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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1999
  • 1999.01.10
  • 361
새로운 1000년을 맞이하기 위하여 지난 1000년, 아니 적어도 지난 100년, 그것도 아니면 지난 10년을 결산하여야 하는 1999년도. 이 해에 거는 사회복지계의 기대와 희망은 여느 해와 같을 수는 없다.

물론 이러한 사회복지계의 기대와 희망은 매년 있어왔고 1998년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적어도 서구식 사회·경제개발모형의 원형격인 루이스(A. Lewis)의 '이중부문' 이론에 근거하여 시작된 우리의 '근대화'가 일면적으로나마 그 성과를 이루었다고 자부하던 우리에게 밀어닥친 'IMF 구제금융사태'는 이제야말로 사회복지와 사회보장이 한국 사회정책의 근간을 이룰 때가 되었음을 자각하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복지계에 은근한 기대를 자아내게 하였다.

그러나, 1998년 한해동안 '사회안전망'이란 용어가 정부와 식자계층의 화두가 되었으면서도 이에 대한 명백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였던 점이나 사회복지에 대한 예산이 절대규모 자체뿐 아니라 그 내용구성에서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확보되지 못하였던 점에서 우리의 기대와 희망은 그리 쉽게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또한 절실히 자각되기도 하였다.

바로 이러한 1998년의 실패를 거울로 1999년의 사회복지계의 전망, 궁극적으로는 한국 사회의 전망을 어떻게 세우고 실천해 나가야 하는가를 '사회복지예산'을 통해 가늠해 보고자 한다.

모름지기 정부예산 운용의 기본원리는 첫째, 경제성장 및 안정, 둘째 소득재분배, 셋째 시장왜곡의 개선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정부예산은 첫째 원리에만 충실하였고 둘째나 셋째의 원리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소득재분배 측면에서 가장 핵심적인 정부의 조세정책과 사회보장정책이 갖는 재분배효과는 매우 미미하여 스웨덴의 42%, 독일의 31%, 영국의 25%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1% 내외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복지예산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일반적인 근거는 이것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이런 의의를 갖는 1999년의 복지예산을 둘러싸고 우리는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하나가 당해연도 예산의 적절한 운용이란 측면과 차기연도 이후의 예산확보라는 측면이 그것이다.

먼저, 1999년도 복지예산의 적절한 운용의 측면부터 생각해 보기로 하자. 이미《복지동향》2호에서 필자가 분석·제시한 바에 따르면, 1999년도의 예산액은 절대액에서 4조 2천억 원 정도에 이르러 전년대비 20%를 웃도는 순증가율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의 여지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의 예산책정 내역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다지 평가할 만한 것이 많지 않고 사회적 위기에 대한 안이한 대응책임을 곧 발견하게 된다.

지금의 경기낙관론의 근거도 모호하지만, 실제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실업률은 경기후행적이므로 99년에도 사회적 위협수준에서 맴돌 것이며, 이로 인하여 실직자들의 실직기간이 길어지면서 그 동안의 자구책이 한계를 드러내고 막연해지는 생계수단 앞에서 98년보다도 더 심각한 개인 및 가정의 해체현상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1999년도 예산에 1998년도 생활보호대상자 117만 명을 그대로 유지한 채 긴급구호와 한시구호를 통하여 70만 명에게 생계보호 또는 자활보호를 행하는 것이 과연 적정한 대응책이냐가 핵심적인 검토사항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직접적인 생계비 보조를 통하여 소득보전을 받는 가계가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충분치 못한 예산확보가 사회복지 예산편성상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지적하고픈 사실은 집권여당에서 인구학적 개념에 입각한 생활보호법을 자산조사에 의해서만 대상자를 선정할 수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으로 개정하겠다는 공언(公言)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법으로의 개정을 통하여 생계곤란자에 대한 적극적인 생활보장이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예산의 자동적인 확보가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사회복지서비스의 의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노인복지와 장애인복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예산을 삭감한 것이나, 사회해체 및 가정해체에 대응하는 사회복지서비스 프로그램 및 특별사업이 부재하고 이를 전담할 전문인력에 대해 예산편성을 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되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주어진 예산 내에서 각 사회복지기관이나 시설이 정부보조금에 대한 합목적적인 범위 내에서 재조정할 여지를 주는 것도 시도해 볼 만하다.

그러나 이미 그 절대규모와 집행내역이 책정된 99년도 예산의 사용에는 현실적인 많은 제약이 따르므로 추가경정예산의 확보를 통하여 예산책정의 미비점을 보완하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두 번째 측면으로서 차기 이후의 예산에서 복지예산의 비중을 더욱 높이며 그 내용을 확보하는 데 맞추어져야 한다. 이를 위하여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현 정부가 생각하는 사회복지부문에 대한 정확한 입장이다.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OECD 기준에 의한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사회보장비 수준이 1996년도에 GDP의 5.28%이고 같은 기준에 의거할 때 스웨덴(1993년)은 38.03%, 독일(1993년) 28.27%, 미국(1993년) 15.64%임을 생각하면 우리의 사회복지제도의 열악함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보여준 정책방향을 보면 사회복지에 대한 뚜렷한 주관이 없음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정부가 생각하는 사회보장비에 대한 단계적 증진계획은 무엇인지 청사진을 밝힐 것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현정부는 공약사항으로 매년 30%씩의 복지예산 증액을 내걸었지만, IMF 구제금융기라는 특수상황으로 이에 대한 변명이 생김으로써 정부의 복지에 대한 의지가 어떠한지 모호한 상태로 흐르고 말았다. 따라서 IMF 시기에, 그리고 그 이후에 대해서도 다시는 이와 같은 사회안전망 부재 속의 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사회보장육성책이 무엇인지를 되물을 필요가 있다. 그것은 아무런 실행력도 동반하지 않은 채 하나의 paper work에 불과한 사회보장심의위원회의 '사회보장발전 5개년 계획' 정도를 말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또한 여기서 함께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재의 민간자원동원방식이다. 현재 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 등과 같은 민간기구에서 약 1,000억 원에 이르는 기금을 확보한 바가 있고 또한 99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활동을 본격화하며, 최근 논의되는 바대로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기부금품의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를 볼 때 민간자원의 동원이 활성화되는 방향으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이는 현재 부족한 복지예산을 보완하고 정부의 의지박약을 보전하면서 당장 시급한 복지사업을 전개하는 동력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이것이 고착될 경우 국가복지부문이 항상적으로 약화되고 복지예산의 상대적 지체현상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복지계 내에서의 방향정립은 물론, 정부에 대한 국가복지책임소재의 명확성을 인식시키는 일도 필요하다고 본다.

모쪼록 1999년도 이제까지 그랬듯이 사회복지계의 기대와 실망은 그리스신화의 시지프스가 굴리는 바위돌이 반복운동하는 것만큼이나 교차되겠지만, 사회복지예산을 지렛대로 일보일보 전진하는 계기는 반드시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태 수 / 전 국립사회복지연수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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