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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1999
  • 1999.02.10
  • 900
국민연금제도 개혁의 배경

기존의 국민연금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어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가져 온 대표적인 문제로서는 연금재정의 장기적 불안정, 기금운영에 대한 국민의 불신, 국민연금 미적용계층의 광범위한 존재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연금재정의 장기적 불안정은 저부담·고급여로 표현되는 기여와 급여간의 현저한 불균형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평균소득자의 경우 연금수급전까지 지불한 총보험료에 이자수입을 합한 총기여액은 생애동안 지급받는 총급여액의 36%에 불과한 것이다. 그 외에 재정의 장기적 불안정을 가져온 주요요인으로는 낮은 연금수급연령, 인구노령화의 급진전에 따른 가입자대비 연금수급자 비율의 급격한 증대를 들 수 있다.

기금운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막대한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의 강제예탁 및 그에 따른 정부의 상환능력의 불확실성, 강제예탁시 금융부문수익률에 비해 낮은 이자율 지급, 국민연금기금운영에 가입자 대표의 참여부족, 기금운영의 비전문성 등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의 미적용계층의 광범위한 존재와 관련하여 사회적 쟁점으로 가장 부각된 문제는 국민연금의 적용대상에 도시지역주민이 제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도시지역주민에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일부 자영자계층이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5인 미만 영세사업체 근로자, 임시·일용·시간제 근로자, 노점상 등과 같이 노후생계 곤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저소득 집단들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연금제도 개혁의 주요내용

금번 국민연금 제도개혁의 핵심은 적용계층을 전국민으로 확대하여 제도의 보편성을 담보하고 노후연금수급권을 확충함으로써 노후빈곤 예방기능을 강화하며,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제도를 재정적으로 부담가능하며, 지속가능한 제도로 만드는 것이었다.

적용대상의 확대

국민연금 적용대상자의 범위를 기존의 5인 이상 사업장 종사자, 농어민, 농어촌지역거주자에게 한정하던 것을 1999년 4월부터는 도시지역의 자영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임시 및 일용직 근로자, 시간제 근로자 등 도시지역 전주민에게 확대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업주부, 23세 미만으로서 소득이 없는 자 등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자는 임의가입할 수 있는데 개정법에서는 이들에게 적용하던 9%의 보험료율을 지역가입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함으로써 임의가입을 활성화하고자 하였다.

급여수급요건 및 급여수준의 변화

장래 세대의 연금재정에 대한 부담가능성 확보를 통해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차원에서 40년 가입 평균소득자에게 지급하던 급여수준을 과거소득의 70%에서 60%로 하향조정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현세대의 입장에서는 다소 불만스러운 것이겠지만 60%의 급여수준 조차 선진국의 공적 연금에 비해 낮은 수준이 아니고 또한 현세대의 보험료율이 급여수준에 비해 너무 낮게 설정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을 통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감내할 수밖에 없는 조치라고 보인다.

국민연금의 노령연금수급 연령은 종래 60세에서 2013년부터 매 5년마다 1세씩 연장되어 2033년 이후에는 65세로 높아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노령화 속도는 선진국과 비견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고 또한 대부분의 서구국가들이 연금수급 연령을 65세 이상으로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연금수급연령의 연장은 노령화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급여수준의 인하 및 연금수급연령의 연장을 제외하면 급여와 관련된 대부분의 개혁조치들은 연금수급요건을 완화하거나 연금수급권을 확충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첫째, 노령연금을 수급할 수 있는 최저 가입기간을 15년에서 10년으로, 조기노령연금의 수급자격기간을 20년에서 10년으로 단축하였고, 장애연금 및 유족연금의 수급자격요건이었던 1년 이상 가입요건을 폐지하였다. 둘째, 이혼한 배우자는 과거 배우자였던 자의 노령연금을 분할하여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종전에 유족연금의 수급권자인 배우자에게 유족연금을 5년간 지급한 후 50세에 달할 때까지 정지하던 조항을 폐지하여 처인 배우자가 소득 있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유족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셋째, 종전에는 물가변동률이 10% 이상 오른 경우에만 연금급여를 조정하던 것을 물가변동률의 폭에 관계없이 매년 물가변동률로 조정하는 자동물가연동장치를 도입하였다. 그리고 분기마다 연금급여를 지급하던 것을 매월 지급으로 전환하였다. 넷째, 가급연금 및 장해일시보상금의 상향 조정을 통해 연금수급액을 소폭이나마 인상하였다. 다섯째, 전국민에 대한 연금적용 및 노령연금수급요건의 완화에 따라 반환일시금의 수급요건 중 자격상실 후 1년 경과사유를 폐지함으로써 가능한 한 급여를 연금형태로 지급받을 수 있게 하였다. 여섯째, 가입자로서 학업 및 군복무(1988년 이후 기간) 또는 육아 등으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던 기간에 대해서는 추후에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게 함으로써 연금수급권을 보장 또는 확충하는 장치를 도입하였다.

