로서 고용보험의 확대와 저소득층의 생활안정을 위한 생계보나 '특별'취로사업(과거에 많은 비판을 받으며 실시되었던 취로사업이 '특별'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시 등장하였는데, 무엇이 특별하다는 것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과거에 많은 비판을 받을 만큼 문제가 큰 사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IMF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필요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특정한 기간동안만 한정적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것인지 잘 알 수 없다. 어쨋든 필자의 생각에는 특별히 과거와 달라진 것도 없는데 '특별'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필요는 없다고 여겨진다.) 및 공공근로사업 등이 실시되고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 고용보험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공공부조사업의 성격을 갖는 것이다. 이것은 고실업으로 인한 사회적 위기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안전망이 극빈층에 한정되어 실시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극빈층 못지 않게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국민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인 사회복지 서비스의 확대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서 고려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 나라의 사회복지 서비스는 그 대상 면에서 공공부조와 쉽게 구분되지 않아 왔다. 정부가 발표하는 백서나 사업지침을 보면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복지 서비스로 간주하기 어려울 만큼 저소득층 중심으로 일관되어 왔던 것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은 저소득층 뿐만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사회복지 서비스의 확대가 절실히 요구된다.

한편, 정부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서 일선 행정단위인 읍·면·동사무소의 기능을 전환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에 따라 이를 활용한 사회복지전달체계의 수립이 보다 가시화되고 있다. 사회복지전달체계만을 놓고 본다면 지난 1년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갖게 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즉, 보건복지부가 시범사업으로 실시한 보건복지사무소가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거의 실패한 것으로 판명되어 사회복지전달체계의 전망이 불투명해 진 즈음에 행정자치부가 읍·면·동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로 전환한다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다시 일선 사회복지전달체계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시각에서 김대중정부의 지난 1년간 사회복지 서비스 및 전달체계에 관하여 간단히 평가하고자 한다. 다만, 사회복지 서비스의 경우에 한정된 지면에서 각 영역을 별도로 분리하여 다룰 수는 없으므로 총괄적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김대중정부의 사회복지 서비스 평가 :구멍난 사회(적) 안전망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간의 사회복지 서비스는 과거에 비해 거의 진전된 바가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는 매우 낮게 내려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우리 나라의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해 내려진 평가는,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일반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프로그램이 거의 없고 대부분 특정한 기준에 맞는 대상자들만 적용하고 있으며 서비스의 수준도 상당히 낮고 서비스의 다양화를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등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었다.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는 김대중정부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

다만, 최근에 장애인복지 서비스에서 보듯이 그룹홈이나 장애인입소시설 운영 인센티브제 도입 등과 같은 새로운 움직임은 분명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예산의 측면을 볼 때 여전히 사회복지 서비스의 발전은 지체된 상태이다. 사회복지 서비스 예산은 1998년에 4,966억원에서 1999년에 5,347억원으로 7.7% 정도 증가하였는데, 이를 각 분야별로 보면 표 1에 나타나 있듯이 노인복지와 장애인복지가 상당히 크게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노인복지와 장애인복지 예산의 증가는 주로 경로연금이나 저소득 장애인생계보조수당의 증가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예컨데, 1998년과 1999년 사이에 노인복지 전체의 증가분이 226억원인데 비해 경로연금의 증가분이 381억원이나 되어 경로연금을 제외하고 본다면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감소하였다. 이와 같이 한 두부문의 기형적인 급증이 전체적으로 증가한 것처럼 보이게 할 뿐 이를 제외하면 실제로는 감소하였다.

<표> 사회복지서비스 예산추이

(단위: 백반원, %)

구분 '98예산 '99예산 증감률
노인복지 169,081 191,714 13.4
장애인복지 96,608 105,843 9.6
아동복지 44,645 47,270 5.9
보육사업 107,689 111,786 3.8
여성복지 16,939 16,856 -0.5
기타 61,646 61,265 -0.6

이러한 사회복지 서비스의 실질적인 예산감소는 IMF체제아래

저소득층의 생활안정에 예산을 집중배정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예산구조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관련된다고 보여지는데, 지난 1년간 김대중정부 하에서 사회복지와 관련하여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용어가 바로 사회(적) 안전망이다.(이 용어에 대해서는 엄밀한 개념규정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별도의 지면에서 다루어져야 할 사항이기에 여기에서는 잠정적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는 사회성원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정의하겠다.)

