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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1999
  • 1999.01.10
  • 2219
냄비? 님비?

당신의 집 앞에 정서장애아들이 다니는 특수학교가 세워져 당신의 자녀들과 정서장애아들이 같은 골목을 다니게 되고, 같은 놀이터를 이용하게 된다면, 나아가 그 특수학교가 세워질 땅이 원래는 당신의 자녀들이 다닐 초등학교의 부지였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님비'(not in my backyard). 사회복지시설, 환경시설 등 혐오시설(?)이 우리 집 앞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현상.

최근 서울지방법원은 이러한 님비현상과 관련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을 만한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른바 '밀알학교 사건'이 그것이다. 그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102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서울 강남구 일원본동의 수서지구 아파트 주민 830명은 서울시를 상대로 모두 합해서 102억 8천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배상하라고 청구했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자기 동네에 '밀알학교'라는 정서장애아 교육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을 승인하고 건축을 허가한 것은 위법한 것이고, 이로 인하여 주민들이 위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서울시가 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이 부지는 원래 아파트 주민들의 아동을 위한 초등학교 설립부지로 지정되어 있었는데, 특수학교가 들어서게 됨에 따라 주민들의 아동들은 2부제 수업 또는 과밀학급수업을 받게 되었고, 규정보다도 먼 통학거리를 감수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운동장 면적도 부족하게 되었으며, 나아가 위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는 등으로 위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었다.

공사방해, 행정소송,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이어진 주민들의 집요한 투쟁

이러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앞서서 주민들은 서울시 및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밀알학교 설립계획승인처분 및 건축허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밀알학교 측도 위 주민들을 상대로 공사방해행위의 중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인근주민들은 밀알학교 공사장비의 공사장 진입을 방해하고 현장사무소를 점거하여 공사를 방해하거나, 심지어는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공사현장에 동원하여 "2부제가 싫어요", "정말 싫어요. 콩나물 교실"이라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하였다고 한다.

즉, 밀알학교를 둘러싼 분쟁은 3건의 소송으로 번져 결국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법원은 어떠한 판단을 내렸을까?

'주민들의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는지 여부

결과는 인근주민들의 완패였다. 즉, 법원은 3건의 소송에서 단 한번도 인근주민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다만 이 판결들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 소송들에서 쟁점이 된 것은 특수학교의 설립으로 인하여 인근주민들의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는가의 여부였다.

법원은 "일원본동의 초등학교들에서 2부제 수업이 실시된 사실이 있으나, 초등학생의 감소로 인하여 1997년 이후에는 2부제 수업이 없어졌고, 일원본동 왕북초등학교의 경우 운동장 면적이 기준면적인 4,596㎡보다 396㎡ 부족하나 학생수가 감소하고 있으므로 곧 해소될 전망이고, 통학거리가 기준거리인 1,000m를 20m 초과하나 지극히 미미한 것이므로 일원본동의 상황이 강남지역 다른 학교에 비교하여 그다지 열악한 형편은 아니라고 하면서, 밀알학교의 설립으로 인하여 위 주민들의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주민들의 권리'와 '장애아동의 교육받을 권리 및

사회보장수급권'이 충돌한 경우 무엇을 더 보호하여야 하는지


그런데 주민들의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인정된다면, 이러한 주민들의 권리와 장애아동의 교육받을 권리 또는 사회보장수급권 중 무엇을 더 보호하여야 하는지의 문제가 발생한다. 공사방해중지가처분 사건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다(서울지방법원 제50민사부 1996.2.21. 선고 96카합158 결정).

"정서장애아는 그렇지 아니한 아동에 비하여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정신장애상태에 있고, 이들이 사회생활에 어느 정도라도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맞는 특수한 교육과 정상인보다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서장애아에 대한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보면, 정서장애아를 위한 특수학교는 전국에 3개뿐인데, 현재 9,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학령기의 정서장애아 중 약 5%에 해당하는 400여 명만이 정서장애아를 위한 특수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을 뿐이고, 나머지 대다수 정서장애아는 교육시설 등의 여건 미비로 인하여 스스로 교육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등 정서장애아에게는 헌법상 보장된 초등교육을 받을 권리마저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회복지법인인 신청인 재단이 어렵게 기금을 조성, 국내 네 번째로 위 밀알학교를 설립하여 좀더 많은 정서장애아에 대한 교육의 기회를 확보해 주려고 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피신청인들 주장대로라고 하더라도 위 일원본동 지역 아파트 입주민 아동들은 2부제 수업 또는 과밀학급 수업이지만 헌법상 보장된 초등교육을 받고 있으며, 다만 그와 같은 수업으로 인해 다소 불편함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 입주민 아동들이 받는 그 불편함이라는 것은 정서장애아가 그에 필요한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함으로써 받는 불편함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신청인들을 포함한 위 일원본동 지역 아파트 입주민들이 뚜렷하고 명백한 이유나 신청인 재단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없이 자신들의 목적만을 달성하기 위하여 신청인 재단이 이 사건 토지상에 특수학교를 설립하려는 것을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방해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또한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처사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신청인들의 위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밀알학교를 둘러싼 법원의 일련의 판결은 '사람들은 때론 이기적이지만 그래도 선하며, 세상은 때론 척박해도 그래도 아름답다'고 믿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고 최창윤 전장관의 유족들은 조의금 1억 4천만 원을 모두 밀알학교의 강당설립을 위하여 기부하였다고 한다. 아직 우리 세상은 따뜻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주는 판결이 아닐까 생각된다.

임 성 택 / 변 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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