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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1999
  • 1999.02.10
  • 522
의약분업, 되는 겁니까, 안되는 겁니까? 요새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의약분업의 실시 방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고, 관련 단체간의 이견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의약분업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다소 거칠기는 하지만, 의약분업을 둘러싼 진행상황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쟁점의 변화와 의견그룹(정치세력) 또는 관련 당사자의 역할을 토대로 시기구분을 하는 것이 도움된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내에 의약분업추진협의회(이하 분추협)가 구성되고 합의과정을 거쳐 1998년 8월 24일 분추협 4차 합의안이 발표되기까지를 1기라고 할 수 있고, 2기는 4차 분추협 안을 두고 전문인 단체 내에서 각종 논란이 벌어지면서 의약분업 연기론이 확산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3기는 1998년 11월 13일 참여연대가 보험약가 문제를 사회 이슈화하면서 시작된다. 시민사회단체가 의약분업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의약분업 연기론이 입지를 잃어 가는 시기이다. 4기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대한약사회(약사회),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의 의약분업 연기 국회청원에 힘입어 국회에서 연기를 시도하고, 이에 시민사회단체와 보건의료단체 등에서 연기반대입장을 갖고 국회 연기 움직임을 저지한 1998년 12월 12일 이후 지금까지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1기는 의약분업 논의가 전문인 단체와 의약분업을 추진하려고 하는 복지부 3자 간의 상층논의가 주되게 있었던 시기이다. 1994년 개정 약사법에 따라 1999년 7월 1일부터는 의약분업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복지부는 이를 추진하기 위해 관련 이해단체와 전문가로 구성된 분추협을 구성하였고, 의약분업 실시 논의는 이 기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2기는 8월 24일 제 4 차 분추협 회의에서 의약분업 합의안이 발표되면서 시작된다. 제 4 차 합의안 발표는 복지부 차원의 논의선상에만 올랐던 의약분업을 1999년 7월 1일 실시라는 '현실적 과제'로 만들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정신 차리고' 합의안을 검토하게 되었다. 합의안은 병원을 의약분업 강제실시에서 제외함에 따라, 의약분업에 따른 불편(병의원과 약국을 2번 방문해야 하는)으로 환자를 병원에 뺏길 것을 우려한 개원의와 원외처방전 발행이 병원에서는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환자들이 약국조제를 받지 않게 될 것을 우려한 약사들이 반발하게 된다. 개원의와 약사회의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의약분업 연기론이 힘을 얻어 간다.

의협이 개원의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힘입어 의협과는 별도로 개원의를 중심으로 '국민건강을위한의료연구모임'(국의련)이 구성된다. 그리고 이후 개원의를 대변하는 '대한개원의사협의회'가 조직된다. 4차 합의안이 의약분업의 취지에 맞지 않고 일차의료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논거로 진보적인 보건의료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도 활동을 시작한다. 9월 20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가 의약분업 토론회를 개최하고 병원까지 포함한 의약분업(기관분업), 임의조제가 안되는 선에서의 의약품 분류, 약가 마진 최소화 등을 주장하고, 경실련, 소시모, YMCA, 한국소비자연맹 등의 시민단체는 9월 15일 같은 맥락에서의 완전의약분업 실시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한다.

3기는 참여연대의 약가문제 발표로 시작된다. 11월 13일부터 세 차례에 걸친 약가 마진 발표는 각종 신문방송을 통해 의약품과 관련된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였고, 복지부에서는 이의 개선활동에 힘을 쏟게 된다. 약가문제는 의약분업을 둘러싼 갈등의 기저에 흐르는 약가 마진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의약분업 논의에 일대 변화를 가져온다. 즉, 국민적으로는 의약분업 논쟁의 실상이 약가 마진을 둘러싼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고, 이로써 '의약분업 연기론은 직능이해를 반영한 논리'라는 점이 설득력을 갖게 된다. 11월 24일, 11월 27일에 걸쳐 의협, 약사회, 병협이 차례로 의약분업 연기 국회청원을 하지만, 경실련, 참여연대 등의 시민사회단체와 인의협, 건약 등 보건의료단체는 11월 26일 의약분업 연기 반대와 완전 의약분업 실시를 주장하게 된다. 언론에서도 의약분업 연기가 직능이해를 대변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시민사회단체가 의약분업의 주된 의견그룹으로 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4기의 특징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의약분업이 다뤄지고, 분추협으로 대별되는 복지부 중심의 의약분업 논의구조가 새정치국민회의를 중심으로 하는 정당논의로 바뀐다는 측면에서 3기와 구별된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더욱 분명하게 의약분업 연기반대와 완전의약분업의 입장을 갖고 활동하게 되었고, 또한 의약분업 연기론이 일정하게 후퇴한 상태에서 의약분업 시행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과정이 중요하게 된 시기이다. 이제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12월 11일 의약분업 연기론이 제기되자, 참여연대, 경실련 등의 단체와 인의협, 건약 등의 보건의료단체가 이에 거세게 반대하고, 이에 따라 일부 국회의원을 통한 의약분업 연기가 무산되게 된다. 12월 16일 참여연대가 직능이해를 대변하는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상임위 배정취소 헌법소원을 제기함으로써 국회차원의 의약분업 연기움직임에 또다시 제동을 건다. 의약분업 연기론이 제기된 이유가 분추협 4차 합의안의 정책내용이 올바르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이 지적되면서, 국민회의의 의약분업 방안(병원기관분업, 의약품 재분류 및 임의조제 금지 등)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된다. 1999년 1월 4일 국회에서 의약분업 공청회가 열리고, 의약분업 실시를 위해 현실적인 문제인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의 의약품 재분류 문제가 의사, 약사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의사, 약사간의 합의과정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소비자단체 공동사업기획을 위한 실행위원 워크숍에서 의약분업 문제를 강력 추진키로 하는 등 시민소비자 차원에서의 의약분업 추진에 대한 입장도 분명해진다.

너무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크게 보아 의약분업은 그 실시전망이 이전보다 크게 밝아진 것은 사실이다. 낙관적 전망의 근거는 의약분업 실시를 위한 준비가 잘 되고 있다기보다는, 의약분업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판단의 배후에는 무엇보다도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의약품 분류문제가 전문가 단체간의 풀어야 할 숙제라면, 시민소비자 불편을 가장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의약분업이 실시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도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많다는 생각이다.

김영호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약분업 대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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