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비닐하우스촌의 현실


비닐하우스촌의 현실




윤 복 영
주거연합 동부지부장



 





편집자주 : 이 글은 지난 6월 4일 종로성당에서 열린
‘주거기본법 제정을 위한 3차 점례토론회’에서 토론원고로 발표된 내용입니다.





 가난한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의 한 사람으로 이 자리에 있습니다. 그 동안 저는 12년을 빈민의 대명사로 불리는 비닐하우스촌에서 살았고 지금 여기서 그곳의 실상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우선 비닐하우스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은 10여년동안 주소지도 없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살아왔지만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것은 주위의 잘못된 시각이었습니다. 투기를 목적으로 살고 있다느니 집을 만들어서 팔고 사고한다느니 하면서 우리를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또는 본인이 게을러서 그 곳에 살고 있다고들 합니다. 이는 정말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고 이곳에 사는 주민들을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이곳에 살고있는 주민들의 유형이나 이곳에 정착하게 된 동기는 실로 다양합니다. 80년대 집단재개발로 쫓겨난 사람들, 88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집단으로 쫓겨난 사람들, 80년대 말 전월세 폭등으로 이주한 사람들, 농촌에서 이주하여 마땅한 거처가 없었던 사람들, 빈곤이 가중되어 더 이상의 삶의 자리가 없어 이주한 사람들, 가난하여 더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모여들기 시작하여 비닐하우스촌은 형성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비닐하우스촌은 80년대 후반에 집중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의 일방적 희생물이 된 비닐하우스 주민들의 그 동안의 실상은 어떠했는가? 우선 주거 형태는 대부분 농막으로 설치된 비닐하우스 안을 주거용으로 내부를 수리해서 사용하거나, 판자를 이용한 가건물 형태의 주거를 설치하여 살고 있습니다. 이는 주거지라기 보다는 겨우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최소한 주소라도 부여받고 기본적인 행정서비스라도 받을 수 있다면 당장의 불편함은 면할 수 있을 텐데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당장 아이들의 학교문제와 더불어 전기와 상ㆍ하수도가 공급되지 않아 오염된 지하수를 식수로 쓰고 있으며, 농업용 전기를 사용해야 하고, 우편물이 전달되지 않는 등 생활상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막일을 통하여 하루하루를 살아오던 주민들은 IMF 사태 이후 그나마 일자리를 잃어 생계조차 막연한 실정입니다. 정부에서 실시하는 실업극복 지원사업도 주소가 없다는 이유로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 막연하기만 합니다. 지난해에는 한 마을이 모두 물에 잠기는 사태가 발생하여 130여 세대의 수재민이 발생하였지만, 해당 구청에서는 무허가 건물이라는 이유로 이재민이 없다며 수재의연금조차 받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금년 초에는 비닐하우스 마을 3곳에서 4건의 대형 화재가 발생하여 2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지만, 주소지가 없다는 이유로, 법적 근거가 없다며 구청에서 전혀 대책을 세워주지 않아 천막에서 한 겨울을 보내야 했고, 지금도 100여 세대가 천막에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저희들이 비닐하우스촌에 살면서 받아왔던 고통을 일일이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어른들은 버티어 나가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 순간에도 한숨과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주소지가 없어 인근 학교에 보내지 못하여 새벽밥을 먹고 학교를 다녀야 하는 아이들, 취학통지서를 제 때 받지 못하여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아이들, 생전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오지 않아 친구가 없는 줄 알았더니, 사는 곳을 보여주기 싫어서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오지 못한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울고있던 어느 주민의 이야기. 이것이 21세기를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입니다. 악착같이 벌어서 방 한 칸이라도 얻어보려고 아등바등 살아왔지만 10년을 넘게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주민들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입니다.

 저희들은 주거권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헌법에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나와있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지난해부터 비닐하우스 주민들의 권리를 찾아보려고 주소지를 되찾는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비닐하우스 주민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하여야 함을 주장하였습니다. 이것이 이 나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 우리에게 당연한 권리임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주거기본법 제정운동을 통하여 우리의 권리를 더욱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고,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이제 저희 비닐하우스 주민들은 주거기본법 제정운동에 앞장 설 것입니다. 또한 주거기본법 제정운동을 통하여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의 삶의 근거지를 되찾을 것입니다.


끝으로 관심을 기울이시고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