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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1999
  • 1999.01.10
  • 689
어린이와 청소년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까?

99년은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이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고, '국제아동의 해' 20주년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는 1991년에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였고,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아동인권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한 나라의 아동의 권리는 정부가 그것을 헌법에 기술하거나 관련 조약에 비준함으로써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98년 세계인권선언의 50주년을 기념하면서도 인권을 유린하는 법으로 널리 알려진 국가보안법을 개폐하지 못한 것을 볼 때, 인권을 신장시키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1996년에 한국정부에게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아동권리협약에 배치되는 관련 법령을 개폐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또한 이 위원회는 국가위원회의 구성과 합리적인 운영, 아동 관련 정보의 수집과 제공, 그리고 체계적인 인권교육을 권고하였다.

이러한 권고를 받아들여서, 정부는 한국인 여성이 외국인과 결혼할 때도 그 자녀가 한국 국적을 갖도록 국적법을 개정하였고, 파양의 수단으로 악용된 '친자부존재확인소송'에서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쪽으로 판결을 내리기도 하였다. 또 이처럼 특수한 상황에 처한 아동뿐만 아니라 일반 아동의 인권을 신장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일부 마련되었다. 예컨대, 지난해 시행된 가정폭력방지법은 가정에서 학대받는 아동을 긴급히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되었다.

더욱 획기적인 변화는 98년 개정된 청소년헌장과 새롭게 제정된 학생인권선언에서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청소년을 미래의 주인공으로만 보고 오늘의 사회구성원이란 사실을 간과했던 인식을 반성하고 청소년의 주체적인 삶을 강조한 청소년헌장을 공표하였다. 또한, 학생인권선언은 장유유서(長幼有序)란 뿌리 깊은 전통과 식민통치 이래로 당연시되었던 학생에 대한 교사의 체벌, 강요된 자율학습 등 반인권적인 관습을 개혁하고 새로운 학교문화를 창조하려는 새 규범으로 제정되었다.

따라서, 올해에는 가정과 학교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권리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다. 가정에서의 부모에 의한 체벌은 어디까지가 훈계이고 어디부터는 학대인지, 신체적 혹은 성적 학대를 지속적으로 하는 부모에게 어떤 처벌을 얼마만큼 할 것인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또한, 교직을 '교편'(敎鞭)이라고 부를 정도로 교사에 의한 체벌을 당연시했던 학교문화를 학습자인 학생의 권리를 존중하는 문화로 어떻게 고칠 것인지는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권을 존중하는 생활양식의 정착은 가정과 학교를 벗어난 사회에서도 큰 이슈가 아닐 수 없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추구권을 실현하고자 할 때, 이들의 의견표명권뿐만 아니라 의사결정권을 얼마만큼 존중하느냐는 부모가 이혼할 때 양육자를 결정하는 사안을 넘어서서 참정권의 연령까지 확대된다.

이처럼 어린이와 청소년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부모나 교사 등 어른의 권리를 규제하는 일이고, 권리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과하는 일이다. 민주시민의 양성을 주장하면서도 민주적 생활양식을 억압해 왔던 권위주의시대의 관습을 극복할 수 있는 인권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권을 새롭게 인식하는 것은 아동/청소년 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바탕이 될 것이다.

아동복지법은 어떻게 개정될 것인가?

현행 아동복지법은 주로 요보호아동을 수용보호하는 아동복지시설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고, 전체 아동의 권리와 안전문제 등을 폭넓게 다루지 못하고 있다. 즉, 이 법은 "아동이 건전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고 건강하게 육성되도록 그 복지를 보장함을 목적으로 한다"(제 1 조)고 밝히고 있지만, 여전히 18세 미만의 인구 중 극히 일부인 생활보호대상자 등 '요보호아동'을 보호하는 데 머무르고 있다.

최근 아동복지법은 다양한 방면에서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행법이 아동도 어른과 같은 권리를 가진 인격체라는 시대 정신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 개정의 이유이다. 아동이 부모의 부속물이라는 시각을 벗어나서, 아동의 요구와 이익이 부모의 그것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은 20세기에 새롭게 인식되었다. 아동의 권리에 대한 국제협약은 "공공 또는 민간 사회복지기관, 법원, 행정당국, 또는 입법기관 등에 의해서 실시되는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최상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제 3 조 1항)고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개정될 아동복지법에는 아동의 최상의 이익이 부모나 복지시설 운영자의 이익, 행정기관의 편의에 앞서도록 반영되어야 한다.

또한, 개정될 아동복지법에는 아동의 안전과, 학대받는 아동의 보호에 대한 규정을 포함해야 한다. 한국의 아동은 교통사고를 비롯하여 다양한 안전사고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있지만, 현행법은 아동이 주로 사용하는 시설물과 물품에 대한 안전기준조차 규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개정될 법에는 아동전용시설과 이용시설에 대한 안전기준, 아동용품에 대한 안전기준, 복지시설과 학교에서의 안전교육, 아동의 안전을 위한 교통시설과 운행 기준 등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어야 한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전쟁고아 등 요보호아동을 긴급구호하기 위해서 제정된 '아동복리법'(1961년)을 이어받았다. 따라서, 전쟁이 끝난 지 45년이 지났고, 요보호아동이 부모의 사망보다는 이혼과 별거 등과 같은 가족해체에 의해서 발생됨에도 불구하고, 아동복지시설은 여전히 고아원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아동복지시설은 양육환경에 문제를 지닌 아동뿐만 아니라, 신체적/정서적으로 장애가 있는 아동, 사회적/법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할 아동, 학대받는 아동 등에 대한 전문화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시설로 개혁되어야 한다. 기존의 아동복지시설을 더욱 전문화된 시설로 만들고, 다양한 유형의 아동복지 시설을 설립하며, 보호받는 아동들이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서비스의 수준을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신체적/성적으로 학대받는 아동은 가정폭력방지법과 성폭력특별법 등에 의해서 부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아동학대는 그 아동을 보호해야 할 부모나 가까운 친인척 등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사회 일각에서 아동학대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 주요 내용을 아동복지법에 포함시키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아울러 개별아동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던 방식을 가급적 가족단위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아동복지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아동복지법의 개정방향과 그 주요 내용에 대해서는 98년 '아동복지법 개정 대토론회'에서 본 바와 같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담당자와 아동복지전문가들 사이에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제 남은 일은 아동복지법의 개정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다.

이 용 교 / 광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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