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4 2014-08-10   340

[복지동향 190호] 편집인의 글

편집인의 글

김원섭 l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최근 들어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용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처음에는 피로사회, 과로사회 등 생활 일부분의 문제를 확대 해석하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위험사회, 병리사회, 재난 자본주의 등 사회의 존립 자체의 어려움을 표현하는 것으로 발전하였다. 그 중에서 절망사회는 이러한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개념으로 정착할 것 같다.

 

절망사회는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지만 그 핵심 내용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살면서도 이를 벗어날 수 있는 어떤 희망도 보지 못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분노하며 파괴하는 것 이외에는 어떤 다른 미래의 전망을 가질 수 없다.

 

세월호 사태를 시작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절망의 그림자가 점차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절망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300명이 넘는 고등학생들과 승객들이 전 국민의 눈앞에서 서서히 죽어간 것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절망은 또한 순결한 20세의 청년이 국토방위의 신성한 위무를 행하다, 똑같이 다른 순수했던 청년들에 의해 이유 없이 맞아 죽었기 때문에도 시작되지 않았다.

 

절망은 죽음의 앞마당에서 하루 하루를 견디는 세월호의 유가족이 마지막으로 기대하던 진상규명의 희망이 배신당하던 그날 시작하였다. 절망은 자식을 그리워하며 절규하던 병사의 어머니에게 무엇이 일어났는지 알려주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그들의 지휘관들에 의해 시작하였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된다고 고통이 갑자기 없어지지 않는다. 그런 고통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되면 최소한 사람들은 이해는 하게 된다. 왜 자신들이 이런 고통 속에 있는지. 그리고 이해를 하게 되면 언젠가는 고통이 줄어들어 지난날처럼, 이일을 겪지 않은 사람들의 오늘처럼, 고통 없이 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날이 단 하루라도 말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희망투쟁에 지지를 보낸다.

 

이번호의 복지동향의 기획은 이주노동자에 관한 주제로 구성하였다. 우리나라는 노동이주가 아니라 결혼이주가 외국인 문제의 핵심문제로 형성된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주노동자의 문제가 거의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기획이 한국이라는 절망사회에 승선한 외국인 노동자의 희망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