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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1998
  • 1998.10.10
  • 713

이 글은 지난 8월 28일 국회인권포럼 제3회 정책심포지움 “사회복지시설 수용자의 인권과 정책방향”에서 발표된 발표문을 수록한 것입니다. 자료문의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로 하시면 됩니다. (편집자 주)

양지마을·송현원 사건과 보건복지부 감사


양지마을·송현원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난 뒤 세상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시민들의 반응은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니, 이런 나라에서 살기 싫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또 시민들은 그런 시설에 대해서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관리감독을 허술하게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무척 분개했다. “공무원들도 공범이다. 다 갈아 치워야 한다”, “그런 곳에 국고보조를 해줬냐, 국가가 범죄를 키웠다”는 등의 반응은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일부 시민들은 오래 전에 실종된 가족들이 그런 시설에 갇힌 것이 아니냐며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를 물어오기도 했다. 7월 16일 인권단체들의 현장 진상조사가 있은 뒤 보건복지부는 7월 22일부터 8일간 현장 감사를 진행했고 8월 5일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감사결과는 이런 시민들의 일반적인 반응과는 전혀 달랐다. 시민들이 분노한 것은 강제납치, 감금, 강제노역 등의 인권유린이었고, 이런 인권유린을 통해 이사장 등 시설의 간부들이 착복했고, 더욱이 경제위기로 인해 대다수의 국민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는 현실에서 막대한 국고보조금을 지급받고도 버젓이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감사결과는 이런 점들에 대해서 애써 눈을 감거나 축소하려는 듯한 자세로 일관되어 있으며, 따라서 매우 작은 부분들을 들춰낸 것을 기초로 미흡한 시정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일관했다. 양지마을만 해도 1년이면 순수한 운영비로만 국고와 지방 보조금이 5억 이상(천성원 전체 1997년 70억 지원)이 지급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매년 비슷한 감사가 진행됐다. 지적들이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음에도 이를 문제삼지 않고 그대로 지원을 해주는 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보건복지부 감사는 전체적으로 실사(實査)를 결한 감사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양지마을, 송현원 측에서 제시하는 서류에 대한 감사에 한정되었음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실사가 없는 감사는 죽은 감사에 지나지 않으며, 노골적인 ‘봐주기’감사일 따름이다. 우리는 보건복지부가 왜 노재중 씨 편에 서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시설측이 제공한 장부는 이미 조작되었다고 판단해야 옳은 것이다. 아울러 이중장부의 존재에 대해서는 어떻게 의심하지 않는가.

양지마을, 송현원의 비리는 복지법인 천성원 산하의 여러 시설들의 비리와 깊게 연계되어 있다고 판단되는데, 전체로서의 법인감사가 결락된 부분적인 감사, 瀆?儲像?한두 개 자르는?격에 지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이번 보건복지부의 감사는 수박겉핥기식 축소·은폐성 감사라는 결론에 우리는 도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들은 결국 관련 공무원, 관련 정부 부처들이 이런 시설이나 시설 책임자들과 공생관계, 또는 공범관계에 있지 않나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수사권이나 감사권이 없는 일개 민간단체가 퇴소자들의 증언을 기초로 작성한 보고서보다도 부실한 감사결과는 결국 이런 시설내의 인권유린과 온갖 부정과 비리를 온존시키고, 지금도 키우고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아니 볼 수 없다.


보건복지부 감사의 문제점



보건복지부의 감사는 건축공사, 종사자 채용, 입·퇴소, 입소원생 관리, 인권침해 등 다섯 분야에 대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처분요구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각 분야별로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다음과 같다.

■ 건축공사분야

원생들이 일을 시작한 것은 1997년 2월부터가 아니며, 이미 1980년대부터 각종 건물 신축과 개축에 원생들이 광범위하게 동원되었다.

건설회사와의 계약관계에서 기술공의 노임 책정이 지나치게 낮은 점에 대해서는 착복 의혹이 생기는 데도 불구하고 이를 그대로 간과하고 있다.


■ 종사자 채용분야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전문종사자의 부재로 야기되는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회피하고 있다.

양지마을 원장 경비로 이성우씨가 채용된 점은 지적하지만 이외에도 원생들 중에 직원으로 채용된 경우가 더 있다.

■ 입퇴소분야
입퇴소심사위원회에 심사요청 사실 전무하다고 지적하였던 점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시설장과 관련 공무원, 이를 감독할 군수와 도지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왜 책임을 묻지 않는가.

입퇴소 문제에서는 강제납치부터 문제를 삼아야 한다. 부랑인이 아닌, 버젓이 가정과 직장이 있는 사람들이 충청지역의 역전 등지에서 경찰과 공무원의 협조를 받아 강제수용하게 되는 경위는 이 시설의 기본성격에 접근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임에도 이를 지적하지 않고 있다.