대량실업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가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인데, 현재까지 나타난 사회(적) 안전망은 위기에 가장 취약한 집단인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공공부조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방식은 사회(적) 안전망의 일부로서 마땅히 포함되어야 할 보편적인 사회복지 서비스를 배제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즉, 현재의 사회(적) 안전망은 국민 모두가 위험에 직면하면 언제나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망이 아니라 극한 위기에 처해야만 보호받을 수 있다는 기능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물론 현재의 사회복지 서비스를 사회(적) 안전망으로 가동하더라도 그것이 상당히 저열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를 좀 더 보강하여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겠지만, 현재는 사회복지 서비스가 사회(적) 안전망에서 배제됨으로써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 지체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사회복지 서비스의 정책방향이 아직도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보다는 가족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김대중정부에서 사회복지 서비스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가족중심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국가의 역할과 책임 확대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서비스의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대중정부의 사회복지 전달체계 평가 : 기회는 왔으나 ···

김대중정부의 출범 이후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수립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사회복지 전달체계 문제는 1980년대 중반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로서 1987년에 사회복지전문요원이 일선 동사무소에 배치되었고 이들에 의해 공적부조행정이 상당히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 후 1995년부터 보건소에 사회복지전문요원을 투입한 보건복지사무소가 5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시범사업은, 아직 종료되지는 않았지만, 객관적 여건의 미성숙과 정부의 준비소흘로 인해 부분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사회복지 내부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정립을 위한 새로운 출구를 찾아야 할 상황에 직면하고 있었다. 바로 이 때 읍·면·동사무소의 기능전환이 발표되자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정립을 위한 논의가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된 것이다.

1998년 7월에 정부는 연말부터 단계적으로 읍·면·동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로 전환하여 장기적으로 주민자치조직의 활동 중심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센터는 기존의 제증명서 발급 등 민원사무 이외에 사회복지, 문화활동, 여가활동 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 센터를 활용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 노동부, 문화관광부 등 정부 부처간에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와 복지서비스를 연계하여 제공하는 '보건복지센터'를 주장하고,( 이에 대한 내용은 복지동향 4호(1999년 1월)의 변재관의 글을 참조할 것.)

노동부는 고용보험업무·취업알선업무·직업능력개발사업·실업대책 전달업무를 담당하는 고용안전센터를 주장하고, 문화관광부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화활동공간인 '문화의 집'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각 방안들은 지역주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나름대로 모두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되므로 어느 한가지가 독점적으로 허용되기보다는 지역특성에 맞게 다양하게 채택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보건복지센터 방안은 지금까지의 사회복지 전달체계 논의에서 일선기구로서는 가장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 좋은 대안으로 생각된다. 다만,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에 반드시 병행하여 고려해야 될 부분이 있는데, 바로 '종합'사회복지관의 역할변화이다. 즉, 현재 종합사회복지관은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복지기능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 센터가 활성화될 경우에 종합사회복지관이 행하는 사업들 중의 많은 부분은 이 센터의 사업과 큰 차이가 없게 된다. 따라서 종합사회복지관의 역할을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필자의 견해는 종합사회복지관은 앞으로 '종합'이 아니라 '전문'복지관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지역의 인구나 욕구특성에 맞춰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아동복지관, 여성복지관 등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또 한가지 고려해야 될 것은 지역단위의 사회복지관련 기구들을 연결하여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역복지네트워크(지역복지협의체)를 구축하는 것이다.( 설령 이 센터방안이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반드이에 대해서는 필자의 논문 "일선 행정기구의 개편과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정립방안"(1998년 한국정책학회 동계학술대회자료집)을 참조하기 바람)

이러한 네트워크는 시 필요한 것으로서, 지역단위의 복지계획수립, 복지서비스의 조정과 특화추진, 지역의 욕구조사 등을 수행하게 된다. 이것은 지역 내에 있는 사회복지관련 이용시설과 수용시설, 보건소, 시민단체, 의사협회나 변호사회 등의 전문가단체, 종교기관, 지방정부 등을 망라하여 조직하며, 그 중심에는 보건복지센터를 두는 것이 네트워크의 운영에 유리할 수 있다.

읍·면·동사무소의 기능전환은 일선 사회복지 전달체계가 없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사회복지의 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으로 실시했던 보건복지사무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보건·복지의 조직결합방식이나 구체적인 연계프로그램 등에 대해서 철저한 준비를 함과 더불어 정부차원에서 보건복지센터 방안이 확정되도록 부처간 협력과 조정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심재호/한서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워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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