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도 노인복지분야의 과제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 경제발전과 보건의료기술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현재 65세 노인인구의 비율이 6%를 상회하였으며 2000년에는 7%, 2022년에는 14%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고령화속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노인인구의 급증과 더불어 핵가족화 현상과 노인부양의식의 약화로 경제적 불안정, 건강보호의 문제, 조기정년제, 역할상실,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가족관계의 문제 등은 노인 스스로나 그들 가족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더욱이 IMF 체제하에서 대량실업사태로 인하여 노인들은 더욱 불안정한 생활을 경험하고 있다. 경제·사회위기로 인한 대량실업은 기존의 노인들이 갖고 있던 직업마저도 젊은 층에게 양도하도록 강요받고 있으며, 대부분의 노인들은 소득단절과 소득감소로 자녀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으나 자녀들의 경제적 상황도 여의치 않아서 이에 따른 노인부양의 기피, 노인유기, 노인학대, 노인가출, 노인자살 등의 병리현상마저 속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인복지정책은 '선 가정복지 후 국가복지'라는 정부책임 회피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아직까지 노인문제에 이렇다 할 체계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일례로 국가예산 중 노인복지에 대한 지출비가 여타 국가의 그것과 비교해 볼 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당초의 경로연금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우리나라 노인복지의 현실이다. 따라서 경제·사회위기와 고령화사회에 대응하여 노인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에서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하여야 할 몇 가지 노인복지 정책과제들을 제시해 본다.

경로연금제도 정착

경로연금은 당초에는 65세 이상 노인의 30%인 92만 5천 명에게 매월 일정액(5만 원 정도)을 지급하려 하였다. 그러나 지급대상자와 지급액을 감소시켜 지급대상자를 65만 명 선으로 줄이고 당초 5만 원씩을 책정한 생활보호노인의 연금은 80세 이상만 5만 원, 80세 미만은 4만 원으로 조정하고, 저소득층 노인의 연금은 당초 3만 원 선에서 2만 원(부부인 경우는 1만 5천 원씩 지급)으로 낮추어 지급하고 있다. 그 수혜대상자는 생활보호대상 노인과 저소득층 노인의 일부로서 65세 이상 전체 노인인구의 20%에 불과하다. 경제한파 속에 자녀 혹은 본인의 실직 등으로 노인의 경제적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고, 이에 따른 노인부양 가족의 부담이 더욱 가중되어 가족해체 등 심각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저소득층 노인들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경로연금제도로 정착될 수 있도록 그 대상범위와 지급액을 확대하여야겠다. 경로연금은 원래 초안대로 생활보호대상 노인(24만 7천 명)과 저소득층 노인(67만 7천 명)에게 공히 월 5만 원씩 지급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 경로연금의 대상자를 점차적으로 확대하여 경로연금 대상자를 전체 65세 노인의 30%(92만 명)에서 40%(120만 명) 수준으로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노인의 취업기회 확대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시 취약층인 고령노동자가 정리해고 우선 대상이 되어 실업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금처럼 노인의 기초소득보장이 미약한 상황에서는 노인이 근로를 통해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간접적인 지원책이 필하다. 생산능력과 노련한 경험이 있는데도 단지 고령이라는 이유로 고용조정 우선 대상이 되지 않도록 이에 대한 감시·감독체계와 처벌조항을 마련하여야겠다. 고용형태의 다양화(재고용제도와 근무연장제도 운영의 활성화), 연공서열형 임금구조와 퇴직금제도의 개선, 고령자 고용촉진금(상용 근로자 6%이상 고용시 추가 고령자 1인당 월 3만 원)의 인상, 재고용장려금의 지원 등 제도적 장치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노인성 적합직종(현재 40개 직종) 확대 및 직업교육 강화, 선정된 적합직종에 고령자 우선 채용의 의무화, 노인취업알선센터의 기능강화 등도 단시간 내에 실시되어야 할 현안 과제이다.

의료보장 제공

대다수의 노인들은 고혈압과 관절염 등 만성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중 일부는 장애로 인하여 독립적 생활의 영위가 힘든 실정이다. 그런데도 경제적 여건의 악화로 노인들의 건강관리와 치료는 가계지출 대상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그러므로 노인들(특히 저소득층)에게 최소한도의 건강 및 의료보장을 제공함으로써 보건의료의 세대간 혹은 계층간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따라서 노인건강진단제도의 수혜대상자와 진단과목을 확대하고 또 검진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를 적극 지원하여 그 제도를 내실화함과 동시에 의료보험료의 본인부담률과 고액 진료비를 경감할 수 있는 조치가 강구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틀니와 보청기 등 노인용 보장구와 장애노인의 수발·보호를 사회적으로 부담할 수 있도록 의료보험 적용범위를 확대하며, 나아가서는 공적 개호보험(수발보험)의 시행초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재가복지서비스 확충

핵가족화, 맞벌이 부부의 증가, 가족부양기능의 약화 등으로 인해 지역중심 재가복지서비스는 지속적으로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가정봉사원 파견센터와 주간 및 단기보호시설 등 재가복지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기관들의 지역적 불균형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모든 시·군·구에 1개씩 확대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무료 가정봉사원사업과는 별도로 유급 가정봉사원제도를 도입, 단계적으로 확충하여 그 서비스의 양과 질을 확대하고, 또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방문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문간호사업을 점차 확대 실시해야 한다. 나아가서는 경로연금 지급대상이 아닌 차상위 저소득층 노인들 중 장애 또는 치매 등으로 가족이나 기타 친지의 보호를 받고 있을 경우에 장애노인 보호수당(부양 및 간병수당 : 월 3만 원 정도)을 도입하여 요보호노인에 대한 가족부양부담을 완화하도록 한다.

요보호노인을 위한 입소시설 지원

대량실업과 경제사정의 악화로 인하여 가족과 지역사회 내에서 보호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노인들이 증가되고 있어 이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무의무탁한 노인과 요보호노인(중풍, 치매, 와상노인 등) 및 유기된 노인을 위한 양로원과 요양원 그리고 저소득층 독신노인들의 소규모 집단거주 형태인 '노인의 집'의 확대 설치가 요구된다. 또한 그 입소기준과 입소비용도 완화 또는 경감되어야 한다. 정부는 현재 생활보호대상자 이외 저소득층 노인들도 입소정원의 20% 내에서 무료시설에 입소를 인정하고 있지만 입소비용(월 30만 원정도)을 요구하고 있어, 저소득 노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액수여서 실제 입소가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정부는 한시적으로라도 입소자격 기준완화와 더불어 저소득 노인들 중 시설입소가 불가피한 자들에게 입소비용의 일부를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99년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노인의 해이다. UN이 99년을 노인의 해로 설정한 이유는 각 회원국으로 하여금 고령화로 인한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협력하여 범국민운동 차원에서 노인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극과 기회를 주기 위해서이다. 그 의도대로 노인문제를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 현재 노인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이해하여 그들의 복지증진을 위한 정책적인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실천하는 의미 있는 한 해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는 2000년대에는 모든 노인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고 또 그들이 속한 가족과 지역사회와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더욱 성공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김 형 수 /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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