보험료 부담

보험료 부담과 관련하여 몇 가지 사항이 변경되었다. 첫째, 사업장가입자의 경우 종래 9%의 보험료를 가입자, 사용자, 퇴직 전환금에서 각각 3%씩 부담하던 것을 퇴직전환금을 폐지하고 가입자 및 사용자가 각각 4.5%씩 부담하는 것으로 전환하였다. 둘째, 농어촌 지역가입자의 경우 종전에는 보험료율이 2000년 6월까지 3%, 2000년 7월부터 2005년 6월까지 6%, 그 이후 9%로 인상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개정법에서는 2000년 6월까지 3%, 2000년 7월부터는 4%로 인상하고 그후 매 1년마다 1%씩 증가시켜 2005년 7월 이후 9%로 인상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1999년 4월부터 국민연금이 적용되는 도시지역가입자에게도 농어촌 지역가입자와 동일한 보험료율 계획이 적용된다. 셋째,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한 연금재정의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하여 매 5년마다 장래의 재정수지에 관한 계산을 실시하여 재정계획을 수립하는 재정계산제도와 재정계산결과에 기초하여 급여수준 및 보험료율을 조정할 수 있는 재정조정제도를 도입하였다. 넷째, 임의가입자에게 적용하던 보험료율을 9%에서 지역가입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경감시켰다.

국민연금기금의 운영

그 동안 기금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의 요소가 되었던 각종 법적 조치 및 관행들이 대거 합리적으로 개선되었다. 첫째,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의 강제예탁이 폐지되었다.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의 예탁은 양 기금을 관리하는 위원회간 협의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되었다. 둘째,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의 예탁시 이자율은 5년 만기 국채수익률 이상의 수준에서 공공자금관리기금위원회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간 협의를 통해 결정되며, 예탁방법 또한 종래 환금성이 없는 예수금 증서의 형태가 아니라 국채매입 형태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셋째, 국민연금기금운영의 투명성 및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국민연금기금운영위원회에 대한 가입자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였다. 20여 명의 위원 중 정부부처 당연직 위원 6명과 공익위원 2명을 제외한 전원이 가입자 대표로 구성된다. 넷째, 기금을 실제 운영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국민연금기금의 관리·운영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기금이사를 계약직으로 하여 공개모집하도록 하였다.

국민연금제도의 운영

국민연금제도의 운영과 관련된 개정국민연금법의 가장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가입자 참여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종래에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운영에 가입자를 참여시키지 않았지만 개정법에서는 공단의 비상임이사에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를 대표하여 각 1인 이상을 참여시키도록 하였다. 또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자문기구에 불과했던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국민연금제도 운영 전반에 대한 사항을 실질적으로 심의하는 기구로 확대개편하면서 위원수를 종래 15명에서 20명으로 확대하고 가입자 대표를 9명에서 14명으로 늘렸다.

국민연금제도 개혁의 한계 및 의의

오늘날 공적 연금의 재정위기를 맞고 있는 국가들이 당면한 가장 주요한 과제는 사회보장을 재정적으로 부담가능하며, 지속적으로 유지가능한 제도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는 우리의 국민연금제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또 다른 중요한 과제가 있는데, 그것은 국민연금제도를 국민의 경제적 생활을 위협하는 각종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장하고 누구에게나 최저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보편적(universal) 제도로 만드는 것이다.

금번의 개정국민연금법은 이러한 제도의 부담가능성, 지속가능성, 보장성, 보편성이란 차원에서 수많은 조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부담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이란 차원과 보장성과 보편성이란 차원은 쉽게 조화되기 어려운 속성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부담가능성 및 지속가능성에 대한 강조는 수입기반 강화나 급여지출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보장성과 보편성에 대한 강조는 저소득계층에 대한 적용대상의 확대, 급여수급요건의 완화, 급여수준의 증대 등과 같이 급여지출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서구의 공적 연금의 재정위기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공적 연금에 대한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성숙기 때보다는 제도시행 초기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제도개혁의 방향에서 보장성과 보편성은 부담가능성 및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확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부담가능성 및 지속가능성을 소홀히 한 채 단기적 시각에서 보장성과 보편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마치 봄날을 대비해 남겨 두어야 할 종자씨를 먹어 버림으로써 이후 수확할 것이 아무 것도 없게 되는 상황에 비유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금번의 국민연금 제도개혁은 비록 국민들의 반발로 인해 제도개혁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여 연금재정의 장기적 균형 확보와 관련된 대책들이 부분적으로 희석된 면이 없지 않지만 단 한번의 개혁을 통해 국민연금제도가 안고 있었던 문제들을 상당 부분 완화·해소하였거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국민연금제도개혁의 더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인터넷 홈페이지(www.npc.or.kr)를 참고.

권문일 / 국민연금연구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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