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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1999
  • 1999.02.10
  • 533
벌써 2월이니 월동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실제 지금 노숙자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어쨌든 넘긴 겨울보다도 다가올 봄에 서울역 앞에 장사진을 칠 사람들에 대한 걱정일 것이다. 하지만 새로 늘어날 노숙자 문제와 이번 겨울대책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아직 겨울대책을 이야기해도 무방한 이유이다.

작년 3월경부터 서울역에는 매일 20∼30명씩 노숙자가 늘어나 2,000여 명에 이르게 되었고, 전국적으로는 6,000명에 가까운 노숙자가 발생했다. 가히 IMF의 고난이었고, 시대의 아픔이었다. 언론은 '7일 체험', '3일 체험' 등으로 노숙자에 관한 기사를 쓰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설문조사들도 난무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묘사한 노숙자의 모습은 '경제난으로 엉겁결'에 가족이 해체되어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었다. 정부는 황급히 200억 원을 재원으로 해서 전국적으로 200여 개의 무료급식소와 150여 개의 임시숙소('희망의 집')를 개설했다. 급식과 잠자리 외에도 희망의 집에 들어오기만 하면 공공근로사업 우선 취업기회도 제공했다. 9월부터 시작된 희망의 집 입소사업을 통해, 서울에서만 약 3,000명이 지하도를 떠나 복지관 등에 마련된 쉼터로 이동했다.

그러나 혹한기가 되어도 서울역 일원에 여전히 수백 명이 거리생활을 하고 있자, 급기야 서울시는 들고 나는 것이 자유롭고 술도 마음대로 마실 수 있는 '자유의 집'을 만들었다. 서울역의 장점을 실내로 옮겨, 속박 받기 싫은 사람들까지도 추위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초 300명이 입소할 것으로 예상했던 자유의 집에 1,300명이 몰려들자 일은 꼬이기 시작했다. 인력과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서, 난방이 제대로 안되고 한끼 급식에만 3시간이 걸리는 등 아비규환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실제 거리노숙자는 300여명 수준에 불과했는데, 도대체 1,000명이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그새 새로 나온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여인숙(이른바 '쪽방')이나 만화방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거리에서 자는 사람들만 노숙자로 본 불찰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자유의 집만이 수요를 잘못 예측했다거나, 준비가 소홀했다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1998년의 이른바 노숙자 대책 전반을 관통한 논리가 '일시적'으로 생긴 노숙자 문제를 '일시적'으로 보호하면 될 것으로 본 탓이다.

노숙자가 희망의 집에 입소해서 공공근로사업에 취업하면 월 6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또 먹고, 자는 데도 그 정도가 드니 노숙자 한 사람 당 약 120만 원의 사회적 비용이 지출되는 셈이다. 그러나 법정영세민으로써 생계비 지원을 받을 경우 많아야 12만 원이다. 4인 가족이라도 최대 40만 원에 불과하다. 노숙자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할 수 있는 부랑인들은 월 11만 원으로 숙식을 해결한다. 이러니 부랑인 시설에서도 거동할 수 있는 사람들은 되도록 서울역으로 빠져 나왔다. 물론 거리의 노숙자들에게 좀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왜 이렇게 적극적인 보호책을 편 것일까? 더구나 1997년 겨울에는 동사자가 속출하더라도 눈도 깜짝 않던 우리 사회가.

물론 신속한 응급대책은 칭찬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나 노숙자 발생을 막을 수 있는 예방장치는 방치된 채 이미 거리에 나온 노숙자 대책에만 골몰한 점이나, 희망의 집에 수용된 사람들에 대한 재활대책이 없었다는 점은 우리 노숙자 대책의 결정적인 문제점이다. 노숙자 대책을 지나치게 단기적인 문제로만 파악한 결과이고, 더 나아가 노숙자를 안 보이게 하는 데 정책의 최우선이 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파장을 줄이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종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공권력 동원이 아니라, 공공근로와 '자유'로 노숙자들을 유인했다는 것이다.

동사자 방지를 위한 대책이었다면, 야간에 강제로라도 노숙자들을 시설로 입소시킨 뒤 아침에 나가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그만한 시설이 없다면 지하도내에 온풍기를 틀어서 현지 보호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떤 경우든 인명보호를 위한 차원에서 다른 사람의 수면을 방해하는 경우나 지나치게 음주하고 소란을 피우는 경우에 대해서는 제재조치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월동대책은 이 겨울동안 노숙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고, 또 지금 보호시설에 있는 사람들이 재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노숙자의 범위를 위험계층에까지 확대해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즉, 이미 거리로 나온 사람들 외에도 쪽방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장기실업 상태에 가족관계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을 포함해야 한다. 이 경우 노숙자의 숫자는 3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처럼 노숙위험계층까지 노숙자 정책의 대상으로 설정한 다음, 그 대책 역시 ① 예방, ② 귀가 및 가족지원, ③ 자활지원, ④ 요양보호, ⑤ 치료보호, ⑥ 시설보호 등으로 세분화시킬 필요가 있다.〈그림 1〉은 그 체계를 설명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간의 적극적인 동참과 다양한 보호대책 수립은 필수적이다. 그룹홈이라든가 노숙가정 지원, 노숙자에 대한 심리·상담치료 등은 빠져서 안 될 것이다.

〈그림 1〉노숙자 지원대책 체계

사실 자유의집 사태는 많은 숙제를 남겼다. 이 일이 터지자 일간신문들은 일제히 노숙자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서울시를 성토했고,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그럴 바에는 자유가 더 낫다는 노숙자들의 인터뷰 화면을 내보냈다. 물론 이런 방식의 '보호'가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거리보다 못한 집을 떠난 사람들에게, 거리보다 못한 응급시설에 들어가라고 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얘기다. 하지만 마침 불어닥친 영하 13도의 혹한 앞에서는, 이런 불평도 부질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정부도 사회도,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준비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김수현 / 한국도시연구소 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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