시설은 사실상의 교도소로, 양지마을이나 송현원 모두 ‘사설 감옥’이다. 이런 시설을 신축하고, 관리하도록 놓아둔 관리감독책임을 맡은 공무원에 대한 엄중책임을 묻는 조처가 있어야 한다.
자활사업장 수익금 관리의 문제는 먼저 원생들의 작업동의서가 강제로 작성되었다는 점부터 지적되었어야 한다. 강제노동에 대한 지적은 전혀 없다.

노동강도가 지나치게 세다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되지 않았다. 가방공장의 경우 퇴소자들은 휴일도 없이 야간, 철야작업을 밥먹듯이 했다고 증언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제한 시스템에 대해 감사는 회피하고 있다. 또 원생들이 작업도중 재해를 당한 것에 대해 보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 외면되었다.

공장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익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조사히지 않았다. 단지 분배방법에 대해서 원생들이 불만을 갖는 것처럼 감사는 위장하고 있다.

원생들의 통장에 적립되는 금액의 산출기준은 무엇이며, 왜 사람에 따라 차등이 현격히 있는지 지적하지 않았다.

■ 입소원생 관리분야

정신요양시설 계속 입원 심사 미청구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신질환자에게도 강제노역을 시킨 점, 이들에게 강제로 투약한 점, 의료종사자가 아닌 직원과 원생들에 의해 투약이 이뤄진 점, 위탁자의 경우 위탁비의 사용 등에 대해서 감사는 눈감고 있다.

■ 인권침해분야

폭행과 성폭행의 문제가 설문결과 나왔는데, 이에 대해서 마치 원생간의 폭력문제로 축소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시된다. 실제 이사장을 비롯한 주요 직원들의 폭행과 성폭행에 대해서는 경찰에만 책임을 넘길 수 없다. 실제 원생들은 자치조직을 위장한 중층적 폭력구조의 산물일 뿐이다. 그리고 감사에서는 아예 다음과 같은 사항은 빠져 있다.

① 의료관계에 대한 지적이 전혀 없다. 약값이나 의료보험 문제, 사망자의 처리 문제 등에 대해 명확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

② 한일병원과의 유착관계, 한일병원의 불법수용과 시술관계, 폭력문제에 대해서도 조사되어야 한다.

③ 전반적으로 노재중 이사장의 불법행위는 전혀 지적하지 않고 있다. 그의 재산에 대해서 보전조치를 취고, 그의 출국금지를 요청했어야 했다.

④ 감시감독을 소홀히 한 공무원의 문제가 단지 연기군청의 담당공무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도청과 보건복지부의 감독소홀로 정확히 지적되어야 한다. 또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시설지원금이 증가해 온 것과 치매요양시설에 대한 20억 지원설 등에 대해서도 이런 일이 가능한 커넥션을 밝혀야 한다.

보고서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원생들은 공무원이 시설장 측을 편드는 모습을 수없이 목격하였고, 실제 감사 과정에서 공무원들을 직접 만나본 사람들도 매우 드물다고 지적하고 증언하고 있다. 또, 감사 때마다 시설측이 손을 쓰게 되고, 불법 인원동원도 은폐하게 된다.
여기에 감사 공무원들은 시설측의 말과 장부만 보고, 감사일정을 끝내게 된다. 원생들을 정신병자로 모는 시설측의 입장에 서서 아예 원생들의 얘기를 직접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7월 23일 원생들이 농성을 하지 않았으면 과연 보건복지부 감사관들이 원생들을 직접 면담했겠는가 의심스럽다.


민간에 의한 시설내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



양지마을·송현원 사건에서 보면, 강제납치 과정에서 경찰관과 관련 공무원의 협조, 입퇴소 심사 과정에서의 협조, 시설 지원금 확정과 관련된 의혹, 자활작업 수입 및 후원금 관리에 대한 의혹, 감사 및 시정조치에 대한 무책임성 등 모든 과정과 분야에서 담당 공무원들의 유착 또는 공생관계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담당기관과 공무원들의 무책임성은 결국 10년전 형제복지원 사건 이후에도 똑같은 문제를 야기시킨 원인이 된다. 이는 이번 사건 발생 이후 다른 시설의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제보들이 들어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도 한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상당수의 시설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관련 기관과 공무원들의 책임을 명확하게 추적하여 그에 해당하는 직무유기 및 시설측과의 유착문제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그 죄질에 따라서 사법처리와 재산 환수 조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관련 기관이나 공무원들의 비리나 문제를 덮을 때는 언제 어디서고 근본적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시설이 시설 책임자 개인의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 사회의 근본적인 개혁이 일어나지 않고는 담당기관과 관련 공무원들이 사명의식을 갖고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에 민간단체들에 의한 지속적인 감시가 절실하다. 사회복지 전문가와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결합하고, 사회복지운동에 사명감을 가진 단체들로 이루어지는 별도의 팀을 통해 시설 내의 인권문제와 비리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이를 개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도소보다도 더 많은 인원이 수용되어 있는 시설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현재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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