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다, 어디까지 왔나

대통령도 나섰는데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았나요?"

"에바다, 아직도 해결 안 됐나요?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이 약속한 게 1년이 다 되잖아요? 그래도 안 되나요?"

에바다에 관심이 있는 분들한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그렇다. 그 동안 경찰, 검찰, 법원, 감사원, 국회, 대통령 다 나섰다. 그런데 에바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에바다 비리의 핵심은 법인과 공무원 일부의 유착 관계다. 이 고리만 끊으면 자동으로 해결된다. 그러니까 공무원이 양심선언을 하거나, 수사·감사 기관이 제대로 수사·감사를 하면 된다. 그런데 독수리가 스스로 제 발톱 뽑는 법은 없다. 누군가 강제로 끊어 내야 하는데, 그럴 사람들이 비리에 얽혀 있고, 의혹을 받고 있다.

에바다 사태가 터지자 '수습대책위'가 구성됐다. 여기에는 평택시장, 경찰서장, 교육장 같은 사람들이 참여했는데, 비리의 당사자인 법인 이사장까지 포함시켰다. 비리를 서둘러 덮으려 한 게 분명했다. 공대위가 구성되어 비리를 철저하게 파헤치라고 강하게 요구하자 슬그머니 간판을 내렸지만, 이 수습대책위는 에바다 비리가 토착 비리였음을 보여주는 단서다. 그러므로 평택의 검경은 애초부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고 본다. 청와대 특수팀이나 대검이 직접 나섰어야 한다. 그래서 각종 의혹과 증거를 철저히 수사했어야 한다. 임신 6개월 때 배를 맞고 쓰러져 119 구급차에 실려 입원했던 교사를 거꾸로 '무고'로 기소하여 직위해제시킬 것이 아니라, 폭행범을 구속했어야 하고, 감사보다 '중재'에 열을 올린 감사관들을 교체했어야 한다.

'국민과의 대화'까지 세 차례나 에바다 해결을 약속한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특별 지시'를 해야 한다. 정상경로로 하면 몇 단계 거쳐 도로 평택시로 떨어질 것이고, 당사자들은 허위 보고서를 써 올릴 것이다. 실제로 "에바다 문제는 다 해결됐는데, 불순 세력이 선동하고 있을 뿐"이라는 허위 보고가 청와대까지 올라갔다. 누군가 지금 대통령한테 물어 보면 "에바다가 또 터졌나? 그거 작년에 다 끝났잖아? 내가 직접 지시해서 보고까지 받았는데" 할지도 모른다. 관선 같았으면 진작 교체했겠지만, 민선이라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말도 있고, 시장이 자민련이라 공동여당 공조가 깨질까 봐 미적거린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제대로 챙기면 공동 여당에 도움이 됐으면 됐지 결코 손해가 가지 않는다.

공대위가 불순 단체라면서요?"

"농성측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거래. 평택사람은 거의 없고, 데모꾼들이 외부 불순세력을 끌어들여 질질 끄는 거야. 법원 판결도 났고, 감사원감사, 국정감사 다 받았잖아. 대통령도 나섰는데, 문제가 없으니까 지금까지 그대로지. 아, 있었다면 진작에 끝났을 거 아냐?"

평택시와 법인을 두둔하는 이런 입이 공대위 입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에 에바다 해결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곤욕이 예상됐던 시장이 75% 이상의 압도적 득표로 거뜬히 재선하자, 법인은 몰라도 시장을 두둔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도 했다. 시민운동을 한다는 사람들 가운데도 법인에 넘어가거나 시장의 논리를 그대로 전파하는 사람이 있어 공대위가 애를 먹기도 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도 이것을 뛰어넘지 못한 것이 공대위의 한계였다.

"이성재 이사장님, 믿습니다."

에바다 법인 이사들의 임기가 지난 해 11월 28일 끝났다. 법인은 이사 전원을 유임시켜 달라고 세 차례나 승인 신청을 했으나, 공대위의 반발에 부닥친 시장이 승인을 못했다. 지난 해 국감 때 시장이 이성재 의원을 이사장으로, 김홍신, 김명섭 의원을 이사로 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이유였다. 법인이 최씨 한 명을 포함시키려 발악하자, 이 의원과 김 시장이 양해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이에 공대위는 강력하게 항의시위를 벌여 최씨의 최자도 꺼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법인은 행정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농아들을 선동해 학교 문을 막고 여기저기 시위를 다니며 이 의원을 욕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교사들과 학생들이 학교에 못 들어가고, 이 의원은 이사장 취임을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의원과 김 시장이 3월 20일까지 마무리짓겠다고 약속했다니 이 글이 인쇄되기 전에 마무리될 것 같다.

이 의원이 취임한다 해서 에바다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권오일 교사를 복직시키고 김정임 교사에게 직위를 부여해야 한다.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동시에, 진상을 철저히 다시 조사해서 고발할 직원과 이사는 사법 당국에 고발하고,《백서》도 펴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천막 농성으로 유명해진 평택 역전에서 <공대위>와 법인이 함께 해방 잔치를 벌였으면 좋겠다.

김용한 / 에바다 공대위 의장,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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